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증오심을 아는 자가 권력을 얻는다
대중의 증오심을 아는 자가 권력을 얻는다
  • 홍준석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6.12.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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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맹신자들> 에릭 호퍼 著, 이민아 譯, 궁리출판

<맹신자들>은 대중 심리학 고전이다. 1951년 발표된 이 책은 뛰어난 사회학적·심리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 에릭 호퍼의 탁월한 식견은 어디서 왔을까? 아마 일찍 부모를 잃고, 병마에 시달리며 떠돌이 노동자로 지낸 그의 경험이 깊은 사색을 가져왔을 것이다. 

<맹신자들>은 카리스마 지도자가 많은 대중을 어떻게 다루는지 설명한다. 카리스마 지도자는 먼저 자괴감(自愧感)에 빠진 대중에게 비전을 제시한다. 새로운 희망을 찾는 대중은 새 비전에 쉽게 동화된다. 

“대중운동의 강력한 매력은 그것이 개인의 희망을 대체한다는 점이다. 대중운동은 대중을 미래라는 희망에 마취시키며 그것을 현재의 즐거움으로 믿게 만든다.”

카리스마 지도자는 대중의 심리적 결핍에 ‘증오심’을 심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대중은 아주 쉽게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공동의 증오는 아무리 이질적인 구성원들이라도 하나로 결합시킨다. 공동의 증오심은 원수라도 동질감을 형성한다.” 

또 ‘보좌진의 충성을 끌어내는 능력’ 역시 카리스마 지도자의 필수 요소로 꼽는다.

“지도자의 놀라운 권능은 대중을 장악하는 능력보다는 소수 유능한 인재를 압도하는 능력에서 나타난다. 이 소수의 인재들은 대담무쌍하고 자부심 강하고 지적이며 대규모 과업을 조직하고 수행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지도자의 의지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가까운 보좌진의 충성을 끌어내려면 지도자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솔선수범 행동가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요컨대 비전 제시, 증오심 활용, 자발적 행동가라는 요건을 갖추면 대중을 통제하는 권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은 14장 ‘단결의 동인’에서 특히 빛난다. 평화적 설득보다 폭력적 강압이 대중 운동에 더 효과적이란 주장이다. 반대 대중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이 오히려 반대 대중 포섭에 더욱 효과적이라 설명한다. 

“강압에 의해 전향한 사람이 설득으로 전향한 사람보다 더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는 더 심한 경우도 있다는 증거가 있다.” 

강한 신념의 지도자가 총칼까지 활용하면 극한의 권력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대중 심리를 보는 예리한 시각이다. 힘의 방향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대중 심리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분석했다. 

<맹신자들> 저자의 잘못된 맹신이 있다. 바로 대중 심리를 악(惡)으로 전제함이다. 물론 대중 심리를 선하게 활용한 링컨, 간디, 처칠 등도 다뤘지만 전반적으로는 대중 심리를 펌하한다. 못된 지도자의 도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대중의 증오를 악(惡)이라 볼 수 있을까? 대중의 증오는 오히려 부패한 사회를 정화하는 장치이다. 대중 심리가 히틀러·스탈린 같은 지도자의 노예일 때도 있지만, 그런 예외 상황을 일반화하긴 어렵다. 대중 심리의 선(善) 기능에 더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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