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가 부의 핵심
창의적 인재가 부의 핵심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 승인 2016.12.05 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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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다가온 4차 산업혁명 그 생존의 조건(上)

전 세계에 4차 융복합산업혁명의 파도가 일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나는 이 소프트 혁명은 ‘창의성’이 키워드다. 그리고 창의성은 인재와 조직이 만날 때 일어난다.관료화되고 수직화된 한국의 기업들로서는 절대로 이 4차 산업혁명의 대열에 끼지 못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래한국이 연속기획으로 보고한다. (편집자 주)

초고속통신망, 모바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차, 핀테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은 어느 사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세계 주요국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이용해 종래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의 제조업도 다품종 소량 주문형 지능생산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제조업 2025 등이 대표적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밀려나는 듯이 보이던 제조업의 부활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지금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조선해양업의 기술적으로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에 따른 천문학적인 적자, 현대차 엔진 결함에 따른 집단소송 보상,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생산중단 사태 등 기술은 중국에 바짝 쫓기고 임금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조급해진 한국제조업의 민낯을 보여줬다. 심지어 원인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창의적인 전문가를 중시하는 인력개발이 시급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조직내 소통 문제 등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종래 대량생산시대의 관료적인 관리형 조직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조직과 경영방식, 나아가서는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실리콘 밸리 정보통신기업들의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들은 어떻게 조직을 관리하고 있나 보기로 하자. 

창조경제를 연구하기 위해 서너 차례 실리콘 밸리의 여러 정보통신기술회사들을 방문해 보고 알게 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력개발제도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서 인력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HRD)이란 인적자원을 발굴해서 채용하고 육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승진시키는 제반 인력관리를 의미한다. 

우선 먼저 하는 일이 급변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어떤 상품이 미래에 돌풍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콘셉트를 먼저 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자동차를 공장에서 만들지 않고 프린트로 찍어낼 수는 없나, 운동하고 나면 피곤한데 차가 스스로 운전해서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수는 없나 등이다.

이미 벌써 이러한 의문들은 3D 프린트와 무인자동차 등장으로 가능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철저히 사용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5년 뒤, 10년 뒤 무엇을 원하게 될까 하는 점이다. 구글의 중요한 경영 방침이 ‘사용자에 포커스를 맞춘다’(Focus on the user)일 정도다. 

그야말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일이다. 계급 없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토론이 주로 이용된다. 구글의 금요 자유토론(TGIF : Thanks God It’s Friday)이 한 예다. 최고 경영자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복장 차림으로 모여 식사도 하고 즐기면서 자유로운 토론을 해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직원들에게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시간을 주기도 한다. 관리자는 ‘이런 것은 안 돼’ 하는 말을 가장 금기시한다. 한번 그런 발언이 나가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경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 실패한 사람들을 중용하거나 실패한 기업을 인수합병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일단 해봤다는 점과 무엇이 문제였던가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번 실패했다고 페널티를 주면 아무도 위험을 안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미래에 돌풍을 일으킬 상품들을 선정하고 우선 순위를 매겨둔다. 물론 그 순위는 언제든지 환경 변화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등장으로 변경된다.

▲ ‘2016 공학교육페스티벌’이 11월 1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4차 산업혁명의 공학 인재를 위한 이 행사는 종합설계 작품 218점이 전시됐다. / 연합

조직에 혁신을 불어 놓자

상품에 대한 콘셉트가 결정되면 그 상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개인이나 벤처회사를 찾는다. 한국처럼 대졸자들을 대거 채용해 연수해서 배치하는 인력채용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러한 제도는 대량생산시대에 필요했던 제도다. 혁신적인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에는 이 시대에 맞는 채용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이 회사가 뽑고자 하는 직책, 포지션의 미션이나 비전, 전략을 이해하고 있느냐, 콘셉트에 적합한 전문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느냐,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 끊임 없이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학습하는 학습형 인간인가를 본다.

이러한 인간을 한 마디로 창의적 전문가(smart creative)라고 한다. 적당한 지식을 가지고 관리직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들과 다른 개념이다.

일단 이런 사람들을 발굴하면 그에 상응하는 많은 보상을 주고 채용한다. 프로운동팀에서 팀의 우승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선수를 많은 보상으로 스카우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한 선수들은 많은 보상 이상의 대가를 팀에 돌려 준다.

적당한 보상으로 적당한 사람들을 뽑은 기업들은 그럭저럭 연명하거나 얼마 안 가서 낙오하게 된다. 충분한 보상을 주지 못해 일류 선수들은 대부분 해외로 나가고 이류 삼류만 남은 한국의 프로팀들은 말만 프로이지 대부분 대기업에 기생하고 있어 결국은 국민의 부담이 되고 있는 현상과 같은 이치다. 

콘셉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 대개는 벤처기업을 발굴하면 인수합병을 시도한다.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회사들은 투자회사의 피인수합병을 통해 투자자금의 몇 배를 회수해 과거의 투자 실패를 만회한다.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이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한 투자에서 대박을 터뜨리지 않고는 지속적인 투자가 되지 않는다.

▲ 2016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상을 차지한 ‘SSD’(safety system door). 지하철 전동문 사고를 방지하는 혁신적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 연합

개방형 위원회식 채용과 승진제도 

실리콘 밸리의 정보통신 기업들은 연간 10여 개 이상의 벤처기업들을 인수합병한다고 한다. 피인수합병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대박을 기대하고 전 세계에서 첨단 벤처회사들과 창의성과 전문성, 열정을 가진 인재들, 그리고 자금들이 속속 몰려들어 선순환을 이루면서 평균 연봉 15만 달러의 고임금 첨단기술 일자리를 40만 개를 창출하고 있는 역동적인 현장이 실리콘 밸리다. 이러한 역동성과 혁신성이 오늘날 미국 경제 회복의 근원이 되고 있다. 

회사가 뽑고자 하는 포지션의 미션이나 비전, 전략을 이해하고 창의성과 전문성, 열정을 가지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학습형 인재들을 어떻게 뽑는가. 4~5명 정도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채용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상자들을 면접해서 선발한다고 한다. 

면접은 구체적인 데이터 중심이다. 우선 회사나 직책, 담당하고자 하는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을 이해하는지, 구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 본다. 만들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콘셉트나 하고자 하는 일은 이해하고 있는지, 있다면 증거자료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 본다.

증거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과거 경력이나 학습 과정을 보고 성공한 경우에는 성공의 배경을 물어본다. 실패한 경우에는 왜 실패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앞으로 유사한 경우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에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피면접자들은 대개 과거의 경력이나 증거물 등을 파일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려면 면접위원들도 상당한 전문가들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직무 전문성은 물론 면접 방법에 대해서 사전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구직자는 면접장에 스마트하게 차려 입고 빈손으로 가고 면접위원들도 전문성 없는 질문들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기존 직원들의 보직이나 승진 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방형 위원회에서 승진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을 통해 승진자를 선정한다. 구글 같은 회사에서는 채용과는 달리 이 때는 직접 상급 관리자는 제외된다. 상급 관리자가 포함되면 평소 그 조직이 혁신적으로 될 수 없고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사는 나의 고유 권한’이라며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려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한국 같은 풍토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 등용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에 불과하다. 

설령 배가 산으로 가더라도 말 잘 듣거나 말 없이 그저 열심히만 하는 직원들이 자리를 채우는 기업이나 사회, 국가가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에서도 여러 인사추천위원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형식적이거나 심지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수차례 들러리식 위원회를 여는 등 내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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