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7.01.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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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우외환 상태에서 선택 강요당할 수도

2016년 연말을 앞둔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의장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며, 내수경기가 진작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 세계는 긴장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주요 강대국들이 펼쳐왔던 ‘통화 양적팽창’ 정책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현지 언론들은 “FRB가 2017년에는 세 차례 정도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했다.

▲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위해 '에너지 자립'을 추진한다. 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만의 이익을 이익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미국의 패러다임에까지 못가면 국가적 위기가 올지 모른다.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금융질서 변화 신호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EU, 일본, 중국 등은 자국 통화를 무한정 발행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재정적자로 인한 정부의 채무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각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최대한 낮춰 ‘양적팽창’을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대외전략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한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과 ‘테러조직 IS 박멸’, TPP를 비롯한 FTA 재검토, 해외로 공장을 옮긴 미국 기업에 대한 압력, 한국과 일본, EU 국가들에 대한 미군 주둔비용 부담 증액 요구 등은 모두 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과정’이다.

FRB의 기준금리 인상 또한 트럼프 정부가 향후 추진할 경제정책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연방정부 채권 이율의 상승과 함께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달러는 속속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그동안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선진국의 자본도 덩달아 미국으로 쏠리게 된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정부가 국채로 걷어 들인 달러를 즉각 소각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통시키면서 달러화 가치의 급변을 막으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주장하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부해진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는 ‘진짜 동맹국들’의 힘을 키우는 데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은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이고, 내무장관은 라이언 징크 몬타나주 하원의원이다. 이들은 ‘에너지 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에너지 자립’ 정책, 산유국 무력화 가능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엑슨모빌의 CEO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이들의 역학 구도에 대해 꿰고 있다. 또한 석유 시장에서는 주유소나 석유화학제품 판매보다는 석유개발과 제품화 공정이 더 큰 이익을 올린다는 점, 에너지 산업이 정치와 얼마나 연관이 깊은지, 신흥 개발국의 정치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잘 안다. 징크 하원의원은 2008년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셰일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주장해 왔다.

▲ 휘발유 가격이 무려 2048원! 국제유가가 10% 넘게 치솟자 우리나라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도 지난해 12월 18일 연중 최고가를 때렸다.

‘셰일 에너지’는 지하 깊은 곳의 퇴적암에 스며들어 있는 석유와 액화천연가스를 꺼내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생산비용 때문에 실용성이 없다고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파쇄압착공법이 보편화돼 생산단가가 크게 낮아졌다.

미국의 셰일 에너지 업체들은 연평균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좀비기업’이 대부분이라는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 에너지 업체들은 1980년대 중반의 군수업체들처럼 ‘산업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되고,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셰일 에너지 업체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2015년 ‘석유수출금지법’을 40년 만에 개정, 미국산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을 허용하면서 달라졌다. 미국 정부가 북미 지역의 셰일 에너지를 개발, 미국의 대외전략에 보조를 맞추는 동맹국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면, OPEC의 세계 석유시장 카르텔은 힘을 잃게 된다.

여기에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셰일 에너지를 개발하는 이스라엘이 합세하게 되면 세계 석유시장은 기존의 석유 수출국과 셰일 에너지 수출국, 메이저 석유업체와 신생 석유업체 간의 ‘자유경쟁체제’로 변하게 된다.

‘위대한 미국’은 트럼프 정책의 목표

이는 곧 미국과 그를 따르는 동맹국들에게는 제조업·유통업의 원가 절감과 수출 경쟁력 상승을 가져오게 되고, 자원을 무기로 삼던 OPEC 국가와 신흥 개발국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이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미국이 만든 ‘패러다임’에 들어오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이처럼 ‘기준금리’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가지 무기는 OPEC 회원국이나 중남미 신흥 개발국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과 아시아, 아프리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나라가 중국, 일본, 한국이다. 이들 가운데 미국의 동맹이 아닌 나라는 중국뿐이다.

국내 언론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 당선자와 측근들이 싫어하는 것은 무슬림 근본주의자, 범법자, 그리고 공산주의자다. 여기에 해당되는 ‘국가’ 또는 ‘세력’이나 ‘부류’를 꼽는다면, 북미와 EU 곳곳에서 활동하는 좌익 세력과 중국 공산당, 북한 김정은 집단, IS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 멕시코와 남미 일대에서 횡행하는 마약 카르텔과 이들에게 기생하는 불법체류자들이다.

트럼프 당선자와 그의 측근들은 이런 ‘부류’ 또는 ‘세력’들이 미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꼽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트럼프 당선자와 측근들이 문제의 핵심 배후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 중국 공산당과 OPEC 회원국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 그리고 EU의 좌파 정권이다.

 권력 투쟁에 매몰된 한국 사회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조심스럽게나마 예측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는 트럼프 당선자의 눈에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보기에 한국은 ‘부자 나라’라고 늘 자랑하면서도 정작 ‘동맹을 돕는 일’에는 인색하다.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미국의 편을 들거나 미국과 함께 전쟁에 참여해 ‘피를 흘리는 일’은 거의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을 향해 ‘선택’을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이냐 아니면 중국 공산당이냐, 통일을 원하느냐 아니면 중국의 속국이 되고 싶으냐, 자유무역을 하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질 준비는 되어 있느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따지고 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선택 종용’은 한국이 정상적인 상태일 때에도 골치 아픈 일이다. 문제는 2017년에도 한국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혼란은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다시피 ‘정치권력투쟁’에서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권력투쟁’이 한반도 내부, 그것도 서울의 한 가운데서 군중시위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모든 역량이 그 주변에서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2017년 세계적인 변화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관료나 법조계, 언론계, 학계 또한 소신있는 주장과 행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대만은 선제 투자로 변화 대비

트럼프 당선자가 축하 인사를 받을 당시 일본은 아베 총리가 뉴욕 트럼프 타워를 찾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일본이 심혈을 기울이던 TPP를 두고 “그딴 거 필요없다”고 일갈한 것이다. 그러자 일본 정·재계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보낸다. 그가 가져간 ‘선물’은 향후 10년 동안 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2월 14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월드로 미국 ICT 업계 거물들을 불러 모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아마존, 테슬라 모터스, HP, 페이스북 등의 오너와 CEO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고 간 이야기는 비공개였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ICT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미국 내에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ICT 업계 거물들은 “대신 규제를 철폐하고, 산업계 전반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미리 간파한 대만 홍하이 그룹은 현재 미국에 70억 달러를 들여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홍하이 그룹은 애플의 각종 기기를 조립하는 폭스콘의 모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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