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싣고 떠내려가는가? - 여의도(汝矣島)
무거운 짐 싣고 떠내려가는가? - 여의도(汝矣島)
  • 미래한국
  • 승인 200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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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익의 국토기행(31)
굽은 것을 펴고,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 썩은 곳은 도려내고 낡은 룰은 바꾸어야 한다“너나 가지라”고 해서 ‘너(汝)섬’이라 불리었고, 그래서 여의도(汝矣島)가 됐단다. 그 보잘 것 없던 하중도(河中島)가 지금은 우리나라 제2의 권부가 되어 있다. 국회가 있고, 집권 여당과 거대 야당의 당사가 이웃해 있다. 전경련과 증권거래소, 금융감독원이 내로라하는 업체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으며, 방송3사와 신문사들이 이웃해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인 63빌딩과 한국 굴지의 재벌기업인 LG의 쌍둥이 빌딩이 섬이 좁다고 버티고 서 있다. 정치와 금융과 언론의 심장부가 기업 본사와 그들의 사령탑을 대동하여 자리잡았으니, 세종로에 이어 권력의 중심지라 할 만하지 않은가? 강 복판에 떠 있는 섬 하나가 나라의 운명을 걸머지고 있다고나 할까?징검다리 연휴를 보낸 다음날 여의도를 둘러보자고 나섰다. 한강대교 가운데쯤에서 중지도로 빠져나가 적당히 차를 세웠다. 뜨는 해의 빛을 받는 여의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이십년을 아침저녁으로 건너다니면서 내겐 익숙해진 장면인데 막상 구도를 잡으려니 딱히 마땅하질 않다. 이럴 땐 짐짓 딴청을 부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가까이와 멀리, 빛과 어둠을 찬찬히 살피며 생각의 흐름을 가다듬는 것이 새로운 ‘그림’의 발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가 풀밭을 슬슬 걸으면서 흐르는 물을 본다. 도심한복판에 이렇게 크고 훌륭한 강이 사철 유유히 흐르는 것은 서울의 자랑이다. 그리고 뿌옇기는 하지만 저렇게 빼어난 산이 도시를 감싸안은 것도 다시없는 위안이다. 나는 동서양의 이 나라 저 나라를 많이 둘러본 편이지만 이렇게 산하의 축복을 완벽히 받은 다른 대도시를 달리 알지 못한다. 그 축복을 피로써 지킨 이들을 기리는 유월이다.그런데 대통령은 왜 하필이면 현충일을 잡아 천황을 만나러 가는 걸까? 그리고 왜 과거사는 고사하고 방금 의결한 소위 ‘유사법제’라는 것에 대해 말 한마디 않는 걸까? 역사를 잊고 나면 죽은 자와 산 자가 모두 무얼 붙잡고 어딜 내다보며 살 것인가? 역사를 덮고 그린 미래 동북아공동체의 모습이 지난 세기 악몽에서 본 것과 다를 것임은 누가 무슨 수로 보장하는가?새삼 여의도를 찾는 것은 솔직히 걱정 때문이다. 나라 안팎이 소용돌이치는데 국회는 마냥 태평이다. 한반도 장래를 얘기하는 자리에는 끼지도 못하고, 국론이 분열되어 마침내 공무원이 불복을 선언하기에 이르러도 국회는 꿈쩍도 않는다. 대통령이 말을 바꾸어도, 안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 국회는 귀머거리에 벙어리다. 여당은 그야말로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고, 야당은 제 몸 하나를 추스르지 못한다. 누가 뽑아주지도 않은 임의단체들이 저마다 마이크를 들고 거리를 가로막아도, 국민을 위협하며 국회를 대신하겠다고 덤벼도, 그저 눈치만 볼 뿐인, 아, 가여운 우리의 대의기관이 여의도에 있다.국회부터 가보자는 말이 나왔지만, 일행의 반응이 영 신통칠 않다. “국회의사당이야 뭐 거기 있지 않습니까?” 하는 일도 없는 껍데기를 보아서 무얼 하겠느냐는 투다. 도시계획 실무로 평생을 보낸 손 아무개 씨 말대로 대한민국에서 못난 건물 다섯을 고르라면 반드시 빠지지 않을 거물이긴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저 바가지 엎어놓은 것 같은 돔이 맘에 안 든다. 어느 나라 신전처럼 기둥을 둘러 세우고 네모반듯하게 지어 슬래브를 친 건축양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위에 웬 난데없는 돔이냔 말이다. 양복에 외투 입고 망건 없는 갓을 눌러쓴 채 쭈그리고 앉은 모양새랄까. 말이 났으니 말이지 여의도의 영문표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YEOUIDO라니, 세상에 저걸 ‘여의도’로 발음할 외국인이 있을까?마포대교에서 서울교로 이어지는 여의대로가 타원형의 섬을 동서로 나눈다. 상류 쪽인 동쪽 끝에 63빌딩이 우뚝 서 있고, 하류 쪽인 서쪽 끝에는 국회의사당이 앉았다. 땅의 크기를 어림잡을 때 흔히 여의도 면적의 몇 배라고 말하는 것은, 여의도가 (언론매체가) 자주 대하고 인식 가능한 스케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번에 알았지만 그 면적은 8.4㎢로 대략 250만평 남짓 된단다. 신도 70만으로 단일교회로서는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순복음교회가 섬의 서북쪽 모퉁이를 차지하였다. 그 앞에서 국회의사당 옆으로 난 길은 차가 통 없다. 저게 아마 벚꽃으로 유명한 윤중로일 텐데, 왜 순경이 지키고 섰나. 우리도 그냥 뻐끔 들여다보고 돌아선다. 동쪽에 고층빌딩이 많은데 비해 서쪽이 그렇지 못한 것은 국회의사당 보다 높이 짓지 못하게 해서란다. 한심한…오늘 안내를 맡은 여의도 주민 윤정이를 따라 걷기로 했다. 여의대로를 건너니 마주보고 선 쌍둥이 빌딩이 인상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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