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연필의 힘... 당신의 닫힌 머릿속을 열어주는 책
[신간] 연필의 힘... 당신의 닫힌 머릿속을 열어주는 책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7.02.02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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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부터 영화 《스타워즈》의 탄생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창조의 시작점은 같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만한 발명품이자 가장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어온 필기도구, 바로 연필이다.

이 책은 스케치와 낙서, 드로잉 등 연필의 기초적인 활용법부터 연필의 탄생과 역사, 연필로 시작해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까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연필의 예술적 가치와 실용적 활용법을 모두 담은 흥미롭고 독창적인 책이다. 

시간이 남으면 모든 것을 척척 해결해주는 스마트폰부터 꺼내는 시대, 진득하게 연필을 잡고 이리저리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종이 한 페이지를 채워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현대인은 전자기기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그림으로 그리지 않은 것은 진정으로 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화가 프레데릭 프랭크의 말처럼, 사물이나 풍경에는 눈으로 본 것을 직접 손으로 쓰고 그려야지만 발견할 수 있는 고유의 실체와 본질이 분명히 존재한다. 카페의 냅킨, 전단지, 주머니 속 굴러다니는 영수증, 쓰다 남은 이면지, 어디에든 쓱쓱 쓰고 그리고 지울 수 있는 연필은 그런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인식과 소통의 도구이며, 발달한 문명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즐거움을 준다. 

저자인 가이 필드는 런던에서 패션, 광고, 디자인 등 독창적이면서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디자인 작업 외에도 뮤직비디오의 아트 디렉팅을 하거나 그래피티 작업, 일러스트 전시회를 열며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있는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자신의 모든 창조의 시작점은 연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선긋기, 사물의 형태와 비율 잡는 법, 명암과 원근감 표현하는 요령 등 기초적인 그림 그리는 기술을 연마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관점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최고의 조력자인 연필과 신나게 노는 법을 알려준다. 

1년에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연필의 수는 약 150억~200억 개이며 모두 연결했을 때 지구를 7바퀴 반을 돌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연필은 그만큼 흔하고, 접하기 쉽고, 가격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그 종류와 디자인도 각양각색이다. 누구나 책상 한켠에서 연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훌륭하고 작품성 있는 완성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자화상, 동물, 음식, 3칸 만화, 레터링 등 초보자들이라도 순식간에 뚝딱 그릴 수 있는 드로잉과 스케치 방법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남는 메모지 한 귀퉁이에 끄적거리는 나만의 낙서까지 연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유용하고 재미있는 기술을 가득 담고 있다. 

이러한 도구로서의 기능 외에도 문명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온 연필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연필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말한다. 그리스에서 최초로 발견된 손글씨부터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나무에 흑연을 끼워 사용하면서 탄생한 연필의 유래, 그리고 18세기 프랑스의 과학자 니콜라 자크 콩테가 만든 오늘날 연필의 제조공정에 이르기까지 쓰고 그리기 위한 도구로서 연필의 역사는 사실상 문명의 역사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문화와 예술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고, 지금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곁에도 언제나 연필이 있어왔다. 다 빈치와 피카소 같은 유명한 화가부터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키스 해링이나 데이비드 슈리글리, 소울 스타인버그의 작품세계를 엿보는 것도 이 책이 선사하는 큰 즐거움이다. 

사람의 손과 뇌가 기본적인 선이나 모양, 무늬를 인식한다면 연필이 비로소 그 인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게 연필 한 자루로 일상적인 풍경에 의미와 감정을 부여해왔고 그 작품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예술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선구자로 꼽히는 다 빈치도 시작은 드로잉이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를 탄생시킨 잭 커비의 손에도 연필이 있었다. 하지만 연필은 예술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그림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평범한 일상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연필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들고, 생각하게 하고, 중요한 것을 잊지 않도록 기록하게 한다. 

이 책 《연필의 힘》은 예술가들의 오랜 친구였으며,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연필 한 자루로 인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닫혀 있던 머릿속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로 내딛도록 도와준다. 드로잉, 낙서, 스케치 그게 무엇이든 이 책이 알려주는 연필의 다양한 활용법들은 그림 그리는 즐거움으로 우리 삶의 빈틈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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