“현 시국은 ‘동학의 난’을 닮았다”
“현 시국은 ‘동학의 난’을 닮았다”
  • 홍준석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6.12.02 07:1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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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한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의 참모습을 안다’는 말이 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보수 언론에 그런 소나무와 같은 존재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또 ‘정규재TV’라는 1인 미디어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어지러운 시국에 <미래한국>이 정규재 주필을 그의 뉴스룸에서 만나봤다. 

- 정규재 주필님은 언론인인 동시에 시사 비평가이기도 합니다. 현 정국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전 비관적입니다. 민주주의 실패, 법치 실패로 한국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대중 민주주의’ 양태를 띱니다. 시위하는 광장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아니에요. 민주주의는 법질서 안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요샌 좌파가 대중에 아부하는 식의 좌익적 광장 민주주의가 만연해요. 대중 독재에 가깝습니다. 현 시국이 1894년 ‘동학의 난’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당시 동학의 난에 이어 청일전쟁과 갑오개혁이 일어났죠. 급박한 조선 말기의 세태는 여러 요인이 있어요. 동학의 난을 보면 현상적으로는 농민들이 ‘탐관오리 조병갑을 때려잡자’며 봉기했지만 그 배경은 꽤 복잡해요.

대원군과 민비 간의 권력 투쟁, 청나라와 일본 간 식민지 투쟁 등 정세가 혼란했어요. 현 시국 역시 최순실 사태만 봐선 안 돼요. 누적된 사회 전체 문제를 봐야 되지 한 문제만으로 대중을 흥분시키면 큰일 나요. 

- 당시 동학운동은 어떻게 펼쳐졌나요?  

‘조병갑 잡자’는 동학운동은 결과적으로 조선을 때려잡아요. 500년간 억눌린 민중의 감정이 폭발했어요. 이는 자기 파괴적 행동입니다. 물론 조선 정부가 동학 운동을 제압하지만 동학 운동 참가자 상당수는 친일파가 돼 조선 붕괴에 한 역할을 해요. 지금 길거리 국민들은 ‘우리가 민주 한국을 만든다’고 스스로 믿어요.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한국을 파괴할 수도 있어요. 제발 길거리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 무장기포 상상도 / 동학농민혁명기념관

- 현재 대통령 퇴진 운동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것은 야당의 비열함을 보여줘요. 야당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기회를 살려 정권을 잡으려는 듯합니다. 한편으론 야당이 허약하단 증거도 돼요. 한참 대중 열기가 올랐을 때 한탕하자는 의도예요. 야당의 하야 투쟁은 실로 그들의 무정견과 나약함을 나타냅니다. 

전 하야의 요건이 부족하다고 봐요. 탄핵을 통한 하야가 왜 어려운지 설명할게요. 먼저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가 있어야 합니다. 많은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욕감을 느꼈지만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가 없어요. 그래서 탄핵이 어렵습니다. 헌법이 대통령의 일반 형사범죄에 대해 소추를 면제함도 대통령의 신분 보장 때문입니다. 

또 탄핵은 대통령이 국회를 탄압할 시 국회의 방어권을 위함입니다. 탄핵은 국회의 권한입니다. 국회가 피해본 것이 없으니 탄핵은 안 됩니다.  여론에 따른 하야는 안 됩니다. 반드시 헌정질서의 골격은 지켜야 해요.

여론으로 인해 대통령이 국정에 힘을 못 쓰더라도 헌정질서 안에서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전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시 잘못으로 봅니다. 노 대통령은 탄핵될 정도로 잘못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 주필님이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전 당장 하야합니다. 전 대통령 못 해요. 능력이 없어요. 현재 한국엔 소명 의식 있는 지도자가 없어요. 저도 그래요. 가정이라도 할 얘기가 없네요. 다들 박근혜가 바보니 쪼다니 조롱하지만, 단언컨대 여권·야권 잠룡들 중 박근혜보다 나은 인물은 없어요. 한국 정치 상황은 참 어렵습니다. 

87 헌법은 인민주의 요소 많아

- 민주화 헌법으로 불리는 87 헌법은 어떤 문제가 있나요? 또 87 헌법 30주년인 2017년이 보수의 시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87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인민주의를 보충했다고 하지만 아니에요. 이 헌법은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고, 마치 국민이 국가에 대해 모든 실질적 청구권이 있는 것처럼 규정했어요. 즉 국가의 의무를 일반적으로 규정했지요.

일각에선 이 헌법을 민주 헌법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오히려 인민주의 색이 짙어요. 이 헌법의 인민주의 요소가 30년 동안 문제를 일으키다가 이젠 만개했습니다. 87 헌법은 절대 반독재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보수의 시대를 열려면 먼저 분명한 이념의 결사가 필요해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본 한 집단을 말합니다. 새누리당은 정견 없는 정당이라도 저력은 있어요.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와도 좋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을 대체할 정당이 없어요. 어떤 방식이든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정치 결사가 필요해요. 

