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보는 헌법재판관들, 결론 정해 놓고 과정 짜맞추기?
여론 눈치보는 헌법재판관들, 결론 정해 놓고 과정 짜맞추기?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1.25 18: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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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탄핵심판이 열리자마자 국회 소추인단이 제출한 3만2000여 쪽에 달하는 소추이유서류에 대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에게 증거동의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소추이유서 복사는 재판 절차가 진행되어야 가능한 것이고,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 변호인단이 읽고 쟁점 사항을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야 하는데도 대리인단 측이 엄청난 분량의 증거서류를 복사하자마자 사실관계를 미처 파악할 시간도 주지 않고 몰아붙인 것. 방어하는 입장에 있는 대리인단이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할 시간을 무시하며 일방적 압박을 한 것이다.

▲ 1월 17일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강일원 주심재판관의 모습, 노골적인 편파진행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반면 강일원 주심 재판관 자신은 증거서류를 다 읽었다며 변호사들이 나눠 읽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막무가내식이다. 헌재는 또한 대통령 탄핵소추를 촉발시킨 태블릿 PC 감정요구와 증거신청은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관련 수사기록은 JTBC·TV조선·한겨레신문 등을 통해 줄줄이 새고 있다. 국회 소추위단이나 검찰 측이 건넨 것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까발려져 나오고 있다. 또한 짜깁기된 음성 녹취 등이 포함된 수사기록에 대한 이 같은 언론 보도는 탄핵여론을 불 지르는 데 다시 원료로 공급되는 모양새다.

강 주심 재판관은 지난 해 12월 30일 열린 3차 준비기일에서 “양측 의견의 끝(극단)이 아닌 형사소송 절차를 그대로 준용하되, 탄핵심판의 성격에 맞춰 형사소송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해석하면, ‘우리 편리한대로 재판하겠다’로 들린다. 현재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심문을 볼 때, 헌재는 이미 공정한 탄핵심판은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1월 12일 진행된 헌법재판소 4차 변론 신문과정은 그 절정이었다. 이날 직접 심문을 지켜본 방청객의 진술과 소감 등을 토대로 현장을 요약해 전달한다.

강일원 재판관의 ‘대놓고 편파’ 증인신문 이중잣대

오전 10시에 진행된 심문에는 이영선 행정관이 증인석에 섰다. 그는 청와대 제2부속실 근무 당시 최순실 씨의 비공식업무를 처리하는 등 비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언대에 선 이 행정관은 사실관계를 담담히 전했다. 최 씨와는 대통령 의상 관계로 만났으며, 대통령은 세월호 당일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다고 증언했다.

▲ 1월 1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모습, 이들 재판관들에게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다. / 연합

국회 소추위단 측은 이 행정관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이어갔는데, 최 씨가 청와대에 몇 번을 방문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 사안은 말씀 못 드린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 제9조는 청와대 소속 공무원(퇴직한 사람과 원 소속기관에 복귀한 사람을 포함)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행정관이 답변을 거부한 것은 이 같은 법률 근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회 소추위원 측과 헌재 측은 이를 무시했다.

권성동 국회 측 대리인은 ‘당신이 말하는 비밀은 경호를 하면서 국가안보에 관련된 비밀만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지, 최순실이 언제 얼마나 들어왔는지가 무슨 국가기밀이라 말을 못하느냐, 말을 하라’는 취지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 측 대리인의 말을 받아 한 술 더 떴다.

그는 “그런 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본인 범죄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면 증언해야 한다”고 윽박을 지르다시피 답변을 요구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대통령 경호법에 따르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란  업무 전반에 관한 것을 총괄하는 것이지,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만을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 주심은 이를 묵살했다. 상식적인 이의제기조차 헌재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 측과 헌재의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이 행정관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답변을 해 나갔다. 그는 “업무에 관한 비밀은 말할 수 없고, 그것은 직업적인 양심”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라 증언을 거부한 이영선 행정관을 부당하게 압박한 헌재는 그러나 이후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잣대를 댔다. 조 기자가 ‘취재원 비닉권’을 이유로 취재원을 밝히지 않겠다고 버티자 헌재는 용인했다.

“무조건 박근혜 책임”이라고 우긴 류희인 노무현 정부 전 NSC 사무차장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취재원 비닉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헌재는 법률에 따라 비밀누설을 금지한 사람에게는 증언을 강요하고, 법적 권리가 없는 사람의 증언 거부는 용인한 셈이다.

이어진 오후 심문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NSC 사무차장을 지낸 류희인 씨가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류 씨는 노무현 정부였다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세월호 침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 대리인단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계속 던지자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먼저, ‘대통령이 모든 재난 상황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이에 대해 류 씨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 대형사고가 확산 중에 있는 사고라면 대통령이 들어가 지휘해야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비행기 추락 사고처럼 이미 결론이 난(상황이 종료된) 사고는 대통령이 사후 수습을 하면 된다. 그러면서 류 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 대리인단 측 질문이 촌철살인이었다. 대리인단 측은 류 씨에게 노무현 대통령 당시 위기관리센터가 유능하다고 했는데, 해양선박전문가가 한 명이라도 있었는지를 물었다. 류 씨는 해양선박전문가는 없었으며, 공무원들이 파견을 나왔다고 답했다.

