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경제는 화초, 시들면 회복 안 돼

인기 영합적 ‘정책모범답안’(policy correctness) 틀 깨야 희망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l승인2017.01.06l수정2017.05.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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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webmaster@futurekorea.co.kr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요인으로 ‘위선적 정치수사’(PC: political correctness) 혁파가 주목을 받고 있다. 비근한 예로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도 ‘위선적 정치수사’ 중의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를 쓰게 한 것은, 기독교인이 아닌 이교도(異敎徒)들이 크리스마스에 불편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기독교에 기초해 세워진 나라다. 기독교는 미국의 정체성이다. 다양성으로 정체성을 덮을 수는 없다.

위선적 ‘정치모범답안’(political correctness) 혁파해야

한국도 ‘위선적 정치수사’가 만연된 나라이다. 위선적 정치수사는 ‘위선적 정책 모범답안’을 낳게 된다. political correctness에 빗대면 일종의 ‘policy correctness’라 할 수 있다. 인기에 영합하는 각종 법안이 그 전형을 이룬다. 여기서 ‘한국경제에 미래가 있는가’란 질문을 던져 보자. 경제는 사람이 꾸려나가는 것이 때문에 결국은 ‘경제 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가 중요하다.

최근 경제 활력이 저하된 것도 ‘경제 하려는 의지’가 저상(沮喪)되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 같은 단서를 찾을 수 있는가? 국회에서 발의되는 입법안을 보면 알 수 있다. 탄핵정국이라는 미증유의 정치혼란 속에서 발의된 입법안을 보면 가히 기가 찬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중이 반길 만한 그리고 표(票)를 끌어 모으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이 입법 발의되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법안들이다. 경제 활력을 높이는 법안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전국의 휘발유·경유 평균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 연합

 외신과 해외연구기관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다.  2016년 예상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우리 경제는 2015년 이래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저성장의 구조화’이다. 개인소득 3만달러 이하의 나라에서 2%대 성장은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다.

왜 저성장의 구조화인가.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근본 요인(root cause)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적 현실에서 ‘위선적 정책’은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가 정책의 기저에 깔리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은 크게 약화됐다. 탄핵정국을 틈타 발의된 입법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경제민주화와 연결돼 있다. 경제민주화론의 시각에서 보면 재벌은 모든 ‘경제 악’의 근원이다. 발의된 주요 법안을 살펴보자.

탄핵 틈타 발의된 ‘반(反)시장적 규제법안’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 할 때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을 인적분할하면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상법 규정을 활용해 재벌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렇게 되면 지주회사로의 기업구조 개편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여기서 기업들은 왜 자사주를 취득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았다면 주주에게 배당을 했거나 공장을 증설하는 데 쓰였을 것이다. 자사주 빼놓고는 경영권을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봉쇄’야말로 ‘policy correctness’ 즉  허구적 정책 위선의 압권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 개정안은 롯데와 CJ를 겨냥하고 있다.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는 롯데엔터테인먼트(배급)와 롯데시네마(상영), CJ는 CJ E&M(배급)과 CJ CGV(상영)를 통해 영화 배급 및 상영 사업을 하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수직계열화가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업의 사적 자치를 제한하는 것이다. 배급과 상영을 굳이 분리시킬 이유는 없다. 재벌이기 때문에 분리시키겠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를 옥죄는 법안도 줄을 잇고 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적용 중인 영업시간 제한 및 월 2회 의무휴업제도를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월 4회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과 상권 및 고객층이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굳이 규제할 이유가 없다. 2012년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도 도입 후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보다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컸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매년 정원의 4%에 해당하는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내놨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과 연평균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이면서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민간기업이 대상이다. 청년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엔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현재 연 27.9%인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20%로 낮추는 것이다. 대출 이자율을 제한해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학등록금 상한제법’(고등교육법 개정안)도 문제를 안고 있다. 동 법안은 교육부 장관이 매년 등록금 기준액과 상한액을 정하고, 이를 초과해 등록금을 책정한 학교에는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기 영합적 ‘정책모범답안’(policy correctness) 틀 깨기

이들 법안은 인기영합을 넘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마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反)시장적 규제는 그 규제가 보호하려는 계층에게 큰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예컨대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규제하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들이 대출심사 등을 강화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오히려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반시장적 규제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룬 것은 우리 국회가 ‘인기영합적 정책모법답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은 보호되어야 하며, 대기업은 견제되어야 하며, 누구든지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국가는 청년의 일자리를 책임져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인기 영합적 ‘정책모범답안’의 불편한 진실을 깨야 한다. 정책모범답안은 인기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대형마트를 넘어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휴업하게 하면 과연 골목상권이 부활되는지를 입법 발의자에게 논증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렇게 해서 골목상권에 자영업자가 진입할 때 그들에게 어떻게 충분한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지를 설명토록 해야 한다.

