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는 블랙이 아니다!
블랙리스트는 블랙이 아니다!
  • 한희원 동국대 교수
  • 승인 2017.01.26 13: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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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업무를 범죄처럼 몰고가는 것은 '블랙코미디'

▲ 한희원 동국대 교수

글로벌 정보포럼 회장

전 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고, 정당한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라고? 특검이 무지한 것인가, 나중 결론이야 어찌되든 일단 관련자들을 잡아넣고 보자는 것인가?

보호되어야 할 업무가 오히려 범죄적 행위로 몰려 수난 당하는 경우는 한국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특검이 법률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위험요소나 인물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은 대통령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협잡과 권모술수 그리고 회유와 역공작 등 일반 시민의 일반적인 인식의 저편 끝에서 상상도 못할 새로운 일들이 전개되는 국가정보의 세계에서 블랙(black)은 암흑의 세력 바꾸어 말하면 공개적인 햇볕의 밝은 세상에 드러내기는 추악하고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하는 어떤 어둠의 비밀세계를 의미한다.

무관이나 외교부의 공사 등의 직책으로 해외에 파견되는 정보요원을 화이트 커버(cover) 즉 백색요원이라고 호칭하는 것에 대비하여 극비로 신분을 위장하여 파견되는 정보요원을 블랙요원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이에 블랙리스트(black list)는 일반적으로 ‘요주의 인물명부’라는 뜻으로,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을 의미한다. 안보차원에서는 제거 대상이기도 하다.

▲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됐다. 사진은 20일 오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 연합

‘블랙리스트’는 없다

그런데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라고 출범한 소위 ‘박영수 특검’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가지원 배제 인물 명부를 문화계 블랙리스트라고 명명하고 수사대상으로 삼으면서 ‘블랙리스트’가 일반 보통명사가 되었고,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그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비밀리에 작성된 명단이라고 단정하면서, 공산주의나 독재 국가에서나 벌어져야 할 일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처럼 몰아가고 있다. 마치 이번 특검이 ‘블랙리스트’ 조사하겠다고 만든 특검이라고 착각할 만큼 특검수사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사건과는 별개였으나 특검은 승패가 걸린 듯 밀어붙이고 있으며 대통령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 한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6,517명, 그리고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1,608명, 총 9,473명으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2017년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박영수 특검이, 하라는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는 하지 않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로 특검의 존재가치를 호도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로 박영수 특검은 블랙리스트 수사만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현직 장관, 김종 전 차관,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구속했다. 엄청난 일을 한 것처럼 보인다.

국가 검찰력의 본질을 모르는 국민들은 박영수 특검이 국가의 이성을 바로 잡는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박영수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얄팍한 법률지식으로 그 단죄 이유를 밝혀 국민들을 호도했다.

또한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를 옹호하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주장하며 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느나며 근거로 들이밀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이 자신들이 행동이나 의견에 기초한 일정한 틀에 비추어 그에 맞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살생부를 만든다는 것은 광명천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일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압살한 야만적인 공권력의 행사라는 것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의원은 탄핵사유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유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국민의 당 박지원 대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데 대해 “사법부까지 지배하며 온갖 권력을 행사하던 법꾸라지도 이번에는 법망을 피해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특검에 대해 박 대표는 “기춘 대원군 '법꾸라지'와 '블랙우먼'을 구속한 박영수 특별검사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하태경의원은 블랙리스트의 정당성을 옹호한 김진태 의원을 비난하면서 그와 함께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모두들 블랙리스트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고 감성에 터 잡은 정제되지 않는 거침없는 비난을 퍼붓는 꼴이다. 이렇듯 정치권의 잘못된 옹호에 고무된 특검은 정부정책에 비판적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을 국가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범죄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그렇다면 블랙리스트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블랙리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하기위해서는, 먼저 과연 국가는 어떤 목적으로 탄생한 실체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라고 하는 인문학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망각하고 있는 주권국가의 본질적인 책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적으로 국가탄생에 대한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이며 보편적인 이론은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가 설파한 사회계약설(social contract)이다. 존 로크는 말한다. 자연상태(state of nature)에서 자연적인 자유를 누리던 인류는 아무런 질서도 없음으로 인해서 겪게 되는 삶의 어떤 불편함(inconvenience)을 회피하기 위하여 구성원들이 동시적으로 합의하여, 즉 사회계약을 체결하여 국가를 탄생시켰다고 말이다.

