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도 탄핵 대상?
역사교과서도 탄핵 대상?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2.16 01:3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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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역사교과서 문제의 본질은 국정이냐 검정이냐가 아니다. 과거와 미래를 현실에 포섭할 수 있는 올바른 사관에 대한 탐색과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이 공개되고 교육부의 여론 수렴이 개시되자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좌파 단체들과 좌파 교육감, 그리고 민주당이 마치 떼창이라도 하듯이 ‘역사교과서 탄핵’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민주사회를 위한 역사교육위원회’는 지난 6일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국정 역사교과서도 국민에게 탄핵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탄핵 주장의 근거에는 어처구니없게도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마저 등장한다. 1948년 남한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인 것.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대한민국 수립’ 용어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논의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언론에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反대한민국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북한에 건국의 정당성이 있다는 종북적 사관을 주장하는 이들이 대개 이러한 입장이다. 1948년은 정부 수립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이 공표된 해이다.

소련과 북한은 남북한 총선거를 통한 국가 수립이라는 UN 결의를 거부하고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총선 준비를 위한 38선 이북 입북을 불허했다. 따라서 통일한국을 거부한 책임은 소련과 북한에 있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1948년은 전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주권의 공표와 함께 정부가 수립된 해이다. 여기에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2월 7일 서울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철폐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정 교과서는 좌우의 시각을 균형있게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 연합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를 미화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교문위 간사인 도종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헌법적 가치와 맞지 않는,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 교과서”라며 “국사편찬위원회 사람들을 동원해서 쓰고 이 사람들(공개된 필진)을 필자라고 이름만 걸어놓은 것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보수 우파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승만, 박정희를 권위주의 통치라면 모를까 독재라고 표현한 교과서 그 자체가 불만이고도 남는다. 5천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해 본 이승만 정부 시절, 무슨 민주와 독재를 구별할 만한 근대적 정치 유산이 있었을까.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에 밀려 적이 코앞에 있던 부산 임시수도에서도 선거를 치르도록 했다. 어떤 독재자가 전쟁이라는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굳이 선거를 치르려 할까. 우리보다 먼저 18세기 근대 민주주의를 채택한 영국과 미국에서도 여성과 노동자들에 대한 보통 선거권은 19세기 후반이나 심지어 20세기에 들어서 주어졌다.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불리는 스위스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보편화된 것은 1972년이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도 독재국가였다는 이야기일까.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를 겪게 마련이고 진화 과정은 후퇴와 전진을 수반한다. 규범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 보편성을 포섭하면서 규범은 수많은 동의와 거부를 거치며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승만, 박정희가 독재자라면 1당독재를 고집하며 정국 안정과 함께 경제 발전을 이룩한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타이완의 장개석도 독재자인지 궁금하다. 그런 독재자가 있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환영해야 할 판이다. 아울러 모택동이나 김일성, 스탈린을 독재자라고 한다면 이승만, 박정희도 그런 부류의 정치가였다는 것인지도 궁금한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교과서가 반드시 국정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국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수할 수 있다면 민간이든 국정이든 검정이든 구분되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국가가 역사교육을 독점하고 역사관을 지배한다는 점에 우려를 가질 수는 있다.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교육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좌파-진보 진영의 단체들과 정치인들이 지금 다원화된 역사교육을 위해 국정교과서 철회를 주장하느냐는 의문이다. 기존 검인정 역사 교과서 체제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경제 발전을 죄악시하는 좌편향된 역사 서술의 사례들은 이미 넘쳐난다. 그런 역사관도 사관이기에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왜 전교조 교사들이나 좌파단체들이 우파 역사 교과서 채택을 방해하느냐는 것이다. 다원성을 주장하는 좌파의 역사 교과서 인식은 솔직히 민중사관, 민족사관 심지어는 종북사관이라는 틀 안에서의 다원성은 아닌가 묻게 된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E.H 카의 진부한 명제는 집어치우자.

역사학을 공부한 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아는 랑케가 주장한 “역사가의 임무는 자기 자신을 죽이고 그것이 본래 어떠하였는가를 밝히는 것이며, 오직 역사적 사실로 하여금 이야기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잠꼬대도 집어 치우자.

차라리 “역사란 ‘세계정신’이 드러내는 모든 것의 모습”이라고 했던 크로체는 어떤가? 민중사관, 민족사관만이 유일한 진리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민중-민족주의 역사야말로 ‘세계정신’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크로체는 ‘역사란 예술을 비평하는 미학과 같다’고 했다.

