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기간 단축’과 ‘모병제’ 포퓰리즘에 춤추는 대한민국 안보
‘복무기간 단축’과 ‘모병제’ 포퓰리즘에 춤추는 대한민국 안보
  • 고성혁 군사전문 저널리스트
  • 승인 2017.01.06 18: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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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가 되면 가진 자는 군대 안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만 먹고 살기 위해 군대가야하는 현실 될 수도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그 날로부터 60일내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선 때마다 외교안보정책은 큰 화두(話頭)로 등장한다. 후보의 정체성이 그대로 표출되는 부분이다. 유력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박근혜표 외교안보정책을 뒤엎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만약 문재인식 외교안보노선이 관철된다면 트럼프행정부와 충돌은 불가피하게 된다.

게다가 선거철만 되면 ‘군 복무기간 단축’과 ‘모병제 전환’ 공약은 단골 메뉴다.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와 그들의 부모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군복무기간 단축을 대선공약에 내걸었던 것처럼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
 30개월이던 육군 복무기간은 김영삼 대통령 이후 4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21개월로 단축되었다. 젊은층을 겨냥한 일종의 포퓰리즘 정책에 악용된 결과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정권은 공약대로 2003년에 군 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했다. 노무현 정권은 재임기간 중 병력감축계획의 일환으로 국방개혁2030을 추진했다.

정권 말기 2007년에는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일 계획을 구체화 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2010년 천안함폭침이 터지면서 18개월로 줄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국방부의 의견이 반영되어 21개월로 조정되었다. 2012년 대선 유세 마지막날 박근혜 후보도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력자원의 감소를 우려한 군의 반대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반대로 군 복무기간이 늘어나서 군장병에게는 악몽 같은 해도 있었다. 6·25전쟁을 제외하고 가장 길게 군복무를 했던 시절은 1968년이다. 청와대 기습사건인 1.21 사태로 말미암아 ‘제대특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군은 6개월, 해·공군은 3개월씩 자동으로 늘어났다.

복무기간 단축보다 한술 뜨는 안보포퓰리즘 공약도 있다. 징병제폐지, 모병제 전환 주장이다. 과거엔 대체로 급진좌파 후보들이 내거는 선거공약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권 인사까지 모병제 주장을 공공연히 한다. 지난해 9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월급 200만 원의 모병제 전환을 강하게 어필했다.

모병제 하자는 사람들의 전략

위헌정당판결로 해산된 과거 통진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징병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그들의 징병제 폐지는 남북간 대결 국면을 타파하자는 미명(美名)하에 대한민국의 국방력 약화를 목적으로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민노당(통진당 전신)의 선거공약에는 병력을 6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줄임과 동시에, 징병제 폐지와 모병제 전환 주장이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예비군제도 철폐와 무기체계의 대규모 축소까지 주장하는 등 안보기능의 전면적 해체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모병제전환 주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대체로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양적군대에서 질적군대로 전환, ▶정예화로 국방예산 절감 ▶병력자원 감소에 대한 대비 ▶모병제는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다. 남경필 지사는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면서 “30만 정예 병력이면 충분하며 머릿수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모병제 전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아직은 징병제 유지가 우세하다. 한국갤럽이 2016년 9월 27~29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물은 결과 48%는 ‘현행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 35%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17%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초반은 모병제를 선호하지만 20대 중반부터 40대까지는 징병제 유지와 모병제 도입에 대한 입장이 비슷하게 나왔다. 50대 이상에서는 징병제 유지가 55%로 우세한 통계가 나왔다.

200만 원 월급 주자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월급 200만 원의 모병제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병장의 월급은 약 20만 원이다. 그렇다면 200만 원 받는 직업군인 1명을 위해 10명의 병장이 줄어들어야 한다. 42만 사병의 월급을 전체 투입한다고 해도 약 4만 명의 직업군인 월급밖에는 안 된다. 현재의 간부(부사관+장교) 병력 18만 명까지 합해도 22만에 불과하다. 과연 이 병력으로 북한의 위협을 커버할 수 있을까?

