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매달리는 특검, 수사 방향 맞나?
‘블랙리스트’에 매달리는 특검, 수사 방향 맞나?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1.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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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지원 문제는 ‘최순실 사건’과는 무관

특검은 사건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국정감사를 하려는 것인가? 초반 행태를 보면 도무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종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특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온통 들쑤시며 뒤집어 놓겠다는 점령군 같다. 청와대를 직접 압수 수색하겠다고 하더니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직 문화부 장관 자택을 뒤졌다.

▲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

전 차관을 호출하더니 국정원 고위 간부의 집까지 압수 대상으로 삼았다. 독일에 있는 정유라를 체포해서 송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기세다. 정부가 구상하는 사업에 돈을 줬다는 혐의로 대기업 총수를 출국금지 시키고, 불러서 조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집중 조사 대상이 무엇인지 작정하고 가는 것인지, 마땅하게 잡히는 것이 없어서 눈에 띄는 만만한 사건을 끌어내서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어지러운 가운데서 몇 개의 가닥을 잡아본다면 그중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블랙리스트’는 실체도 아니고, 이번 특검의 주요 관심거리도 아니다. 어느 정권에서건 각 분야의 현황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일은 기본적인 과제에 속한다.

중국은 외국 영화에 대해 연간 수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기피하는 문화계 인물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고 관련 당사자들이 중국 정부의 조치에 항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블랙리스트가 있다면 정부 쪽이나 우파들의 손이 아니라 좌파들의 수첩 속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부 산하 관련 기관 단체를 통해 각종 지원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좌파 성향의 개인이나 단체가 지원금을 싹쓸이 하는 구조가 된 지 오래다. 좌파들이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그야말로 아우성이 난다. 왜 나를 빼냐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따지면 우파 쪽이 훨씬 심하다.

지원은 하지만 효과는 없는 지원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나 공공기관, 단체의 지원은 말 그대로 지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 목적에 맞는 결과물이나 성과를 내기만 한다면 지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기반을 지키고 보호함으로써 문화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명분이 앞에 나선다. 어느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특정분야에 지원을 확대하면, 다른 분야에서 아우성친다. 왜 그쪽만 지원하고 우리는 박대하느냐는 반발이다. 지원받을 만한 기반이나 활동력이 있는지는 거론도 하지 않는다.

어느 분야, 누가 지원을 받았으니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한다. 요구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머리띠 두르고 대자보 붙이고,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지원 제도에 문제가 있다느니, 음모나 비리가 있다느니 하는 식으로 확산한다. 시끄럽게 떠들수록 돌아오는 보상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한 ‘지원금 사냥꾼’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개인 차원으로는 명분도 없고, 신분이 드러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관련 단체가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그럴듯한 이름으로 아예 단체를 만들고 그 간판을 앞세워 불만을 터뜨린다.

지난해 ‘블랙리스트’ 문제가 튀어나오자마자 민예총, 문화연대, 작가회의 등 몇몇 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책임자 처벌과 예술 검열반대 예술행동’이라는 조직을 결성했고,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에서는 민중총궐기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등 1500여 좌파단체들이 이름을 올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시위를 이끌고 있다

결국 지원금은 특정 분야에 쏠림 없이 골고루 ‘나눠’ 주게 된다. 분야별 할당 방식으로 지원금 집행이 이뤄지는 탓에 ‘지원’은 명분으로만 남을 뿐 문화예술 각 분야의 자생력이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지원 취지에 맞는 성과물을 내는 경우도 찾기 어렵다.

결과물의 품질이나 수준을 판단하기보다는 계획서에 맞게 진행했는가의 여부만 따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고, 그에 맞춰 사업을 했다는 것을 팸플릿이나 사진으로 만들어 제출하기만 하면 지원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며 없는 돈까지 보태 작업 시간을 길게 잡다가는 성실한 노력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지원 조건을 지키지 못한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럴 경우 지원금을 반납해야 하고, 다음 지원에서는 배제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빌려 관객도 없는 행사를 하거나 가족, 친지들 모아놓고 학예회 같은 연주를 하는 일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이유다. 10년, 20년 씩 지원을 계속하는데도 지원 초기나 현재나 사정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속사정이다.

그마나 지원을 한다고 하여 정부나 기관 단체에서 임의로 대상자를 골라 선심 쓰듯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지원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문화예술분야 심사라는 것이 무게를 재거나 크기를 가늠하는 방식으로는 어림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특정한 영화나 연극을 두고 극단적으로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 것은 평가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실적, 지원자의 성향 등을 참고로 할 수 밖에 없다.