▲ 전교조 조합원들이 11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 빌딩앞에서 ‘박근혜퇴진’과 ‘국정화폐 기’를 주장하고 있다. / 연합

역사는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역사관이란 목소리 크고 우기는 힘이 속칭 장땡(?)이 되고야 만다. 이렇게 되면 진보의 민중주의, 민족주의 사관은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크로체도 포기하자. 민중-민족주의 사관은 진리이니까!  남는 것은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 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있지 않은가.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했던 신채호 말이다. 적어도 우리 국사학계가 단재 선생을 업신여기지는 않을 테니 그의 사관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그렇다면 이제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치적이 된다. 그리고 정치적 질서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동기로 등장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서로 솔직해지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진보-좌파 그룹은 ‘적(보수-우파)들의 역사 탈취 행위를 묵인할 수 없다’는 투쟁적 사고로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솔직해지면 대화가 된다. 아마도 보수-우파 그룹들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보수 정권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못박았지 않았겠는가.

결국 양자 간에 남는 것은 정치적 입장들이다. 입장은 진실과 관계없이 헤게모니 투쟁으로 전개된다. 이런 점을 지양하자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은 이렇다. 우리는 모두 이성을 가진 존재이고, 우리의 이성은 보편성을 알아볼 수 있는 비판적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생각이라면 그것을 공론(公論)에 부쳐 토론하면 된다.

그러면 누구의 생각이 보편적이고 진실에 가까운지를 알게 되고 기꺼이 그 진실과 보편성에 복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상황에서 보수-진보 간에 역사논쟁이 합의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민주적 공론의 장(場)이란 동질적인 사람들이 이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보수와 진보 간에 적어도 정치철학과 역사철학에서 동질성이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합의되어야 할 기본적인 사안,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부터 서로 그 입장이 다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보도연맹과 제주4.3사태가 ‘정규군과 파르티잔의 문제’라는 것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사건들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우파에게는 전시에 빨치산 공비들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콜래트럴 데미지(군사 행동으로 인한 민간인 인명피해)이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이들에게는 ‘양민 학살’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이들에게 세월호 사건은 ‘불행한 교통사고’였지만,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이들에게는 ‘대통령이 죽인 것’이 되고도 남는다.  

역사를 공부한 이들이라면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와 소유를 위해 군주의 목을 쳐 본 민주주의 역사가 없었다고. 그렇기에 시민이라는 개념의 근대성조차 알지 못한다고. 그런 한국인들이 시민정부와 근대국가의 성립을 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메타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합의에 이르는 첫걸음이 된다.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 간에는 공유할 만한 근현대사 역사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이제 다름과 틀림에 대해 낭만주의 사관이라는 오류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역사의 주체는 민중도 아니고 민족도 아니며, 당대에 닥치는 대로 살았던, 그리고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형편을 개선해 보려 했던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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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마 2016-12-17 10:43:30
박근혜가 버틸수록 좌파에게 더 큰 길을 열어줄 거다. 민심이 보수라면 넌더리를 칠테니까. 극민 의사 무시하다 지 애비가 뭔 일을 당했나 배운 바가 없는가.
국정 교과서는 역사 전문가가 아닌 자들이 만들어 한 페이지 당 최대 243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구료가 지불됐다, 이건 집필 원고료가 아니라, 지가 원하는대로 써달라고 매수로 쓴 돈이다. 미용질, 마약질처럼 다 세금으로 썼다. 이런 교과서는 절대 나와선 안된다.

웃기지마 2016-12-17 10:35:15
친일파 청산대신 친일파와 손잡고 지금까지 친일파가 날뛰도록 망국의 기반을 만든 자가 이승만이다.
박정희는 지금 청와대에 들어앉아 나올 생각을 않는 지 딸의 롤 모델로 장기 집권을 위해 반공의 이름으로 무고한 생명을 수없이 죽인 자다. 오늘 날 빨간 좌파가 온통 득세하도록 길을 연 자다.

웃기지마 2016-12-17 10:34:08
1월 한 겨울 얇은 옷을 걸치고 나라 위해 싸우겠다고 모여든 50 만 명의 국민방위군은 아사자, 동사자, 병사자가 약 9만에서 12만여 명에 이르렀고 고위 간부들이 군인들의 의복, 식량 등에 관한 비용 약 72억원을 착복했다. 이승만은 이들을 처벌했을까 ? 그들은 대부분 승승장구했다.

웃기지마 2016-12-17 10:33:35
전쟁 중 국민들 속이고 혼자 도망가서 다리 끊고, 그래서 서울을 못떠난 시민들을 빨갱이 협조 부역자로 쓸어죽인 이승만. 전쟁 중 선거치르는 놈이 제 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