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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태블릿게이트’와 죽은 진실의 사회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7.01.06l수정2017.01.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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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초자연 현상을 일컫는 용어 가운데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라는 것이 있다. 독일어로 ‘시끄러운 유령’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물이 저 혼자 마구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거나 하는 현상을 말한다. 폴터가이스트는 호러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2016년 10월, 대한민국에도 이런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발생했다. 장소는 손석희 사장이 있는 JTBC. 그것은 ‘최순실 컴퓨터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태블릿PC’로 변신했다.

▲ 사진출처:JTBC 뉴스룸

이 신들린 물건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청와대 홈페이지 시안 문건을 2013년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수정한 파일로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카카오톡의 이용자 ID와 대화자 ID위치는 JTBC 손석희 사장의 최순실 태블릿PC에서는 반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역시 이 폴터가이스트 태블릿PC의 압권은 저 혼자 독일과 한국을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태블릿PC는 2016년 9월, 국정농단의 주역이라는 최순실을 따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면서 현지 독일 한국 영사관에서 보낸 교민 안전 문자 메시지를 수신했다. 그러나 10월 말, 최순실이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한 날짜보다 약 보름 앞선 2016년 10월 18일, 저 혼자 한국에 들어와 최순실의 국내 사무실 더블루K의 한 책상 서랍에 스며들었다가 JTBC 기자들에 의해 발견되어 입수됐고 요란하게도 ‘최순실 국정농단의 증거’로 방송됐다. 그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과 함께 각종 청와대 기밀문서라는 220여 개의 파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화문에는 ‘100만’이라는 대통령 하야 촛불이 등장했으며 대통령은 결국 탄핵됐다.

그런데 정작 이 태블릿PC의 주인이라는 최순실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 누구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그 태블릿PC안에는 최순실의 셀카 사진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그리고 이동 동선을 알 수 있는 IP정보들이 있다. 그 동선은 최순실이 제주도나 독일을 갔을 때와 일치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쯤 되자 ‘최순실 태블릿PC’라는 이 요물단지는 폴터가이스트를 벗어나는 듯했다. 모든 것이 설명되려는 찰나, 이번엔 더 이상한 폴터가이스트가 등장했던 것. 그 이름은 ‘고영태 태블릿PC’라는 더욱 강력한 요물이었다.

‘태블릿PC는 최순실 혐의와 무관’ 국민을 우롱한 검찰과 JTBC

최순실의 측근이라는 고영태는 2016년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청문회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JTBC가 방송한 그 태블릿PC는 자신이 근무했던 더블루K의 자기 책상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이고, 최순실이 ‘자신은 쓸 줄 모르니 쓸 테면 쓰라’고 해서 받은 별도의 태블릿PC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는 증언이었다. 검찰은 처음에는 즉각 부인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고영태가 제출한 태블릿PC는 아무것도 없는 빈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둘러댔다. 그러니까 검찰은 ‘뭔가 있는’ 태블릿PC만이 최순실의 것인지 수사 대상이고, ‘아무것도 없는’ 빈 태블릿PC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자기 선언을 한 셈이다.

이런 상황은 검찰과 JTBC가 박근혜 대통령을 범죄자로 몰기 위한 ‘반역의 공모’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게 만든다. 국민들은 이 기가 막힌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니까 검찰에게는 JTBC가 방송한 최순실 태블릿PC가 증거물로 있고, 고영태가 ‘이게 진짜 최순실의 태블릿PC’라고 주장하며 검찰에 제출한 또 다른 태블릿PC 즉 2개가 있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JTBC 손석희 사장과 고영태 둘 중에 한 명은 대통령을 탄핵에 까지 이르게 했던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진 가운데 국회 청문회에서는 고영태와 함께 일했다는 자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K스포츠재단의 박헌영 과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고영태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녔고, 자기에게 충전기를 사오라고 했는데 구형이라 맞는 것이 없어 구할 수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더블루K 사무실의 책상은 고영태의 것이고, 사무실을 폐쇄하던 날, 책상 속에 태블릿PC가 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러면 고영태는 검찰에 거짓으로 태블릿PC를 하나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 그래야 했을까.

조작방송은 중대 범죄, 반드시 심판돼야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검찰의 태도다. 검찰은 의혹투성이인 JTBC의 태블릿PC에 대해 전적으로 JTBC의 입수 경로를 두둔하고 있지만, 검찰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밝혔던 태블릿PC 안의 2016년 9월초 독일 영사관 문자 메시지 경위와 최순실이 김한수 행정관등과 나눴다는 카톡의 일치하지 않는 증거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아 모르겠다’고 잡아 떼고 있다. 이렇듯 모순과 의혹이 해결되지 않자, 검찰은 지난 12월 19일 열린 최순실 재판에서 문제가 되었던 JTBC방송의 최순실 태블릿PC를 혐의 증거목록에서 제외했다.

황당한 것은 이 문제의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공무상 기밀유출의 증거가 아니라 정호성 비서관의 기밀 유출혐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자 최순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반격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수사 내내 최순실에게 태블릿PC의 주인임을 자백하라고 요구했나. 처음부터 최순실에 대한 증거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이렇다.

JTBC 손석희 사장은 방송을 통해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이용해 대통령의 연설문을 받아보고 수정하고 했으며 심지어 청와대 기밀문서까지 열람하면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취지로 일대 센세이션을 만들었다. 전 국민이 활활 타오르는 화산처럼 분노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개시되었고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

그런데 이제 보니 태블릿PC의 주인이 누구이든, 사용자가 누구이든 최순실과는 법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인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왜 처음부터 그러한 법리를 밝히지 않고 그 수많은 의혹과 모순된 증거에도 불구하고 ‘최순실의 것’이라고 확정한 건가.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까지 왜 분노했던 건가. JTBC는 그런 방송을 하기 전에 법률자문팀으로부터 ‘최순실의 죄와는 관계없는 것’이라는 해석도 받지 못했다는 것인가. ‘태산명동에 서일필’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쯤에 이르면 JTBC의 이해할 수 없는 방송 내용도 이해할 수 있다.

JTBC 역시 최순실 태블릿PC라는 것이 최순실의 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이미 검찰을 통해 법적으로 알았기에 마음대로 조작을 해도 그것은 증거 조작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노무현 정부의 2004년 청와대 문서 파일을 최순실이 2013년에 수정한 것으로 방송할 수 있었겠나. 존재하지도 않았을 최순실의 카톡 대화 메시지를 그래픽으로 만들어 조작 방송할 수 있었겠나. 그런 점에서 JTBC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지만 이미 검찰과 한통속이 되었기에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자 해도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게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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