- 보수진영은 새누리당에 실망한 상태입니다. 보수진영은 새누리당의 갱신을 원합니다. 앞으로 새누리당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새누리당은 이념으로 구성원을 등용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항상 기회주의였죠. 또 지역을 근거로 유지됐어요. 지역 출신 엘리트나 명망가는 아무나 등용했어요. 그 결과 새누리당은 보수주의와 무관한 정당이 됩니다. 일관된 정견이 없으니 내부에 이념이 난립합니다.

무정부 상태죠. 남경필, 원희룡, 김무성, 유승민 등 좌우 절충 노선과 최경환, 서청원 등 구태의연한 세력 간에 이상한 공존입니다. 보수주의의 엄격한 잣대로 보면 새누리당은 정당도 아니에요. 

당내 파벌 수장들은 말 잘 듣는 사람만 기용해요. 새누리당은 자체 정화력을 상실했어요. 그렇다고 새누리당을 대체할 집단도 없는 상황이니 현실이 참 어려워요. 제대로 된 새 정당을 어떻게 만들까 우린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의 새누리당 주도 세력은 어려워요. 그리고 새누리당 밖에도 보수 리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미르재단 사건과 같은 정경유착이 한국 경제를 죽이는데요, 정경유착 근절책은 없나요? 

정경유착 해결책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도입입니다. 먼저 헌법을 고쳐야 돼요. 그런데 아마 힘들 거예요. 현 헌법은 국가가 중소기업·서민·노동자·농어민 기타 모든 국민을 책임지라고 선언합니다. 균형 성장을 위해 국가에게 모든 국민의 보호 의무를 지워요.

이를 근거로 정부가 자꾸 시장을 간섭하니 불평등은 되레 심해져요. 이 국가 의무 조항들과 119조2항(경제 민주화)을 전부 소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유헌법을 만듭니다. 그래야 양극화 해소와 균형 성장이 가능해요. 

"전경련 사태는 정부의 시장 간섭 때문" 

- 전경련 해체 여론이 많습니다. 전경련은 이제 어디로 가야 될까요? 

전경련은 창업자들의 단체입니다. 전경련의 개혁은 그들 스스로 해야 합니다. 저 뿐 아니라 그 누구도 개혁 청사진을 줄 순 없어요. 굳이 제가 방향을 제시한다면 미국 헤리티지 재단 사례처럼 발전적 해체가 좋을 것입니다. 

재벌 로비 단체란 성격은 버리고, 정책을 연구하는 단체로 독립하는 방식이죠. 그러면 한국 보수를 대변할 싱크탱크가 될 거예요. 프로그램 없는 한국 보수는 전문적·조직적 지식집단이 필요해요. 해체로 가더라도 반드시 자기들이 주도해야 해요.

외부 개입은 안 돼요. 정치권은 정경유착을 좋아하나 시장질서에 맡겨야 돼요. 올림픽 유치 같은 스포츠 산업은 재벌이 돈을 댑니다. 그게 다 정부가 시킨 일이에요. 솔직히 재벌이 경영 아닌 스포츠에 돈 쓰고 싶을까요? 다 정경유착이죠. 정부는 재벌에게 그런 일을 시켜선 안 돼요. 

-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를 못 이겼죠. 한국에도 트럼프처럼 부정직한 언론에 맞설 인물이 나올까요? 

나오겠죠. 또 반드시 필요하고요. 기존 틀을 깨는 도전적 인물이 나타날 수 있어요. 

- 정규재 뉴스가 웬만한 언론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평가가 있어요. 비결이 무엇입니까? 

모르겠어요. 전 정규재 뉴스의 영향력이 크다고 보지 않아요. 기성 언론이 워낙 부패하고 무식하고, 또 사이비 정치적으로 흘러 다들 마음이 괴롭죠. 극단적으로 정치적이니 많은 분들이 좀 다른 얘기는 없을까 하고 정규재 뉴스를 찾는 것이죠.

어디 정신이 멀쩡한 사람의 멀쩡한 얘긴 없나 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찾아옵니다. 정규재 뉴스를 접한 분들은 ‘난 내 생각이 상식인 줄 알았는데...요샌 다들 나와 생각이 다르네. 그런데 정규재 뉴스를 보니 내 생각과 같구나!’하며 위로받아요. 그게 저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작은 토크 카페에 불과해요. 하지만 국민들이 마음 편히 대화하는 숨구멍인 것 같아요. 제가 제도권 내 훈련된 저널리스트라는 점 역시 국민 공감에 일조합니다. 신뢰가 가거든요. 요새 워낙 말 안 되는 소설을 쓰는 목불인견(目不忍見) 언론인이 많아요. ‘그래도 정규재는 상식이 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최순실 사태 후로 메이저 언론은 전부 미치광이가 됐어요. 물론 대통령이 잘못했죠. 박근혜 대통령의 제1가치는 ‘신뢰’예요. 박 대통령은 품격이 있었어요. 그 품격이 무너져 국민들은 실망했죠. 그런데 언론은 최순실의 천박성을 과도히 폭로하고, 또 대통령에게 욕을 하고, 돌팔매질도 하고요.

