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4차 산업혁명 그 생존의 조건 조직의 혁신만이 살 길
다가온 4차 산업혁명 그 생존의 조건 조직의 혁신만이 살 길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 승인 2016.12.19 05: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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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체 창의적인 전문가들은 어디에 있나.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누가 전문가인지 알아야 일단 후보군이라도 정해 면접을 하고 뽑을 것이 아닌가.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특정 공직의 경우에는 지원 없이 후보를 먼저 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전문가시장이 발달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가시장이 발달해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정책 분야의 경우를 보면 매년 여름 하버드 MIT 보스턴대와 미국국립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가 있는 보스턴에서 매년 국립경제연구소 주최 하계 세미나(summer institue)가 두 달간 열린다.

필자가 전공하는 통화정책이나 국제금융정책만 해도 그 중 1주간 열려 필자도 여러 차례 참가하기도 했지만 우선 이처럼 경제학 중 한 분야의 세미나가 1주일간 열린다는 자체가 놀랍다. 

매년 전 미국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참가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갑론을박의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카네기 멜런대와 로체스터대는 공동으로 매년 2~3일씩 통화정책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된다. 

실리콘 밸리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전문가 시장 

노벨경제학 수상자에서부터 팔순의 노학자, 신진 박사들이 함께 토론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워 보이기조차 할 정도다. 이러니 미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누가 출중한 전문가인지 그 분야 전문가들이 먼저 알고 있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옐런 현 연준 의장 등도 모두 국립경제연구소 하계 세미나 고정 멤버였다.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월가에서 직접 경제자문기관을 설립해 운영했던 소문난 경제예측 전문가였다. 대개 민간부문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 받은 다음에 중요한 공직을 맡고 본인들도 국가에 대한 봉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경우에는 누가 전문가인지 모르니 자연 대부분 전문성보다는 허명만 앞서 있는 소위 빅네임들이 여기 저기 돌아가면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자리를 도맡고 그 결과 때로는 엉뚱한 정책을 내놓기도 하는 일이 예사다.

심지어 과거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과거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를 보고 임명하다 보니 과거 실패한 인사를 다시 중용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벤처기업 경연대회가 실리콘 밸리 곳곳에서 열린다. 심지어 스탠퍼드대는 모든 학과에서 창업실무를 개설하고 창업경연대회에 작품을 내고 참가해야 학점을 준다고 한다.

심지어 이 대회에 실리콘 밸리의 마운틴 뷰에 밀집해 있는 벤처캐피털회사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우수한 작품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다보스포럼(Davos Forum)을 매년 주최하는 세계적인 경제자문기관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세계경쟁력보고서’(World Competitiveness Report)는 2014년 미국의 경쟁력을 세계 3위로 평가했는데 이 중 혁신능력을 2위로 평가했다. 

2015년 초 미국 보스턴에서 열렸던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한국경제학회 한미경제학회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 개최했던 보스턴라운드테이블에 참가했던 하버드대 리차드 쿠퍼(Ricahrd Cooper) 교수도 미국 경제의 강점은 혁신능력과 위기로부터의 복원력과 적응력이라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미국은 혁신국가라는 것이다. 미국은 기업은 기업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거의 모든 조직이 혁신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이디어는 혁신조직에서 나온다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혁신적이란 ‘새롭고 놀라우며 엄청 유용한’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새롭고 놀라우며 엄청 유용한’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조직이 혁신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롭고 놀라우며 엄청 유용한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에 돌풍을 일으킬 상품에 대한 콘셉트가 나온다. 

조직이 이렇게 되려면 창의적인 전문가들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에릭 슈미트는 강조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창의적인 전문가들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연구하고 고민하고 생각해서 ‘새롭고 놀라우며 엄청 유용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남보다 앞서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둬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로 러시아워에 빼앗기는 시간이 아까워 스스로 재택근무를 자청하기도 하고 시간유연 근무제를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통솔해야 하는데’ 하는 관리 개념은 혁신조직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관리자 또는 책임자는 창의적인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조직은 마치 지도교수가 연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막힌 부분을 조언해 주되 연구는 학생들 스스로 하는 조직과 같다. 이 점이 바로 구글이나 시스코(Cisco) 회사를 구글캠퍼스, 시스코갬퍼스로 부르는 이유다. 