사회계약을 체결한 시민들은 국가로부터 삶의 안전함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천부인권을 새롭게 탄생한 국가에게 위탁했다. 이것이 국가탄생에 대한 사회계약설의 골자이다.

국가의 의무는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

그러므로 국가탄생에 대한 사회계약설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해 주겠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마련해주겠다" "빈부격차를 없애 주겠다"는 따위 말들은 선동이고 과장이며 심지어 그들이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거짓말이다.

국가란 무엇을 마땅히 해야 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사회계약설은 답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사회계약으로 탄생한 국가는 그 구성원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안전한 삶을 위하여, 대외적으로는 외부세력으로부터의 외침을 막아주고, 내부적으로는 치안질서를 문란시키는 각종 범법자와 선동과 거짓세력을 규제하고 제압해주는 것이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라고.

국가가 대외적으로 외부세력으로부터의 침략과 내부세력으로부터의 혼란을 막아주어 안전하고 질서 있는 나라를 만들어만 주면, 안전한 나라에서 일반시민들이 국가 정체성을 어지럽히지 않고,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쳐나가는 것이 올바른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처럼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구성원인 국민들을 먹여주거나 입혀주는 존재가 아니다. 국가가 실업을 해결해주는 고용기관도 아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행복을 만들어 주는 자선단체도 아니다.

국가는 속으로는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는 구성원들을 바라보며 인고의 눈물을 흘릴지는 모르지만, 가장 큰 임무인 대외적 적대세력으로부터 안전한 나라의 구축 그리고 대내적 무질서와 혼란으로부터의 치안질서의 유지가 그 본질적인 책무이다. 이러한 국가의 본질적인 책무에서 국가지도자의 역할과 국가의 정책이 결정된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안전을 지키는 총사령관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진행 중인 오늘날 대통령은 과연 어떤 존재이고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물관리는 역대 모든 정권에서의 일이고 현재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정치성향을 이유로 지원에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론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업무수행에서 완장 찬 권력처럼 불법적 과잉으로 한 행위는 처단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헌법정체성 수호의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반정부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국가안전을 확립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국가이성을 대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시민들은 대통령이 과연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를 잘 모른다. 그것이 이번 탄핵사유의 하나로 등장한 세월호 사건 7시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통령 탄핵심판에 동조한 국회의원들을 포함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출근도 하지 않고 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서 어린 생명권 보호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면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년 째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대통령을 향하여 죽은 학생들을 다시 살려 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당시에 청와대 집무실에 없었고 관저에서 빈둥대거나, 미용시술하거나 아니면 굿판을 벌였던 것이라면서 온갖 추측과 비난을 퍼붓는다. 

그것은 대통령을 출퇴근을 하는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국가탄생에 대한 사회계약론은 답해준다. 국가를 이끄는 최고 궁극의 존재인 대통령은 출퇴근을 하는 일반 공무원들과는 다르다. 원래 대통령(president)제도는 민주주의 헌법의 상징인 미국 헌법에서 최초로 등장한 국가통치의 제도적 방법이다.

사실 민주성과 개방성의 나라인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나열하라고 하면 그것은 단적으로 미국은 국가보다 시민이 먼저인 나라였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는 국가가 먼저였고, 그 국가 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등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영국에서 종교의 박해를 피해 신대륙을 찾아 나선 똑같이 핍박받던 사람들이 대화와 논의를 통해서 그들이 바라는 형태대로 탄생한 국가이다.

