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처음 만나는 영화... 내 영혼을 울린 문학텍스트로서의 영화
[신간] 처음 만나는 영화... 내 영혼을 울린 문학텍스트로서의 영화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7.02.02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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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영화』는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90여 년간의 할리우드 영화를 아우르는 영화 비평서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영화 평론서의 스테디셀러가 된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에 새로운 내용을 담아 출간한 개정증보판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곤은 현재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자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명예 교수로, 1970년대 후반 한국에서는 최초로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렇듯 문학계의 권위자인 저자가 당시 지식인 사회에 팽배했던 엄숙주의를 깨고, 하류 장르로 취급받던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통해 사회를 읽어내는 ‘문학텍스트로서의 영화 읽기’를 국내 최초로 시도한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출간이 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tvN 《비밀독서단》에서 ‘제2의 박찬욱을 탄생시키는 노하우’라는 타이틀로 ‘내 인생의 책’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영화 탄생 100주년 기념 인기 영화 도서 100권’ 중 1위, ‘1990년대 100권의 책’으로 선정되며 영화평론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의 시작에서, 저자는 한국전쟁 직후 난생 처음으로 『미키마우스』를 보고 느낀 총천연색의 아름다움을 추억한다. 이렇듯 황량한 도시에서 전후의 폐허를 잊기 위한 소일거리로 시작한 저자의 영화 감상 취미는 문학자이자 포스트모더니즘 전공자로서 영상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 탐구라는 새로운 결실을 맺었다. 이 책에는 그런 저자의 영화에 대한 오랜 애정과 문학자로서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려는 날카로운 시선이 공존한다. 

이 책은 『왕과 나』, 『셰인』,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과 같은 고전 영화부터 『다이하드』, 『터미네이터』, 『나 홀로 집에』 같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할리우드 영화와 『아바타』, 『헝거 게임』 등의 최신 영화까지 총 100여 편 이상의 문학 작품과 영화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단순히 시대 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서로 연관된 영화를 묶어서 포괄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1960년대 등장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007』 시리즈를 비평하는 대목에서,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을 거쳐 다시 숀 코네리로 돌아온 시리즈의 역사를 되짚으며 냉전시대라는 당시 사회 상황을 포착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소설을 이야기하고, 이러한 배우의 변화와 ‘제임스 본드 시대’의 종말이 현대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의미하는지 분석한다.

또한 1960년대 영화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부터 현재 미국에서 방영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워킹 데드』까지, 좀비 콘텐츠의 변천사와 이러한 영화가 왜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해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분야와 시대를 막론하고 과거와 현재, 문학과 영상매체를 넘나들며 해박한 지식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영화의 의미를 읽어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영상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얽힌 사회적 의미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읽으며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이고 어떻게 영화를 보아야 되는지, 영화를 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할리우드 영화를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상업적이고 콘텐츠의 깊이가 얕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일수록 그 영화가 내포한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더욱 옅어지곤 한다. 흔히 ‘고급문화’라고 일컫는 예술영화와는 달리 천만 관객을 기록한 드라마 영화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덧입힌 블록버스터 영화는 기대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중들이 좋아하는 자극적인 요소로만 점철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탓에 누구나 인정하는 예술영화에 대한 논의는 수많은 책과 비평을 통해 진지하게 이어져왔지만,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 통속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룰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 누구나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공인된 예술영화’가 아닌 『람보』,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같은 소위 ‘오락영화’에 숨겨진 예술적 의미를 다룬다. 이 책을 추천한 김경욱 소설가의 추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당시 지식인 사회에 팽배해 있던 엄숙주의를 감안하면 한국 문학계에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를 시작한 저자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파격에 가까운 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예술영화의 위대함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오락 영화에 숨겨진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어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비평가의 책무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이 책에서 개봉 당시 예술성을 인정받은 유럽의 예술영화 『델리카트슨』과 할리우드 영화 『배트맨』을 비교하면서, 인간의 비정함과 부조리에 대한 은폐를 상징하는 『배트맨』의 고담이나 지상인간과 지하인간의 대조를 통해 인간 사회의 양태를 풍자하는 『델리카트슨』의 세계 모두 인간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극적 희극’인데 한 영화는 예술 작품으로, 나머지는 싸구려 상업영화로 평가된다는 것을 지적한 점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처음 만나는 영화』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는 바로 이러한 할리우드 영화도 우리의 삶과 현실을 반영하는 문학텍스트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깊이와 가치도 없어 보이는 영화일지라도 그 영화가 왜 부족한지,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가 어땠는지 따위를 비판하는 일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런 영화의 개봉과 그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영화에 담긴 우리의 삶과 시대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렇게 당대를 표현하는 중요한 사회문서로서의 영화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를 알려준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동안 즐겨 보던 영화 스크린 안의 세상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스크린 밖의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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