혁신조직의 특징 중 하나가 조직이 수직적이 아니고 수평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혁신기업들의 조직 특성이 수평조직이다. 직급(1급 2급 3급 등)이나 직위(국장 부장 과장 등)가 높은 사람이나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부장 과장 등 조직의 장이 되어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다.

구글에서는 누구든지 어떤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알거나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추진하려고 하는 사람이 직책인 팀장이 되고 그 프로젝트에 동조해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직급 직위 구분 없이 팀원으로 합류해서 하나의 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처럼 수평조직은 조직의 구조가 계급이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설계된 자율경영팀(selfmanaged team)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당연히 팀은 종료되고 또 다른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이처럼 프로젝트에 따라 생성 해체를 반복하면서 역동적으로 조직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창출하는 수평조직 

수평조직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조직이 설계되기 때문에 조직 내의 수직적 계층이 대폭 축소되어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 팀장에게 대부분의 권한이 위임되거나 팀장이 바로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다.

팀의 규모는 구글에서는 피자 두 판을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규모인 7명 내외가 팀 규모로 적정하다고 한다. 프로젝트가 커지면 당연히 직무에 따라 한 프로젝트 내에 여러 팀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수평조직에서는 관리라는 말은 사라진다. 일사불란을 중시하는 관리라는 단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혁신은 양립하기 힘들다. 수평조직은 계급주의 또는 재직기간주의(tenurocracy)가 아니라 실력주의(meritocracy)가 지배하는 조직이다.

계급보다 아이디어가 사람을 움직인다. 아이디어를 주장한 사람에 동조자가 있어야 팀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 첫 동조자(first follower)가 중요하다고 한다. 첫 동조자가 나오면 망설이던 여럿이 용기를 가지고 참여하게 되면서 팀이 만들어진다. 첫 동조자는 괴짜 아이디어맨을 리더로 만든다. 

따라서 이런 혁신적인 조직에서는 계급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과거 관리자 중심의 수직적 인간관계가 아니라 창조적 전문가 중심의 새로운 수평적 인간관계가 만들어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창의적인 전문가들이 모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미국, 특히 창조경제의 온상인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조직은 수평조직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그 직장에 함께 일하고 싶은 창의적인 전문가들이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내부에 없으면 외부에서 동조자를 찾기도 한다. 대학에서는 비슷한 주장의 학자들이 모여들면서 하나의 학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학에서 마저 연배에 따라 수직적 질서가 형성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도전을 부르는 개방조직 

미국 정부나 기업 조직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개방적이라는 의미는 조직 내부에서는 팀이나 부서 간에 칸막이가 없어 정보가 공유된다는 의미이고 대외적으로는 중간 채용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미래에 유망한 상품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 상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데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내외부 구분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채용하는 것이지 반드시 내부에서 승진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최고를 추구한다. 최고의 인재가 영입되어야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경영철학이 보편화되어 있다. 

공직도 마찬가지고 중고교 교사나 대학의 교수, 학과장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학과장을 예로 들면 대부분 학과장을 전 세계적으로 공모한다. 유명 대학의 경우 명성에 힘입어 적어도 국제 학술대회 개최 정도는 문제가 없는 수준의 연구 실적과 명성을 가진 교수를 학과장이나 학장으로 초빙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교장이나 교사를 공모한다. 

명문 대학을 나온 실력파들이 교장도 되고 교사도 된다. 공직의 경우에도 내부는 물론 민간부문에서 해당분야 최고의 업적과 전문 실력이 입증된 전문가들을 놓고 선발한다. 이처럼 미국 사회는 기업 초중등학교 대학 공직 등 거의 모든 조직이 개방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것이 미국 경쟁력의 엄청난 원천이다. 어떤 자리도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니 최고가 안 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만이 아니다. 최근 경제계의 화두 중의 하나가 영국이 2013년 7월 캐나다인으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카니(Mark Joseph Carney)를 1694년 영란은행 설립 이후 비영국인으로서는 처음 영란은행 총재로 영입했다.