문화예술계는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분야별로 세분해서 보면 연극은 연극끼리 미술은 미술끼리 교류하는 수준이다. 해당 분야에서 웬만큼 얼굴을 아는 정도만 돼도 누가 어떻다는 정도의 정보는 서로가 같은 동네 옆집 사정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블랙리스트’는 오히려 좌파 손안에 있다

문제는 심사위원단을 좌파 또는 좌파 친화적 인물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사 결과를 보면 우파 성향 지원자들이 대거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좌파 쪽 지원은 일방적으로 우세하다. 사실상 좌파가 쓸어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사위원 구성은 적게는 3명, 평균 7-9명으로 구성한다. 한 두 명이 우파 쪽 지원을 하고자 하더라도 다수결로 밀고나오면 어쩔 수 없다. 최종 결과는 좌파 쪽의 압도적인 싹쓸이로 마무리되는 것이 일상화 되다시피한다.

▲ 블랙리스트 문제가 터지자마자 민예총, 문화연대, 작가회, 등의 몇몇 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책임자 처벌과 예술검열 반대 예술행동'이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 ytn뉴스영상캡처

심사위원에 우파 인물들을 많이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중에서도 좌파이거나 친좌파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흔하다. 문화예술 행정 각 분야도 (범)좌파가 압도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고위층의 어느 부분에서 특정 분야나 인물에 대해 지원할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실무행정 라인까지 순탄하게 전달되어 실행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좌파 쪽 지원은 상부 라인에서 제한하고자 하더라도 결국 실제 지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당연한 것처럼 나타난다. 현실적으로 ‘블랙리스트’는 우파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좌파 세력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는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물론 산하 기관이나 단체,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지원사업에 나선다. 문화예술이 부각되면서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 미래과학창조부 같은 부처에서도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갖가지 명목으로 지원금을 쏟아붓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연말 국정감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발언은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 형식으로 말문을 텄지만, 좌파 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비난 여론을 퍼뜨리며 부당한 희생인 것처럼 코스프레 쇼를 벌였다. 뜻하지 않게 ‘최순실 사건’까지 연결되면서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대표사례처럼 부풀고 있다.

어느 정부가 지원금 주면서 반정부 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보겠는가? 건전한 상식 수준에서의 비판이나 비난이라면 사회의 다양성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정부 정책에 대항하고, 정권을 공격함으로써 이념화된 세력을 우리 사회에 뿌리 심으려고 하는 전략전술로 보면 시급하고도 단호하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 문제로 떠오른다.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판이 굴러가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기만 한다면 그것이 정부이고, 나라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시중에 떠다니는 ‘블랙리스트’ 명단이란 것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누더기처럼 얼기설기 엮어놓은 이름표는 판본이 여럿이다. 누가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인지 확인할 수도 없는 명단이지만 그 중에는 이런 저런 명목으로 지원을 받은 경우도 여럿이고, 도대체 어디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이름도 뒤섞여 있다. 그 이름 중에서 과연 지원을 받을 만한 자격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도 확인해야한다. 활동도 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았거나, 지원했다 하더라도 사업계획서나 제안서가 합당한 내용을 갖췄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블랙리스트’ 소동은 현 정권에 타격을 입히려는 좌파 세력들의 자작극을 편들어 주는 꼴이 되고 만다.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가 특검의 본래 목적에 맞는 수사가 아니라, 근거 없는 여론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대통령 주변이나 정부 부처 단위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된 음모로 몰아가려는 또 다른 전략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특검 수사 대상 아니다

정식 명칭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인 ‘특검법’은 특별검사팀이 해야 할 수사 대상을 15가지로 적시하고 있다. 그중 14가지가 최순실과 관련된 사건이고, 15번째는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부칙처럼 달아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15항은 어떤 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지정하고 있는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검의 성격이 상설 조직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특정사안에 집중하는 ‘표적수사’ 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특검이 해야 할 일은 더 명확해진다.

특검이 정상적인 국정 업무까지 권력 남용의 국정농단이라는 식으로 몰아간다면, 통진당 해산도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부당하게 제약한 독재적 행위로 시비할 수도 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도 주민 생활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결정이라고 우겨댈 수도 있다.

검찰이 조직폭력배의 조직을 감시하고 동향을 면밀하게 주목하고 있다면 직권남용이 되는가?  세무서가 개인이나 회사의 탈세혐의를 추적한다고 부당한 권리침해라고 할 수 있는가?

50대 1이 넘는 경쟁률 높은 어느 대학 입학시험에서 10명이 합격하고 490명이 불합격했다고, 불합격한 지원자 중 누군가 “내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의도적으로 나를 탈락시키려는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부당하게 피해를 받았다”라고 주장한다면  교육부 행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조사해 봐야 한다고 하면 말이 되는가?

지금처럼 특검이 여기저기 투망질 하듯 수사를 계속한다면, 특정 정치세력의 사주를 대행하려는 것이거나 스스로 재판관을 자임하며 국정을 농단하려 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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