골목상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골목상권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골목상권 이외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일자리 창출의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민영화 시비로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시행해 대학 신입생을 늘렸을 때, 그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지를 설명토록 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선택교육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장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대학진학률 1위 국가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졸업 후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면 그 자체가 큰 재앙이다. 대학생 취업 대책으로 나온 것이 고작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의무고용제라면 이는 정책이랄 것도 없다.

고학력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고학력자의 수를 줄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대학에 진학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대학 진학이 아닌 사회 조기 진출의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의 ‘마이스터고 활성화 대책’은 대학 등록금 반값 정책으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어느 정치인도 감히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중앙 정부는 물론 모든 지자체가 청년고용대책을 세우고 있다. 청년배당과 청년수당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고용대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일자리 그 자체’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 이상의 고용대책은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대형노조의 기득권은 해체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는 구두선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구조개혁 실패에 따른 부실누적: 저성장의 구조화

 “서산에 해는 지는데 아낙네의 갈 길은 멀다. 머리에는 천근만근 보따리가 올려져 있고 등에는 어린 자식이 업혀져 있다. 그런 아낙네의 손을 잡고 걷는 큰 녀석은 힘들다고 칭얼댄다.” 2016년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은유한 것이다. 그 동안의 먹거리는 점차 소진되고 있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다.

가계 부채는 경기회복을 짓누르고 임계점에 도달한 청년실업은 세대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자체 생존능력을 상실한 채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에 의존하는 좀비기업은 경제 활력을 잠식하고 있다.

<표>는 근래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는 2012년부터 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0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6.5%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 기업매출 증가율은 18.5%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유로존 위기가 발생하고 글로벌 경제가 장기간 침체를 지속하면서 매출액 증가율과 제조업평균 가동률은 급락했다.

2010년, 2011년에 과잉 투자한 기업들에게 매출액 증가율과 가동률이 급락하면서 부실이 쌓여갔고 구조조정 위기를 맞게 됐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매출액증가율이 드디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조선과 해운업종의 부실 누적은 현재화됐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경제민주화’와 현실적인 법제도 미비 등으로 구조조정은 정책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설령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했다손 치더라도, 재무 보강을 구조조정으로 잘못 인식했다.

가계부채도 규모, 증가 속도, 질적 측면에서 모두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6월 말 현재 90%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 비율이 85%이면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제약을 주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을 불러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15. 6)에 의하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2015년 3월에 벌써 134만 가구를 돌파했다. 이들 가구의 상당수는 고령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으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연체나 파산으로 이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트럼프의 불확실성도 경제엔 큰 부담이다. 최근의 금리 급상승은 트럼프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일정 시차를 두고 우리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취임 이후 한미 FTA 재협상과 중국의 높은 관세율 부과가 현실화되면 우리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가뜩이나 가계부채로 내수가 부진한데 수출이 급락하면 경기추락은 불문가지다.

한국 경제 반전할 수 있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활력저하’다. 주력산업은 이미 노쇠화 되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은 아직도 모색 중이다. 저성장은 당연한 귀결이다. 반전을 기하려면 ‘경제 하려는 의지’를 북돋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각종 개혁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춰 성장을 이끌 수는 없다. 설령 끌어올린다 해도 이는 한시적이다, 태엽이 풀리면 서고 마는 자동인형과 다를 바 없다.

반전을 꾀하려면 경제운영방식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요구된다. ‘국가 이익’을 과연 ‘정파적 이익’ 앞에 위치시킨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경제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법안의 통과를 저지시켰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이 그 사례이다.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사개혁도 근본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이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개혁안을 짰다. 이들 법안은 경제가 굴러가게 하는 데 필요한 ‘경제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정권의 이해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앞으로의 개혁과제는 인기 영합적이고 위선적인 ‘정책모범답안’의 틀을 깨는 것으로 집약된다. 최근 탄핵을 틈타 발의된 각종 법안은 혁파해야 할 정책모범답안에 다름 아니다. 인간은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노동을 피하고 타인의 노동의 결과를 차지함으로써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약탈이 노동보다 쉬우면 누구나 약탈을 택할 것이다. 법이 규제, 보호, 장려 등의 명분으로 “누군가의 것을 덜어내 다른 누군가에게 준다면” 입법을 요구하지 않을 집단은 없을 것이다. 바스티아(Bastiat)는 일찍이 법이나 정치의 도움으로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을 ‘합법적 약탈’로 명명했다.

국가를 자애롭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민간부문이 아닌 국가가 박애주의의 실천자가 된다면 모두들 입법을 통해 특혜를 받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로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추가하지 않고서는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한 손으로 무엇인가를 빼앗아 다른 손으로 나눠줘야 한다. 한 손은 자애롭지만 다른 손은 거칠다. 그렇게 되면 국고는 약탈의 대상이 되고 국가는 ‘만인이 만인을 착취하는 거대한 허구’로 전락한다.

최근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서법, 떼법, 특수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각종 처분법 등이 횡행하면서 근로 동기와 유인이 상실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무소불위의 합법적 약탈을 제어하지 않고서는 추락하는 경제를 반전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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