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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양도성, 서울을 흐르다

김상민 기자l승인2017.01.12l수정2017.01.1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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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기자  kooup@naver.com

1396년 조선의 도읍을 지키는 도성으로 세워진 지 올해로 620년이 되는 한양도성. 이 도성을 둘러보다 보면, 조선과 대한제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서울성곽이라는 이름으로 산책길의 동행이 되어 주었던 한양도성은, 이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인들과 만나길 염원하고 있다. 이 시점에 나라의 도읍을 둘러싼 도성으로서 가장 긴 성벽을 갖춘 한양도성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은, 도성을 품은 이 나라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한양도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역동적인 성벽의 흐름에서 넘쳐흐르는 생명력을 발견하게 된다. 태조·세종·숙종 대를 비롯해 조선시대 여러 시점에 수리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벽의 역사와, 성곽마을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 모두를 품고 있는 독특한 자연경관이 순성길에 나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60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온 도성이 사람·자연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를 도성전문가의 시선으로 만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신희권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는 1997년부터 10년 넘게 직접 풍납토성을 파고 공부해서 그곳이 백제의 첫 도읍지인 위례성임을 주장해 온 ‘도성 전문가’이다. 그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발굴조사 책임자로 일하는 동안, 한양도성의 정문인 국보 1호 숭례문을 국내 최초로 발굴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고고학 전공으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학문의 깊이와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진 이 분야의 탁월한 학자이다. 

덕분에 이 책을 열고 한양도성을 돌아보는 동안, 저자가 열어놓은 역사학자의 시선과 고고학자의 시선을 오가며 조선 전후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까지 한달음에 둘러볼 수 있다. 힘차게 달음질하는 한양도성을 타고 우리 역사의 명장면에 빠져들기도 하고, 역사·문화·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 순성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백악산에서 시작해 낙산을 거쳐 남산을 지나 인왕산에서 순성의 마침표를 찍는 이 책은, 성곽길 곳곳에 담겨 있는 한양도성의 숨은 가치를 풀어냈다. 저자는 순성 구간에 맞춰 이 책을 총 6부 24장으로 풀어냈는데, 각 부마다 한 꼭지씩 할애하여 한양도성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한양도성이 탄생하게 된 비밀을 엿볼 수 있는 꼭지는 물론이고, 성벽의 글씨에서 확인하는 책임시공의 흔적, 유적의 보존과 활용 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한양도성을 연구하며 정리한 핵심적인 내용들을 이 책에 꽉꽉 눌러 담았다. 여기에 한양도성 각 구간의 촬영 명소들과 반드시 만나보아야 할 요소들을 수백 장의 사진으로 함께 담아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한양도성의 모든 것을 말하는 책답게, 저자는 창의문에서 시작하는 백악구간부터 인왕산구간에 이르기까지 도성 곳곳에 배어 있는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4대문과 4소문까지 모두 8개의 문을 품은 한양도성이기에, 국보 1호 숭례문과 보물 1호 흥인지문이 일제강점기에 살아남은 아찔한 사연부터 역사마을로 되살아날 돈의문(서대문)에 대한 전망까지 함께 나눌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한양도성과 더불어 도성이 낳은 사건과 사람, 문화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게 이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한양도성을 말한다고 해서 조선시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성에 올라 순성을 시작한 사람들은 조선시대에 세워지고 고쳐진 한양도성의 성문과 성벽의 구조를 저자의 안내에 따라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가 백악구간을 거쳐 낙산구간 이화벽화마을에 이르면, 과거의 성벽과 현대의 그림이 어우러지는 시공간의 교차에 감탄하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끊어진 성벽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청계천 또한 한양도성의 오간수문을 통해 물길을 이어갔으니, 한양도성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성벽·사람·자연이 함께 만들어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양도성을 순성하는 동안, 유적의 복원과 정비에 대한 문제도 놓치지 않았다. 유적 복원과 정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형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며, 이 원칙을 지켜낼 때 관람객들은 문화재의 아우라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숭례문 복구에 따른 국보 1호 교체 논란이나 남산구간에서 발굴된 일제의 조선신궁 배전터 처리 문제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한 저자의 통합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에 감탄하게 된다. 

도성은 한 나라의 도읍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도읍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성을 가리키기도 하기에, 저자는 한양도성을 성벽에 한정하지 않고 성벽이 품은 서울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이야기한다. 덕분에 도성 너머 ‘성저십리’에 이르는 조선의 한양 거리를 거닐어 보기도 하고, 성곽마을을 따라 걷다가 서울의 중심 정동과 덕수궁에 이르러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지켜보기도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한양도성 숭례문 등 여러 발굴을 주도하고 문화재청에서 창덕궁 관리소장으로 문화재 활용의 최전선에서 일했기에, 저자는 문화재 보존과 활용 모두를 염두에 두고 한양도성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발굴되었지만 자취를 감추어버린 청계천의 오간수문이나 동대문운동장에서 발굴된 이간수문의 복원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우리는 불필요한 복원과 과도한 정비로 한양도성의 진정성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서울을 품고 600여 년의 시간을 흘러온 사적 제10호 한양도성. 조선과 함께 태어나 여러 시기의 사상과 기술, 백성들의 삶과 문화가 스며든 이 도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18.627킬로미터의 성곽길을 세계인들과 함께 가꾸며 둘러보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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