이 인격 모욕 상황은 마치 중세 마녀사냥과 같아요. 과도한 조롱을 박 대통령에게 퍼붓습니다. 이는 카니발리즘이 아닐까요? 

언론이 공격적으로 도배를 하니, 국민의 심성이 파괴돼요. 언론이 너무 했어요. 국내 언론은 트럼프 선거에서도 최순실 사태와 비슷한 공격성을 보였어요. 트럼프를 정도 이상 공격했죠. 그 결과 아시아에서 한국의 트럼프 지지율이 제일 낮아요.

이런 언론의 양태는 영국 브렉시트 때도 마찬가지였죠. 당시 한국 언론은 “영국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인을 조롱했어요. 

자극적인 인격 모독 문화가 한국 언론의 관행이 됐습니다. 우리 언론이 왜 이런지 전 고민합니다. ‘균형 있는 시각’에 목마른 분들이 정규재 TV와 정규재 뉴스를 찾습니다. 전 그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 드리길 원합니다. 

언론이 미쳤다

- 우리 언론의 감정적 행태를 지적하셨는데요, 왜 이런 상황이 왔을까요? 

언론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예요. 언론은 다수 국민의 생각을 반영합니다. 우리 사회를 보세요. 지식에 근거한 토론과 합리적 합의가 있나요?

케이블 TV를 보면 참 한심해요. 먹방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TV 편성은 어느 나라에도 없어요. 과연 우리나라에 지식인의 바른 판단이 있나요? 

드라마가 유행하면 모두가 따라 해요. 그 드라마 모르면 무식하단 소리 들어요. 열등 하위 문화가 고상한 지식 문화를 능멸하고 있어요. 대학 나온 사람이 “비디오 시대에 신문은 왜 봐?” 따위의 말을 해요.

언론은 사회의 경박성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언론이 대중의 낮은 수준에 맞춘 것이죠. 우리 언론은 개인 SNS의 설익은 루머 수준이에요. 거의 하향 평준화됐어요. 

언론이 사회 바닥 층의 증언에 귀 기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근거도 사회 바닥 층에서 왔어요. 그들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적대적이고, 또 교양 없는 집단입니다. 언론이 그런 사람들을 끄집어내요.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지만 지금의 조롱 풍조는 국민의 질을 타락시켜요. 저급한 조롱이 국민의 기질로 고착될까 전 두렵습니다. 

- 정규재 TV는 국민의 자유 경제 인식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정규재 TV의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현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맡고 있어요. 매여 있죠. 정규재 TV를 더 키우기 위해 주필을 내려놓을지, 아니면 현 상태대로 주필과 정규재 TV를 병행할지 고민이에요. 한국경제신문 역시 제도권 언론으로서 매우 소중합니다. 시장경제를 선도하는 언론이잖아요.

제가 한국경제신문의 생명을 담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신문에 책임이 있어요. 현재 주필과 정규재 TV를 병행함이 참 어렵긴 해요. 어떻게 할지 판단이 어렵네요.  어쨌거나 정규재 TV의 자유시장 마인드는 계속 됩니다. 자유시장은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입니다. 자유시장을 추구하는 정규재 TV는 결과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도울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하신다면?

미래한국이 좋은 주제들을 다뤄 참 감사해요. 전 미래한국의 편집인·기자들에게 동지애를 느껴요. 자유 한국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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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즈 2016-12-22 19:50:52
동학 농민의 난을 다시 공부하셔야 겠네 언론사 주필 수준이 이정도니 한국 경제 신문도 이제 끝났구만 귀는 닫고 눈은 가리고 잠고대만 하시는 구만

멈추시오 2016-12-15 13:21:24
참 화가 나네요.
사실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이분의 논리는 넌센스이자.
허구입니다. 정신 좀 차리세요.
아직도 봉건적, 독재주의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사시네요.
정신 좀 차리고 이런 글은 실지 마세요.
왜곡된 시각 한심하고, 바보스럽습니다.
국민들 우숩게 보지 마시요. 당신처럼 교활하지 않으니.

ggyeonu 2016-12-11 12:44:27
제 생각과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답답했던 가슴이 많이 풀어집니다.

이용 과 악용 " 차이 2016-12-09 16:04:05
공산주의 사회주의 가 아닌, 시장 경제 자본 주의 나라에서 기부금. 후원금, 필요합니다.박원순에게의무적 인 상납이라면, 착취 겠지만 나라를 위하여"대통령에게 자진헌납은 애국심, 물이너무 맑으면 물고기도 살수 없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나라에 살면서, 대통령이 만델라 같은수준 을 요구 하는 것은 무리하고 생각 합니다.대한민국 은 분단국가 입장, 아직은 반공" 이 우선 입니다,

우승관 2016-12-08 16:04:01
다. 여러가지 공감이되는것도 많지만 저는 이런 변화들을 긍정적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