생과 사를 넘는 온갖 고초를 겪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버지니아 주에 도착했던 필그림파더들은 인류 최초의 대통령제, 상원하원의 양원제 그리고 평생 종신의 연방대법관 중심제라는 삼권분립을 채택했다. 그들은 왕족이나 귀족출신도 아니고 똑같이 핍박받은 동일한 신분임을 전제하는 가운데, 돌아가면서 책무를 담당하는 대표자를 의미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라는 의미로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그러므로 똑같은 일반 시민 가운데의 대표자라는 의미인 ‘대통령(president)’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해답은 대통령이라는 용어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직분을 알아야 비로소 대통령의 책무와 업무방식 그리고 근무방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전반적인 통치행위의 정당성은 동등한 시민 가운데 선출된 대표자(president)를 의미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의 구체적인 책무를 말하는 국가총사령관(commander in chief)이라는 직분에서 보아야 이해될 수 있다. 대통령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코맨더 인 칩은 사실 로마시대에 황제를 의미하는 임페라토에서 유래한다.

그렇다면 코맨더 인 칩이나 임페라토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단적으로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 구성원인 시민들의 행복의 그릇을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국가안전과 국민행복은 어떤 방법으로 확보하는가?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주권국가의 국가안전과 국민행복의 확보는 개별국가의 상황에 따른 개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사회계약설은 대통령에게 명령한다. '국가의 안전과 전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국가총사령관인 대통령은 당신네 나라의 사정과 형편에 맡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국가를 지켜라!'고.

블랙리스트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의무

여기에서 블랙리스트의 정의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그 정당성에 대한 합리적 논의의 기초가 성립한다. 결코 블랙리스트 그 자체만 가지고 정의롭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단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정당성의 유일한 기준은 필요성과 실효성이다.

이에 반국가적이고 반정부적인 인물정보는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한다면 중국,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부뿐만이 아니라 독일 헌법수호청, 영국 MI5, 프랑스 중앙국내정보총국(DCRI), 이스라엘 모사드 등 주권국가들의 기본책무이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에는 언론폭로도 있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05년 11월 미국 비즈니스위크는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시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임의로 분류하여 수백만 통의 금융기록, 고용기록, 건강기록, 카지노 출입기록을 확보했다고 폭로했다.

FBI는 심지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아닌 국가안보서신(National Security Letter)이라는 행정소환장 수십만 통을 발부하여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인터넷과 이메일을 무한접속하고 비밀압수수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수사국(FBI)이 미국 시민들의 정치이념을 분석하기 위해 발령한 국가안보서신은 국가총사령관의 권위에 기초한 행정명령장이다.

그러나 언론폭로에도 불구하고 FBI 담당자에 대한 그 어떤 수사는 없었다. 미국 의회도 그것은 사찰이 아니라 국가파괴자에 대한 정당한 감시활동이자 국가안전의 예방적 보호업무라고 옹호했고 오히려 애국법과 해외정보감독법(FISA)과 같은 입법으로 지원했다.

사실 FBI는 인터넷에 ‘우리는 국가안전을 위한 기초업무로서의 카드관리는 1908년 이래 오랜 역사를 가진다. 파일링은 사찰이 아니라 정당한 정보기법으로 헌법이 부여한 내재적 책무이다. FBI는 헌법과 각종 법률에 따라서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할 광범위한 법적권한이 있다’고 당당하게 설명한다.

FBI의 인물분류 기록에는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톤, 스티브 잡스, 우주인 닐 암스트롱 등 다양하다. 민주당 찰리 윌슨 전 하원의원의 것은 1972년부터 1999년까지 무려 3,500쪽에 달한다.

인물분류의 정당성은 업무구조를 보면 이해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권국가가 국가를 파괴하려는 자들의 선동과 거짓비난을 두고만 보는 것은 다른 선량한 시민들과의 관계에서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둘째는 이름이 오른 본인이 아니라 그에 접근하는 불순세력을 살펴보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는 사실이다. 셋째는 국가의 근본책무와 연결된다.

