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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크 아탈리의 긍정경제학

김상민 기자l승인2017.01.12l수정2017.01.1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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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기자  kooup@naver.com

저자 자크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에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을 졸업하고, 소르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계와 정계, 국제기구를 넘나들며 활동했고,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을 맡아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아탈리는 10여 년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직을 담당했다.

현재 아탈리는 컨설팅 회사 ‘아탈리&아소시에’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더 나은 미래》, 《자크 아탈리, 등대》,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합리적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등이 있다.

2012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열린 긍정 경제 포럼(LH포럼) 이후로 자크 아탈리는 전 세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규합하여 긍정경제싱크탱크를 조직했다. 이 책은 아탈리의 주도하에 싱크탱크 위원들이 나눈 토론의 결과물을 보고서로 엮은 것이다.

이 싱크탱크는 경제학자, 사회학자, 기후학자와 같은 학계의 대표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다국적 기업, 국제기구, NGO 단체, 사회적 기업의 대표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들은 현재 세계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반복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다음과 같은 ‘긍정 경제(Positive Economy)’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긍정 경제란 단순히 부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이타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경제다. 책임감 있고 지속적인 경제, 환경을 보호하고 그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경제다. 긍정 경제란 현재의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이익을 고려한 인내하는 자본주의다. 

이와 같이 긍정 경제는 자본주의가 장기적 사안들을 고려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이타주의는 오늘날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개인주의보다 합리적인 선택이자 더 강력한 원동력으로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실업 문제와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최근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브렉시트)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며, 중동 난민 문제와 테러 사태가 얽히면서 세계 각국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고립주의 정치 노선을 택하게 했다. 일부 학자들은 세계 경제에 대한 현재의 불안감이 금융위기 때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크 아탈리와 긍정경제싱크탱크는 이러한 세계 경제 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은 시장경제의 탓이 크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시장경제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이유는, 장기적 비전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 이익을 좇는 단기성과주의와 성공지상주의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경제 위기를 끝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이고 친환경적이며 포괄적인 ‘긍정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탈리와 싱크탱크는 현 경제 시스템이 긍정 경제 모델을 취하지 않으면 향후 2030년에 세계가 부딪힐 환경, 사회, 정치, 정신적 도전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세계는 기상 이변, 국가 파산, 경제 범죄를 양산하는 무질서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미래 세상의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파괴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균형을 찾고 새로운 규칙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다가올 미래 세계의 환경, 사회, 경제, 정치, 정신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유용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아탈리와 긍정경제싱크탱크는 오늘날 우리의 선택, 다시 말해 우리의 업적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가치를 회복하고, 인간이 가진 고유성에 대해 질문하며, 공익을 회복하고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탈리와 싱크탱크는 지속적인 경제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긍정 경제를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 선택에 지금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보고, 당장 긍정 경제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긍정 경제는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구조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이에 아탈리와 싱크탱크는 기업, 재정, 제도, 교육, 환경, 기술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긍정 경제 실현에 필요한 ‘45개 과제’를 제안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제안들은 긍정적인 변화의 도화선으로서 긍정 경제로의 빠른 이행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싱크탱크 위원들의 긍정 경제를 위한 개인적인 의견들을 수록함으로써 긍정 경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돕고자 했다. 

긍정 경제는 원칙적으로 자본주의의 금융 및 경제 도구들을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협력과 이타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긍정 경제는 거래를 넘어 비실용적인 관계를 강화한다. 이것은 긍정 경제의 존재 자체로 사회의 연대와 응집을 장려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혼란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세계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화를 막거나 세계화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제대로 제어하고, 도덕성을 함양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 그리고 장기적 비전을 조화롭게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가장 큰 쟁점이자, 긍정 경제의 사명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긍정 경제’에서 그 해법을 구하자. 우리의 사활이 걸린 민주주의적 시도로서 긍정 경제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신을 넘어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현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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