대리인단 측은 세월호 사고 후 구조신호에 따라 해경이 현장에 첫 도착했던 시각이 오전 9시 30분으로 세월호는 좌현 쪽으로 45도 기울어진 상태였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10시 넘어서는 이미 70도 이상이 넘어간 상태로,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인명을 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은 대통령이 확산 중에 있는 사고를 지휘하는 것이냐, 아니면 사고 수습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류 씨는 이에 대답하지 못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송곳 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류 씨는, 다른 논리를 들고 나왔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와 이기주의로 인해 대통령이 민관군을 통괄해 총지휘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도 즉각 대리인단의 반박 논리에 무너졌다. 대리인단은 ‘신고를 받자마자 해군, 해경, 민간 어선까지 총출동했는데 부처 간 협조가 안 되어 대통령이 이를 통솔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느냐, 9시에 보고를 받았든 10시에 보고를 받았든 이게 대통령 책임으로 몰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류 씨는 당연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국회 측이 박 대통령의 책임을 증명하기 위해 부른 증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이다.

“그건 내 추측”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법정에서 코미디?

 이어진 신문에서는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기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취재원 비닉권’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취재원 진위를 확인하고자 노력했지만 조 기자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강일원 재판관은 이 같은 그의 태도에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

조 기자는 마치 자신의 정견 발표를 하듯 박근혜 정부의 언론 탄압 취지의 주장을 폈고, 이에 대리인단은 “증인은 사실을 말하러 온 것이지 자기 정견을 발표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강 재판관은 이를 묵살했다. 거의 막가파식 진행이었다.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코미디를 방불케 했는데, 이날 증인 심문의 하이라이트였다. 조 사장의 증언 요지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의 압력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 소추단은 이번에도 또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조 전 사장은 장황한 정견 발표를 이어나갔다. 대리인단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번에도 강일원 재판관은 그의 횡설수설하는 주장을 끝까지 허용했다.

대리인과 조 전 사장 간에 오고 간 문답은 배꼽을 잡을 정도로 삼류 코미디 수준이었다. 조 전 사장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증인을 해임하기 전 한달 전 이미 박근혜 정부와 싸우겠다고 밝힌 마당에 왜 해임시키겠느냐는 질문에, 한 총재가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리인단 측은 세계일보가 조 전 사장을 해임한 이유로 자체 감사에서 비위 의혹이 나온 것이라고 발표까지 했다고 하자, 그는 “감사에서 지적받은 게 법인카드 500만 원을 썼다는 것인데, 언론사 사장이 500만 원 쓰면 안 되나”고 말했다.

헌법정신 훼손하는 헌재

조 전 사장은 이 밖에도 어이없는 답변을 이어나갔다.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정윤회 씨가 부총리급 인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한 것은 추측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정윤회를 만나 민원을 넣으려면 7억을 줘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측이라고 답했다. 조 전 사장은 자신의 형도 청와대 압력으로 해임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언론 인터뷰에 대해 대리인단이 질문하자 그것은 정상적인 면직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거나 말을 바꾸는 증인들, 이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탄핵심판 신문의 모습이다. 특히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경우, 강일원 재판관의 태도는 상식 이하로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 전 사장에 대한 대리인 측의 질문은 계속 제지했다. 그러다 자신의 비상식적 태도를 의식해서인지 국회 소추단 측이 의견을 묻자 마지못해한 듯 의견을 묻지 말라며 제지하는 자세를 취했을 뿐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진행을 지켜본 방청객은 “헌재의 편파적 진행이 매우 걱정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런 현실은 대통령 탄핵심판이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헌재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태극기 민심의 기대와는 정반대이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인사는 “미국 같으면 검찰과 특검 수사까지 주변을 샅샅이 훑는데 최소 1년이 걸린다”며 “측근들의 죄가 있느냐 부터 파악하고 난 뒤 대통령과 연결된 것이 있는지 조사하는데, 그것만 해도 2~3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결론을 내려놓고 탄핵부터 밀어붙인 다음 조사가 들어갔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막가파식 탄핵심판은 이제 이 사건이 대통령 개인 문제의 차원을 떠났음을 시사한다. 부실·편파 재판으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헌재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미디 같은 진행은 인용이 확정될 경우, 후대에 역사상 가장 황당무계한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단지 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희롱하는 반헌법적 행위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대 역사책에는 누가 헌법과 법률의 수호자이고, 누가 파괴자인지 낱낱이 기록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금 해야 할 고민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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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ee1940 2017-01-26 12:34:17
강일원 주심 정신차려요. 대통령 탄핵이란 중차대한 일을 그냥 언론에 밀려 할 생각마시요.
엄정하고 객관적 사실이 드러나야 탄핵 인용할수 있습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나라사랑 2017-01-26 01:09:49
애국국민은 태극기달기 운동에 모두 동참합시다. 나라도 지킬수 있고 모든 것이 잘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