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 ‘애국텐트’, 급소 찔린 서울시
서울광장에 ‘애국텐트’, 급소 찔린 서울시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1.31 18:2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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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려면 광화문 세월호 천막부터 먼저하라” “세월호 천막 3년째 방치 서울시에 항의한다”

서울시가 태극기 시민세력으로부터 급소를 찔렸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투신한 회원 조모(61) 씨의 분향소를 1월 30일 오후 7시경 서울광장에 설치했다.

이보다 앞서 21일 주말 태극기집회를 마친 오후엔 이른바 애국텐트 20여동을 이곳에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31일 현재 33동으로 늘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민족대표 33인을 기리는 의미에서 33동을 설치했다”고 했다. 민족대표 33인이란, 1919년 3·1 운동 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을 가리킨다.

탄기국 측은 애국텐트를 시민들에게 분양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텐트 한동 당 매매 가격은 10만 4천원으로, 텐트를 구매한 가격이라고 한다. 일일이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시민들에게 팔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정 대변인은 “시민들이 원해서 판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철거작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다소 짓궂게 물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순전히 시민들이 원해서 팔았다”고 했다.

“애국텐트 농성은 대한민국 무질서의 상징 광화문 광장 정리를 위한 것” 

탄기국과 시민들은 “서울시가 세월호 천막을 철거할 때까지 텐트 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급소를 찔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월호 천막과 애국텐트 철거 문제를 놓고 불법적인 철거물에 관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어서다.

정함철 탄기국 강원지부장은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 심장부이자 중심부로 외국인들이 다 들르는 곳인데, 현재 무법천지나 마찬가지”라며 “박원순 시장이 세월호 천막을 비호하고 있으니 우리는 서울광장에 텐트를 치겠다는 것이다.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천막들을 다 철거하는 순간 우리도 자진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국텐트는 세월호 천막을 근 3년째 방치하고 있는 서울시에 대한 압박의 뜻을 담고 있다. 세월호 천막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무언의 항의인 셈이다. 이를 두고 한정석 전 KBS PD(본지 편집위원) 이를 두고 “이제 애국텐트는 탄기국 소유가 아니라 시민들의 소유다. 철거하려면 광화문 세월호 불법텐트도 해야 한다. 적의 심장에 가시를 박은 신의 한수”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천막 철거를 위한 태극기진영의 기발한 아이디어 차원으로 이해되지만, 애국텐트 역시 탄핵정국과도 무관치 않다. 정광용 대변인은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광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 탄핵무효를 주장하기 위한 홍보효과가 좋은 자리이기도 한데다, 세월호 천막을 3년째 철거를 안 하고 있는 서울시에 대한 항변의 뜻도 있다”

1월 23일 저녁 무렵 찾은 서울광장 애국텐트 촌에는 탄기국 관계자들을 비롯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로 제법 붐볐다. 이동발전기, 조명시설 등과 함께 천막 안에는 컵라면과 과일‧빵‧커피 등 답지한 후원 물품과 음식들이 쌓여 있었다. 탄기국 측 관계자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커피 등을 나누며 시국에 관해 열띤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탄기국 질서유지 자원봉사대 켈로부대 소속 이민우 씨는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애국텐트 첫날엔 천막텐트와 작은 일반 텐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첫날 17명 정도가 텐트에서 잠을 잤고, 35명 정도 밤을 새우는 등 애국텐트를 지켰다”

이 씨는 텐트농성에 참여한 사람들과 소감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탄기국에는 50여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또 개인 자격으로 오신분도 있고,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뒤에 귀가했다가 텐트가 설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달려와서 참여하신 분도 있다. 저도 박사모 소속이 아니고 개인자격으로 참여했다가 직책을 받아 열심히 하고 있다. 애국텐트 첫날 텐트에서 자다보니 너무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려고 나갔다가 청경이 제지했는데, 다행히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다. 시청 직원이 시설물은 불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천막을 거둘 때까지 우리도 텐트를 친다는 생각이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도 텐트에서 직접 잠을 자고 텐트를 지키며 농성을 이어간다는 이 씨. 그는 애국텐트 농성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을까? “탄기국 대변인 성명으로 이제는 혁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혹자는 보수단체가 혁명하느냐고 말하지만, 혁명을 먼저 말한 것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그쪽에서 먼저 전쟁을 걸어온 셈 아닌가. 우리가 말하는 것은 방어 차원의 혁명이다. 보수집회를 계속 하는 상황에서 여기를 교두보로 삼자는 것, 앞으로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다 인터뷰에 참여한 정함철 탄기국 강원지부장이 애국텐트의 취지를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 반대의 취지도 있지만, 우리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거다. 우리가 아무리 정당함을 주장하더라도 불법을 자행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법치를 존중하고 준수하는 게 기본인데 왜 박원순 시장은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박 시장이 무법천지를 비호하고 있는데, 국민의 한 사람인 우리는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우리도 똑같이 주장하는 것이다. 조형물도 곧 들어설 거다. 이번 애국텐트 농성은 대한민국 무질서의 상징 광화문 광장을 바로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크다”