국가탄생에 대한 사회계약설에 따르면 국가 제1의 책무는 외부 적대세력과 내부 분열세력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고 안전한 나라에서 일반시민들이 헌법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열린 장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의 해석으로도 블랙리스트의 정당성은 이해될 수 있다. 단적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열거된 국민의 모든 기본권이 절대로 불가침의 권리는 아닌 것이다. 단적으로 종교의 자유의 경우를 보면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이상은 국민들이 내심으로 마르크스나, 레닌이나, 김일성을 믿는 것은 절대적인 자유일 수 있다. 그러한 자유는 표출되지 않는 이상은 국가가 어떻게 제압할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 가운데 외부적으로 표출되는 종교 의식의 자유, 종교 집회의 자유, 종교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상대적인 자유이다.

바꾸어 말하면 헌법에 나열된 적지 않은 기본권 가운데 내심에만 머무는 기본권을 제외한 다른 기본권은 국가안보, 치안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더 커다란 국가이념을 이유로 제약될 수 있는 상대적인 기본권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블랙리스트 작성이 국가안보나 치안질서 그리고 공공복리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면 오히려 국가의 당연한 책무가 되는 것이다.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문화계를 지원하는 예산이 존재하는 한, 누구를 지원하느냐의 문제는 문화정책을 책임진 정부의 합리적인 선택의 몫이다. 1900년대 후반의 공산주의 이념에서 국가위기를 극복한 미국의 경험은 말한다.

선동이나 거짓이 아니라 단순히 맥 빠지는 말이라고 하는 경우에도 국가안보에 근본적인 위협을 가져올 수 있고, 그러므로 국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러한 언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미국시민으로 나찌 히틀러에 가담하여 미국민을 상대로 허위 비방방송을 자행했던 일단의 여성 방송인들을 지칭하는 ‘사라’를 엄히 처벌했던 것이 미국의 경험이다.

국가 예산으로 반국가세력 지원은 안돼

오늘날에도 제대로 된 주권국가에서 국가예산을 지원받아서 그 총 끝을 오히려 국가를 향하는 단체를 용납하는 국가는 없다. 또한 국가의 장학금을 받아 외국 유학을 받은 사람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반정부 교수나 학자가 되는 것을 용납하는 국가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지원받는 세금을 납부한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의 시민의식을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더불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국회에 전시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대한민국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누드화 한장이 블랙리스트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원래 시민권은 무임편승의 일방 통행권이 아니다. 시민권은 국가에의 충성을 약속하고(Duty of Allegiance) 준법의무를 부담하는 대가로 국가의 보호를 받는 쌍방향의 권리이다.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은 국민이 낸 세금을 지원받아 선동과 거짓의 국가비방에 나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에 홈즈 연방대법관은 “표현과 언론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이 결코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평상시 같으면 보장받을 수 있는 언동일지라도 비상상황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법원도 그것을 헌법상의 권리라는 이유로 보호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므로 일부의 시각처럼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가 언론·출판·학문·예술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의 위반으로 간주하는 것은 과잉 해석일 뿐만 아니라 국가탄생의 목적이나 국가총사령과 책무를 이해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차기 정권에서도 국가정체성을 저해하는 세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세계경제가 요동치는 암울한 현재, 남은 일은 사법판단에 맡기고 모두가 이성을 되찾을 때이다. 특검이 블랙리스트를 수사하고, 엄청난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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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ee1940 2017-01-28 10:10:53
정말 옳은 이야기 입니다. 국가 예산으로 반국가 단체 지원은 안됩니다.

양현수 2017-02-01 11:38:51
그렇습니다. 소위 '블랙리스트'는 누구에게 불합리한 탄압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문화예술 개인 및 단체의 성향 파악은 당연한 정부의 의무입니다. 그런 '리스트' 혹은 '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하고 참고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만일 그런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불법사찰이라든가 인신위협이 있어야만, 비로소 죄가 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은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