남경필 지사의 주장처럼 정예 병력 30만의 직업군인을 유지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건비가 소요된다. 사회보장제도와 연금까지 고려한다면 몇 갑절 상승한다.
현재의 GDP 대비 2.7% 국방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GDP 대비 4% 이상의 국방비를 책정하는 법제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가능할까? 한없이 늘어나고 있는 복지비를 줄여 모병제를 위한 국방비로 전환될 수 있을까? 더구나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미군의 경우 대테러전 종식과 함께 예산절벽으로 국방비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빈 라덴 사살의 공로자 조차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복무연한을 불과 2년 앞두고 전역당했다. 최강국 미국조차 150만의 상비군을 운영하는 데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직업군인제도 하에서는 월급 못지 않게 연금이라는 압박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병제 전환과 유지의 관건은 돈이다. 예산 문제 해결 없는 모병제 전환 주장은 국방력 해체와 다름없는 선동일 뿐이다.
  
한국은 징집-모병 혼합제

 사실 한국의 병역제도는 엄밀히 따지면 징집+모병 혼합시스템이다. 사병은 징집제이지만 간부급(부사관 이상 장교)은 모병제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사병은 42만, 부사관은 11만, 장교는 7만 명이다. 전체 병력 60만 기준에서 사병, 장교 비율은 70:30정도이다. 2005년에는 75:25 정도였다. 국방개혁2030으로 2030년까지 전체 병력을 52만까지 줄이는 과정에서 복무기간단축 등으로 사병의 병력수가 지속적으로 감소된 결과다. 국방부는 향후 사병과 간부의 비율을 60:40으로까지 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의 경우 육군은 100% 징집병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육군에는 장교(將校) 육성 시스템인 육군사관학교가 없다. 일반 병사에서 추천제로 부사관을 선발하고, 부사관에서 또 심사와 추천으로 장교로 임관(任官)한다. 굳이 비교한다면 과거 우리의 ‘갑종’ 시스템과 유사하다. 속칭 ‘신참소위 길들이기’는 이스라엘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짬밥’과 ‘계급’이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단점은 있다. 지휘관을 양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에 현장 감각이 있는 지휘관을 육성하는 부분에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영국의 경우는 또 다르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1960년에 징병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영국 왕실과 고위 귀족에게 만큼은 현재도 병역의 의무를 부과한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차남 엔드류왕자는 포클랜드 전쟁 당시 해리어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왕세손인 해리 왕자는 2007년 23살로 아프가니스탄 최전선에서 육군으로 복무했다.

모병제는 적 위협이 없을 때 가능

근무지는 탈레반 반군이 절반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영국군과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였다. 당시 탈레반 반군은 해리 왕자의 근무지를 기습해 해리 왕자 납치를 기도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 역시 공군으로 전역했다. 전통적으로 영국 왕실 결혼식에 왕자들은 군복을 예복으로 착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의 사관학교제도는 한국과 미국의 사관학교와는 그 출발이 다르다. 영국의 사관학교는 귀족 자제를 장교로 교육시키는 데서 출발했다. 처칠 총리도 샌드허스트 영국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그만큼 귀족의 자제가 군사교육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전통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은 유사시 모병제에서 징병제의 전환이 어렵지 않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짧은 기간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영국은 바로 징집제로 전환한 경험이 있다.

