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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vs ‘해피 홀리데이’ 영화 속의 크리스마스

[영화평]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6.12.22l수정2016.12.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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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위원  webmaster@futurekorea.co.kr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행복한 날일까? 지금까지는 그랬다고 할 수 있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대산 ‘해피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바뀌면서 눈치를 보면서 끼리끼리 즐기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정작 기독교인들에게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문화의 확산과 차별금지 흐름이 만들고 있는 또 다른 풍경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란 주제어로 imdb(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 200편의 영화 목록이 뜬다. 같은 제목 또는 같은 소재로 만든 영화 중에서는 압도적 1위 그룹에 드는데, 예상외로 연륜은 짧은 편이다.

1945년 쯤에서 ‘코네티컷 크리스마스’(Christmas in Connecticut)란 영화가 등장한다. 음식 평론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엘리자베스 레인은 요리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며, 농사도 잘 짓는 농장 일꾼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은 라면 하나도 제대로 끓일 줄 모르는데다 방 여기저기에 벗어놓은 옷이 굴러다닐 정도로 집안은 엉망, 벼가 풀인지 나무인지도 알지 못하는 말로만 농사꾼. 도시에서 혼자 사는 독신 아가씨다. 

어찌됐든 거짓말로 포장한 칼럼은 계속 잘나가지만 천벌의 시간이 다가온다. 편집장이 엘리자베스의 농장으로 VIP 손님을 초대해 농장 구경도 시켜주고, 엘리자베스의 음식과 살림 솜씨를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소동이 벌어진다는 상황이 펼쳐진다. 물론 독신 음식 평론가는 미녀고, 초대 손님은 멋진 총각이다. 

젊은 청춘 남녀의 러브스토리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사랑에 풍덩 빠지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1992년에 TV용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 

예수, 산타클로스,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영화 주제 많아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이지만, 이날 예수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는 스크루지. 돈은 많고 심술궂은 구두쇠 악당의 대표 주자다. 젊고 착한 직원을 끊임없는 잔소리로 괴롭힌다.(악한 주인공은 돈이 많고, 착한 주인공은 대체로 가난하다는 구성은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스크루지 할배가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난 뒤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교훈적인 또는 누군가 그렇게 했으면 좋을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스크루지’로 검색하면 98편이 나온다. 크리스마스에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스크루지 캐릭터와는 상관없이 스크루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출연 횟수가 잦은 장수 주인공 중의 한명이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송해 할배는 명함도 내기 어렵다. 경로당 최고 어른과 그 어른을 뒷수발 해야 하는 ‘청년 노인’ 정도의 차이쯤 될까. 

그보다 더 출연 편수가 많은 주인공은 크리스마스를 생일로 삼고 있는 불세출의 스타 ‘예수 그리스도’와 ‘산타 클로스’다. 

‘Jesus christ’로 검색하면 200여 편 리스트가 나온다. 프랑스 파테영화사가 1906년에 만든 <예수의 열정과 죽음>(Passion et mort de N.S. Jesus-Christ)이란 영화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계속 등장하고 있다. 

‘Santa claus’로도 200여 편이 등장한다. 흰수염 가득한 얼굴에 빨간 모자, 순록 루돌프가 끄는 선물마차를 타고 집집마다 돌며 양말 속에 선물을 두고 간다는 ’선물 할아버지‘의 아이콘이 정형화 되어 있지만, 드물게는 외로운 여자들에게 색다른 선물을 전하는 에로틱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나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캐럴, 산타 클로스 등은 모두 크리스마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장르로 묶을 수 있고, 그 숫자를 다 헤아리면, 베스트 셀러이면서 스테디 셀러라는 사실이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기독교를 넓게 공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웃을 사랑하고 예수의 복음을 전하라는 종교적 가르침을 영화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텔레비전이 흑백 화면을 내보내던 시절, 크리스마스의 고정 메뉴처럼 등장한 영화는 <34번가의 기적>. ‘Miracle on 34th street’라는 제목을 가진 이 미국 영화는 1947년에 처음 등장했고, 1994년에 다시 만들어졌다. 흑백 TV 시절에는 1947년 작을 자주 봤고, 리메이크가 나온 이후에는 그 영화가 ‘34번가의 기적’으로 통했다. 