정 지부장은 서울시청 측 반응에 대해 묻자 거침없이 반박했다. “시청 측에서 자진철거요구서를 가져왔길래 ‘당신들 이 요구서를 세월호 측에는 갖다 줘 봤느냐’고 했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돌아갔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세월호 천막은 치외 법권지역인가?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는데 3년 가까이 저러고 있다. 어떻게 하나? 세월호 광장의 무법천지를 치우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엄동설한에 이렇게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싸늘한 서울시 ‘애국텐트 강제철거 위기’…‘그러면 광화문 세월호 불법텐트는요?’ 

애국텐트 측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서울시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 농성장과 애국텐트는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강태웅 서울시 대변인은 1월 31일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시에서는 애국텐트 측에 퇴거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며 “강제철거(행정대집행)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경우 (사고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애국텐트는 그것과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며 “세월호 텐트도 설치했다가 시에서 요구한 뒤 상당히 정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또 "광화문 광장은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신고제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분향소 설치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분향소의 경우 국장 두 번과 세월호 등 정부 요구가 내려왔을 때 제외하고 없었다. 그 외에는 허용해줄 생각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조속한 텐트 철거를 요청하는 한편, 2월 5일 촛불집회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측이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해 놓은 만큼 이전까지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측이 철거 행동에 나선다면 애국텐트 측과의 마찰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강제철거에 나선다면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시민들은 애국텐트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3년째 이어지는 세월호 천막은 흉물이다. 이걸 서울시가 3년째 방치하고 있는데, 그것은 놔두고 애국텐트만 철거한다?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애국텐트 철거로 양 측 마찰이 빚어진다면 세월호 천막 불법 논란이 다시 공론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철거 과정에서 동원될 공권력이 애국텐트를 향해 어떤 형태로 행사되느냐에 따라 애국텐트 이슈는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천막 장기 농성을 방치한 공권력에 대한 불만이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한정석 전 KBS PD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지방경찰청장은 내 말을 잘 들으셔야 한다. 만일 서울시에서 시청광장 태극기텐트 철거 공권력 투입요청이 들어오면 분명하게 ‘그러면 광화문 세월호 불법텐트는요?’라고 물어야 한다”며 “만일 경찰이 광화문 불법 시설물들을 놔둔 채, 시청광장 태극기 텐트만 철거하게 되면, 그날로 경찰들은 애국시민들에게 맞아 죽는다”고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전 PD는 또한 “경찰은 법집행에 있어, 분명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며 “시청광장 태극기 텐트를 철거하려면, 광화문 불법 텐트들도 함께 철거하라. 어차피 불법에 무력화된 공권력이라면 애국시민들의 발길질도 참아야 한다. 법이 정의를 수호하지 않는다면 그런 법은 개나 주어버려야 하니까”라고 썼다. 공권력의 공정한 행사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애국텐트 철거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서울시와 경찰 측의 법집행 등 대응태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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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2017-02-02 05:46:25
좌우편향떠나서 형평성이 문제다 판단의기준을 자신의 유리한쪽으로 판단하는것은 자기자신의모순이다

보통네 2017-02-01 10:51:15
서울시의 좌편향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요. 박원순씨가 시장이된 이후 계속된 좌편향적시정을 서울시민은 알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자에게 돈퍼주고 세월호시위자에 서울의 심장부를 내주는등 누가봐도 좌편향시장이라는 걸 알수 있습니다. 결국은 그러한 시정이 그의 대선낙마를 부르게 된것이 아닐까요?!

애국 2017-01-31 19:16:06
만약 충돌이 발생하여 불상사가 나면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대청소를 하고 질서를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