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위대한 화가들...거장 52인과의 가상 인터뷰
[신간] 위대한 화가들...거장 52인과의 가상 인터뷰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7.02.02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술사학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중세부터 현대까지 서양미술의 대가 52인을 가상 인터뷰했다. 미술사의 흐름이나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기술한 기존 저서들과 달리 이 책은 ‘인터뷰’라는 자유로운 대화 형식을 통해 대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새로운 기법, 과거와 동시대 화가들에 대한 평가, 당시의 시대상 등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또한, 사랑, 금전, 건강, 성공 욕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현실에 대한 울분, 거주지와 여행지에 얽힌 사연 등 화가의 애틋한 개인사도 감성적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때로 격정적이고 때로 은밀한 거장들이 고백을 듣다 보면, 마치 같은 시리즈의 여러 편 드라마를 보듯이 서양미술사의 긴 흐름을 대가들의 극적인 생애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특히, 백여 컷에 이르는 고화질 작품 사진들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여류 화가 젠텔레스키는 자신을 강간한 스승을 단죄하고자 길고 치욕스러운 재판 과정을 견디며 위선적인 남성들의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판단한 보티첼리의 화풍에 은근히 냉소를 보내고, 세잔은 둘도 없는 친구 에밀 졸라가 소설에서 자신을 실패자로 묘사하자 배신감을 견디지 못하고 절교를 선언한다.

입체파 화가 후안 그리스는 피카소가 질투심 때문에 자신을 멀리한다고 확신하고, 피카소는 후배 입체파 화가들이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차가운 북해 풍경을 인상적인 색채로 그려낸 일 표현주의 선구자 에밀 놀데는 프랑스 인상주의가 ‘말랑말랑하고 달달해서’ 싫다고 고백하고, 추상화가 몬드리안은 자기 작품이 피카소의 작품만큼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자 섭섭함을 토로한다. 대도시 고독한 인간 군상을 특유의 미국적 시선으로 그려낸 에드워드 호퍼는 자신도 빛을 그리는 인상파 화가이며,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자연 속 햇빛이 아니라 밤거리 네온 빛을 보여준다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일반적인 미술사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화가들의 숨겨진 사연과 내밀한 고백이 다수 소개되어 그들의 작품세계와 예술적 경향뿐 아니라 당시 예술의 흐름이나 다른 화가들과 그들이 맺고 있던 관계를 더욱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가상 인터뷰’를 진행한 저자는 다큐멘터리 작가답게 화가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놓여 있던 예술적·개인적 상황을 훤히 꿰고 있어 이야기꾼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독자를 사로잡는다. 

저자가 이 책의 원고를 연재했던 전문지 『라 가제트 드루오(La Gazette Drouot)』는 프랑스 최대 예술품 경매소인 드루오에서 발간하는 소식지다. 이 책에서 저자가 화가들을 인터뷰할 때 드루오 경매소가 자주 언급되는데, 실제로 인상주의 회화사에서 1850년 설립된 드루오 경매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경매소는 살롱전에서 외면당한 인상파 화가들이 직접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였으며 기존 화단의 냉대를 받으며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그들이 직접 경매에 작품을 내놓아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처럼 이 드루오 경매소를 통해 모네, 르누아르, 시슬레, 고갱 등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화풍을 선보이던 화가들이 작품을 팔았다. 이 유서 깊은 경매소에서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 경매를 직접 진행하기도 하는 저자는 이 기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라 가제트 드루오』에 2009년부터 대가들을 가상으로 인터뷰한 기사를 연재했다. 기사는 저자가 대가들이 사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때로는 젊은 시절의 화가를, 때로는 죽음을 앞둔 노년의 화가를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예술관, 작품 제작의 뒷얘기, 동료 화가들과의 관계, 사생활에 얽힌 일화 등을 묻고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사들을 한데 엮어 출간한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