산타클로스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옥신각신 끝에 재판까지 벌어지지만 산타클로스는 착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현대판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같은 제목으로 TV용 영화가 두 편 더 나왔고, <34번가의 악몽>(Nightmare 0n 34th street)이란 영화는 2017년 1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로 더 알려진 경우는 <나홀로 집에>(Home alone). 어느 부자 가족이 유럽으로 단체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는데, 들떠서 북적거리는 바람에 막내 꼬맹이를 빠트리고 왔다는 것을 비행기를 타고서야 안다. 돌아가야겠다고 다시 난리 소동을 벌이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돌아가는 길도 험난하다. 

집에 홀로 남은 꼬마는 나이는 어리지만 영악하기가 셜록 홈즈와 맥가이버를 합쳐도 모자랄 만큼이다. 어리버리한 도둑이 휴가철 빈집인 줄 알고 덤벼 들었다가 꼬마에게 된통 당하는 이야기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개봉 때도 흥행 결과가 좋았지만 하도 여러 번 방송에 등장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공식 지정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숙하다.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다뤄

좀 더 어른스러우면서 달달한 분위기를 띄우는 작품은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이런 저런 사랑이야기 11개를 모은 옴니버스 스타일 구성을 차용하고 있다. 떠나간 사랑, 지금 사랑, 다가올 사랑 등 갖가지 사연들이 펼쳐지지만 결국 크리스마스에 그 모든 사랑이 이뤄진다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

2003년에 처음 개봉했지만 2013년과 2015년에 다시 극장 개봉을 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현실에 바탕을 둔 판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가슴 아파하는 경우라면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크리스마스 힐링’ 영화의 전형으로 꼽을 만하다. 

이밖에도 <세렌디피티> <시애틀의 잠못드는 밤> <패밀리맨> <로맨틱 홀리데이> 같은 로맨틱 멜로들이 많지만 결론은 대부분 ‘메리 크리스마스’다.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이나 <다이하드2>(Die Hard 2)는 험난한 크리스마스를 겪는 사례들.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이지만.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남 괴롭히는 일을 인생 최고의 목표이자 즐거움이라고 여기는 심술쟁이 잭 스켈링튼은 산타클로스를 납치해서 대신 자신이 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목표는 주민들을 놀라게 하고 괴롭히려는 것. 엉뚱 황당한 소동이 벌어지지만 결국 마음을 바꾼 잭은 산타클로스를 풀어주고, 주민들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는 내용. 팀 버튼의 시니컬한 비틀기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컬트적 작품. 

<다이하드2>는 크리스마스를 테러리스트와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맞는 형사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업무에서는 업계 최고를 달리지만 가정을 지키는 일에는 낙제생인 형사 맥클레인은 LA에서 오는 아내를 마중하러 달라스 공항에 나갔다가 거동 수상자를 발견하는데,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테러 일당들.

테러범들은 공항을 장악하고, 체포된 그들의 지도자를 석방하라며 위협하는 상황과 마주친다. 공항 경비대가 어리버리하며 계속 헛다리를 짚는 동안 맥클레인은 나홀로 전투를 시도한다.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무사히 아내와 조우한 화면 위로 크리스마스 노래 Let it snow가 흐른다. 

우리 영화 중에도 크리스마스를 다룬 경우가 있는데, <8월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해피 에로크리스마스> 같은 작품들이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제목에 크리스마스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남자의 죽음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도 전하지 못하고,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나누지도 못한 슬픈 사랑이 아련한 여운을 남긴  경우다. 

<해피에로크리스마스>는 애동스러운 제목을 달긴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느 온천 관광지를 무대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애인을 만들겠다는 초보 경찰, 짝사랑만 하다가 그 마저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깨지는 볼링장 여직원, 경찰관의 친구이지만 감옥을 들락거리는 건달이 맞는 크리스마스 사랑 만들기 이야기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란 영화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 노숙자 친구들이 버려진 아기의 행복을 다시 찾아준다는 내용.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배경을 가진 기념일이지만, 그 배경 때문에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모습도 보인다.

특정 종교의 강조나 부각이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다. 미국 사회가 출발부터 다문화 사회이기는 했지만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에 뒀다는 공감대가 있고, 사실상 국교나 다름없다는 인식은 넓게 퍼져 있다. 크리스마스를 국가적 명절로 인식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느 사이 크리스마스의 기념은 특정 종교를 강조하는 것이고, 다른 종교 특히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공개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기도 조심스러워지는 상황인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고 부르지 못하고, 뭔지 알 수 없는 ‘해피 홀리데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국인들 특히 기독교적 백인들의 정서에 반발심을 가져왔고,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해피 홀리데이라고 불러야 하는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블루 크리스마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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