미국은 월남에서 발을 빼던 1973년, 닉슨 대통령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월남전에 쏟아부은 막대한 전비(戰費)와 극심한 반전(反戰) 데모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1979년 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태와 1980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미국은 속수무책이었다. 카터 행정부의 미국은 종이호랑이로 전락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영향으로 1980년에 미국은 유사시 징병제 부활을 목적으로 일정 연령대(만 18~25세)에 도달한 자는 병역 자원으로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법률을 제정했다. 언제든지 징병제로 전환할 수 있는 병력 동원의 발판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를 기반으로 하는 근대적 징병제는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시대가 그 출발점이다. 왕의 나라가 아니라 시민의 나라가 되었으니 국방의 주체가 시민으로 바뀌었다. 오스트리아 등 이웃 강국에 맞서기 위해 프랑스는 징병으로 급속하게 군대를 키웠다. 단시간 내에 병력수를 늘리는 데는 징병제만한 제도가 없었다.
민병대에서 출발한 미국은 남북전쟁으로 징병을 실시했다. 최고 정점은 2차 세계대전 때였다. 2차 세계대전 절정기 미군의 총병력은 500만을 상회하기도 했다. 월남전 당시 300만이던 미군의 병력수는 현재 150만으로 줄었다. 미 육군의 정규 편제 사단은 10개에 불과하다.

 적정 병력 유지 대책 없는 모병제는 허구

줄어든 병력을 대체해 드론 같은 첨단 무기와 해공군의 능력은 대폭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아프간 전에서 안정화 작전에서 많은 고충을 겪었다. 육군 병력 부족 때문이다. 미군 모병관이 각 대학을 돌면서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해도 고학력 젊은이들은 선뜻 군에 입대하지 않는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군은 제3세계 국가의 젊은이들에게도 대폭 문호를 개방했다. 학비 지원은 물론이고 일정기간 미군에 복무를 하면 그들의 가족에게까지 영주권을 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그 결과 미군 내에 중남미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출신의 비중이  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선 전투 부대는 백인들로만 구성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병력이 부족했던 미군은 이라크.아프간 전에서 민간 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 PMC)를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 기업이 BLACK WATER社다. 민간군사기업은 용병회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용병과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외인부대처럼 군이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계약을 통한 하청에 가깝다. 미군이 민간군사기업(PMC)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병력 부족 탓도 있지만 외교 군사적으로 민감한 경우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연금을 받지 못하고 조기 전역한 미군의 재취업의 창구로도 활용되는 이점도 있었다. 그래도 결국 미 국방부 예산이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는 데는 선결조건이 있다.

▶첫째,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군사적 위협이 없어야 한다. 모병제 전환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하는 이들은 이런 선결조건은 절대 말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각국들은 미·.소 냉전이 종식되면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1996년에 프랑스, 1997년에 네덜란드, 2008년에 폴란드, 2011년에 독일이 징병제를 폐지한 것도 구 소련의 위협이 제거된 결과다. 징병제를 폐지한 국가들의 특징은 전쟁의 위협이 거의 없어진 유럽국가들이라는 점이다.

▶둘째, 언제든지 징병제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영국과 미국 등 전통적 군사 강국은 유사시 징병제로 전환하는 데 국민적 저항이 없다. 미국과 영국이라는 국가의 사회적 전통에 기인한다.
만약 우리가 모병제에서 갑자기 징병제로 전환한다면 국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매우 의문이다.

▶셋째, 병력 유지를 위한 예산 지원의 법제화다. 최강국 미국조차도 150만의 정규군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있다. 모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입대 시 각종 혜택을 내건다. 뿐만 아니라 전투상해 보험과 연금까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줄어든 병력을 커버하기 위해 첨단 무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병력을 줄여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는 말은 허구에 불과하다.