앞서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미국 연준 부의장과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피셔(Stanley Fischer)를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2005~2013)로 영입한 적이 있고 2013년 9월 인도 중앙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최연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시카고대 라잔(Raghuram Rajan) 교수를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했다. 지금 세계 경제가 회복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직 미국 영국 인도 경제만이 견고한 회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듯 싶다. 

미국은 거의 모든 조직이 개방적이기 때문에 특정 조직이 손해 볼 이유도 없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실패한 사람들도 갈 데가 있어 실패의 두려움이 없어 창업을 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실패한 경험을 높이 사기도 하니까 실리콘 밸리 청년들은 두려움 없이 창업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청년들만 아니다.

인도 중국 등 전 세계 우수한 청년들이 노트북 한 권 달랑 들고 실리콘 밸리의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어 그야말로 한국식으로 라면 먹으면서 2~3명이 비좁은 연구실에서 대박의 꿈을 안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는 바로 개방조직과 성공한 벤처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제도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진화는 학습조직에서 이뤄진다 

구글 시스코 등 실리콘 밸리의 정보통신기술회사들은 회사 건물을 구글캠퍼스 시스코캠퍼스 등 스스로 캠퍼스라고 부르고 있다. 회사도 대학의 캠퍼스처럼 언제나 연구하고 학습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학습하기를 좋아하는 창의적 전문가를 영입했으면 이들이게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학습 결과는 바로 기업의 혁신적인 상품생산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정보통신기술회사들은 창의적 전문가들을 지시하고 관리하기 보다는 가능한 많은 자유를 주는 근무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습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고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 주기만 하면 창의적 전문가들은 스스로 학습한다는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모바일 시대 혁신은 광속도라고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500여 년간 일어났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이 지난 50년 간의 인터넷 혁명 중에 일어났고 향후 5년 내에 일어날 모바일 혁명은 다시 과거 50년간의 인터넷 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혁신에 늦어지는 조직은 생존경쟁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만이 살아 남는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이 바로 학습조직이다. 

학습조직이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서 조직원이 학습할 수 있도록 기업이 모든 기회와 자원을 제공하고 학습 결과에 따라 지속적 변화를 이뤄 가는 조직이다. 이런 학습조직은 학교의 모습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실리콘 밸리의 정보통신기술회사들이 자신들의 회사 건물을 캠퍼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학습조직 이론을 처음 주장한 센지(Peter Michael Senge) 교수는 “배우는 능력의 부족은 어린이들에게는 불행한 일로 그치지만 조직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것이다.

학습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단지 몇몇 회사만이 인간 수명의 반 정도까지 살아남을 뿐 대부분의 기업은 마흔이 되기도 전에 사라진다”고 분석하고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지식 창출과 지식의 생산력에 좌우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지식 인프라 구축이 기업 성패의 관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의적인 전문가를 중시하는 인력개발과 혁신생태계로서의 조직관리, 더 나아가서는 조직문화를 수평적 개방적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길만이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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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2016-12-20 04:44:05
몰락한 막스주의와 다수의 피를 빨아먹는신자유주의를 넘어, 제3의 길로 어정쩡한 유럽은 오래 전부터 깊이 앓고있다. 변화한 현실의 다양성을 위한 혁신은 물이 구비 구비 산을 돌며 자생적으로 길을 찾듯 미래의 벙향을 찾게해줄 자생적인 힘이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개개인이 중심에 서서 스스로의 길을 내는, 인간에 희망을 두는,

다양성 2016-12-19 20:58:54
거대 은행들과 유수의 기업들이 모델이 되고, 걸맞는 초 엘리트 계층화와 이노베이션에 대한 독려와 압력.
하지만, 서구의 경제는 휘청이며 죽어가는 모델인 징후가 뚜렷하다. 다양성은 대부분 IT 분야에서 꽃 피웠다.
우리가 갈 길은 아직 시도해본 적이 없었던 다양성이다. 이를 위해, 교육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대대적인 혁신 정책이 필요하다.
세계는 변해가는데, 이노베이션을 주도해야할 정치권은 과거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