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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는 이유가 없다, 기운찬 2017년을…

[심층분석]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l승인2016.12.29l수정2016.12.2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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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webmaster@futurekorea.co.kr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변화를 이끄는 힘 

영화로 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악당에게 시달리며 위험한 지경을 헤매는 주인공 같다. 유별나게 비극이나 공포를 다룬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는 기승전결의 구성을 따르며,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다.

액션 영화가 그렇고, 청춘남녀의 연애를 다룬 멜로드라마도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그래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라는 것으로 끝난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극복하려 애쓴다면 결국은 해낼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영화적 구성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 2017년 실현해야 할 과제는 법과 제도가 사회를 이끄는 나라다.

새로운 희망 2017년 새해 

2016년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격동과 혼돈의 과정을 겪었다. 대통령 측근이 국정에 간여하며 사사로운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고, 현직 대통령이 그 일에 관여된 혐의로 탄핵을 당했다. 국내외적 중요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덮고 가리며 오로지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로 지샜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대통령이 탄핵 당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마냥 놀랄 일이 아니다. 이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탄핵을 경험했고, 지난해 올림픽이 열리던 브라질에서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있었다.

파라과이(1999, 2012), 에콰도르(2005), 리투아니아(2004), 필리핀(2001), 인도네시아(2001),페루(2001), 미국(1998, 1974, 1868) 등에서도 탄핵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외를 다 합치면 18건 정도가 되는데, 부패, 직권남용, 무능 등 이유는 각양 각색이다.

탄핵이 이뤄져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경우도 있고, 의회의 부결이나 대법원의 판결로 업무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백악관 집무실 안에서 인턴 여직원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미국을 넘어 세계적 화제가 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직무를 계속했고, 브라질의 페르난두 콜로르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측근들의 부패행위로 인해 탄핵을 당했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대통령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정치에 입문하던 당시 콜로르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진 스타 대통령이었다. 1989년, 국가재건당을 창당하여 그 해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 끝에 신승함으로써 29년간의 군정을 종식시킨 첫 민선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 브라질 계획’을 시행하면서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지나친 통제로 인해 경기는 오히려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대대적인 부패추방운동을 하여 한때 ‘미스터 클린’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으나,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참모를 통해 2800만 달러의 부정축재를 한 혐의가 드러나 탄핵을 당했다, 1992년 10월 하원의 탄핵으로 직무정지를 당하고 상원에서도 탄핵절차가 진행되자 12월 29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그후 간접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약 2년간에 걸친 공판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부정축재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회의 탄핵을 받았지만 헌법 재판을 통해 ‘죄는 있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판결을 얻어냄으로써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파란을 겪었다. 

이런 사례들과는 달리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은 3선까지 당선되었으나 집권 기간 동안 일어났던 각종 비리와 약점이 드러나 사법과 언론 장악, 의회 강제 해산, 1995년 선거 과정에서의 야당 후보 도청, 3선 연임을 위한 변칙적 법률 승인, 2000년 선거에서 행한 유권자 수천 명의 명부 조작, 국고 유용, 헌법상 투표권이 없는 군인과 경찰의 신분증 위조 발급 등 비리로 인해 집권 10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정치적 도피와 재기를 모색하던 후지모리는 2007년, 칠레에서 페루로 송환되었고 25년 형을 선고 받았다. 오랜 재판 끝에 2010년, 페루 대법원은 그 형을 확정했고 페루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던 후지모리는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법을 넘으면 그것이 폭력 

탄핵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면, 그 나라의 법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역설적으로 민주적 권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 결의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합리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채 선정적인 여론과 비난을 빌미 삼아 인민재판식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은 개인이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사적인 복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자기 아들의 복수를 하겠다며 부하들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른 일이 드러나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법이 있는 세상에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느냐 는 놀라움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행태는 법을 만들고, 혼란스러운 민심 속에서 침착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성숙한 태도와는 아예 담을 쌓은 듯 오히려 민심을 자극하고 법절차보다 먼저 흥분하고 선동하는 태도를 더 많이 보여줬다.

누군가의 잘못을 비난하고 단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수록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위기에 편승한 폭력이거나 법리적 절차를 견딜 수 없는 초법적 욕심을 감추기 위한 선동일 뿐이다. 

지난 연말 무렵, 대한민국을 흔든 바람은 합리적 시시비비가 아니라 여론을 동원한 인민재판식 처형을 요구하는 우격다짐 같은 것이었다. 감정적으로 흥분한 군중과 무한대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처럼 자신들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모든 의견이나 행동을 매도하려는 야당 국회의원들, 사실을 근거로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념적 지형이나 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를 재단하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대통령이 정치적 권위를 잃었고, 대한민국의 민주적 안정은 더 크게 흔들렸다. 위기였고 국난이었다. 대통령이 잘못했다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법리적 절차를 뛰어넘어 여론을 동원한 마구잡이 복수극이 되어도 좋다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정상은 다가온다. 가파른 경사에 서 있는 한국은 혹시 희망의 문앞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진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18일 쌩곰등반클럽과 늘푸른수토일산악회 회원들이 산타 복장으로 북한산을 등반하는 모습. / 연합

희망은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 

어떤 일이든 가장 힘든 대목을 지나야 반전이 가능하다. 2016년을 넘기고 2017년 새해가 되었다고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이지만, 마음으로나마 희망과 기대를 가진다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세상의 흐름.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처럼 희망과 기대가 자리를 지키는 곳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여러 번의 위기와 고난을 당하면서도 결국 헤쳐 나왔다. 6.25 전쟁 때는 패망의 문턱까지 몰렸다가 결국 나라를 지켰고, 수백 년 이어진 가난을 극복하는 일도 실현했다. 지금은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고 탄핵으로 몰고 갈 정도로 민주적 법치도 이뤘다.  

지난 탄핵 정국도 겉으로 보기에는 대한민국이 흔들린 것처럼 보이지만, 탄핵을 주도한 세력들이 기대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론으로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이 하야하고 새로운 선거를 하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은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자리를 지켰고, 결국 판단은 법절차에 따라 결론 나는 상황이 되었다.

‘법대로’를 누구보다 강력히 실천하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상황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지금의 시대를 생각하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법과 제도가 사회를 이끄는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나라를 구하는 일이 되었다. 2017년에 실현해야 할 과제다. 

세상이 가장 어두운 때는 스스로 포기하며 희망을 버리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 이겨내며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누군가의 도움도 소용없다. 더구나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나 나라가 있기는 한가? 희망과 기대를 가지는 데 이유나 근거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 실천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유가 있어서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는 곳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우리라고 만들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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