현재 세계 70여개 국이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공산국가이거나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북한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긴 의무 복무 기간으로 유명하다. 최소 10년이다. 서방 선진국가운데도 징병제를 유지하는 대표적 국가는 노르웨이, 이스라엘, 한국, 싱가포르, 터키다. 노르웨이는 특이하게도 2016년부터 여자들도 의무 복무를 하기로 정했다. 남녀 평등 차원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의회에서 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남녀 똑같이 의무 복무 기간은 1년이다.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전환을 검토하는 나라도 있다. 테르 휼트크비스트 스웨덴 국방장관은 인력 확보 문제를 이유로 징병제 재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1901년부터 징병제를 도입한 스웨덴은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영세중립국을 유지한 국가로 2차 세계대전의 참화도 피할 수 있있다. 2010년 모병제로 전환했던 스웨덴이 최근 징병제로 재전환을 검토하는 이유는 인력 수급 때문이다. 징병제를 폐지한 후 첫해부터 5400명을 모병 목표로 했지만 실제 지원자는 2400명에 불과했다.

부사관의 전문화·확대로 징병제 보완책

70년대 36개월의 군복무 기간은 현재 21개월로 줄었다. 예전 같으면 상병 제대다. 첨단 군장비를 능숙하게 다루기엔 매우 짧은 기간이다. 그래서 일부 군간부들은 “알 만하면 나간다”고 말할 정도다. 모병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첨단무기를 다루는 데 징집된 병사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병제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보완책을 만들면 된다.

어느 조직이든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 군에서 허리 역할은 부사관이 수행한다. 현재 우리 군의 부사관은 11만 명이다. 사병 43만, 장교 7만에 비하면 부사관은 현저히 적다. 따라서 군사무기의 첨단화에 맞게 부사관을 대폭적으로 확대하고 전문화 시킬 필요가 있다.

80년대만 해도 “김 병장, 군에 말뚝 박지 그래?”라고 주임상사가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러면 “아니 남의 인생 종칠 일 있습니까?”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군 제대하고 취업걱정 없던 시절 이야기다. 현재는 다르다. 하사관조차 장기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7년 정도 근무한 부사관이 장기신청에서 탈락하면 여지없이 제대해야 한다. 아까운 인력들이다. 그만큼 장기 부사관의 TO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첨단화되는 무기 수준과 징병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부사관제도의 전문화 확대는 필수 사항이다.

남경필 지사의 주장처럼 완전한 모병제 전환은 우리의 여건상 시기상조이다. 이제는 북한의 위협만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의 팽창이라는 더 큰 변수가 우리 앞에 있다. 혹자는 통일되면 모병제로 전환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 전제가 있어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어찌 보면 한반도의 지리적 숙명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 징병제 페지는 군사적 측면에서도 맞지 않을 뿐더러 막대한 예산부담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징병제는 ‘실업률 감소’라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군 입대라는 기간이 없다면 약 42만 명이 그대로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 과연 현재 우리 사회가 그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군 입대는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일종의 완충 역할도 한다. 교육적 측면도 있다. 군 입대를 통해 일반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 조직’을 배울 수 있다. 21개월의 통제된 기간은 개인에겐 일정부분 자유를 속박당하기에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 진출하면 알게 모르게 군에서 배운 것은 조직에 그대로 스며들 수 있게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숭문천무(崇文賤武)로 인해 끊임없는 외침에 시달리고 결국 망국(亡國)의 설움을 겪었다. 그나마도 한국전쟁 이후 징병제는 한국 사회를 과거 문약(文弱)한 사회에서 강건한 사회로 변모하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모병제로 전환하게 되면 과거의 문약한 사회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뜩이나 군에 가기 싫어하는 유교 사회의 전통상 군대는 사회로부터 점점 멀어질 것은 뻔하다. 특히 모병제가 되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모병제로 전환되면 가진 자는 군대 안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만 먹고 살기 위해 군대 가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국민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순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도 징병제만큼 평등과 정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제도도 없지 않은가?

▲ 고성혁 군사안보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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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국민 2017-01-09 01:48:02
고성혁 군사안보저널리스트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매우 구체적으로 모병제의 문제점과 모병제를 도입하기 전 전제조건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줘서 도움이 됐습니다.
외국의 사례들도 구체적으로 예시해줘 주의를 환기시켜 유익했고, 경각심을 일깨워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