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정의는 봄바람처럼 되살아나는가
진실과 정의는 봄바람처럼 되살아나는가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2.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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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과 억지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들통이 나고 만다는 말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을 뒤집어놓다시피한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시간이 지나면서 엇박자가 나는 일이 자꾸 생긴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의를 먼저 생각한다는 특검이 승부수라고 내세웠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시도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어긋나면서 특검 수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대통령탄핵심판 국회탄핵소추위원회는 탄핵재판에 필요하다며 신청했던 증인들을 줄줄이 취소했다. 더 나아가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의 근거로 적시한 총 13개의 헌법·법률 위반내용을 헌법위반 중심으로 재작성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은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집행 경위가 국민주권주의, 언론자유, 생명권 보호의무 등 헌법상 의무를 어겼는지만 가려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뇌물수수 강요 직권남용 등의 법률 위반 여부는 별도의 형사재판에서 가리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그걸 몰랐나?

 결정적 카드라며 대기업 총수 구속 카드를 꺼내든 특검으로서는 그야말로 결정적 한방을 당한 모양새다. 상대방을 쓰러트리겠다며 내지른 펀치가 빗나가면서 오히려 자기 발이 엉키며 휘청거리게 되었으니 무슨 카드로 다시 수습할지 궁금하다. 애초에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한 일반 형사사건으로는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는 것인데도 마치 일반 형사사건을 다루듯 덤비며 죄충우돌하는 자체가 정치적 게임이라는 것을 드러낸 특검이지만 그나마도 모양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으니.

 대통령을 탄핵했던 국회 소추위원회의 처지는 더 난감해보인다. 세상의 정의를 자신들이 지키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재판의 증인 신청을 취소하고, 소추의결서를 다시 작성하겠다고 나선 지경이 되었으니 그동안의 호언장담이 근거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푸닥거리였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이를 두고 ‘탄핵사유서를 새로 작성하겠다니. 대통령 탄핵이 애들 장난이냐’며 탄핵 사유가 바뀐다면 국회는 탄핵의결을 새로 해야 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술에 나선 의사가 수술대에 억지로 환자 눕혀놓고 팔다리 다 자른 뒤, 진찰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진단서 발급하겠다고 하면 누가 동의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이 바뀌었다면 촛불들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근거도, 법리에도 맞지 않는 이유를 이것저것 엮어다 인민재판 하듯 탄핵을 결의했다면, 불법 탄핵이라며 아우성이 났을 것이고, 재판 도중에 이유 없이 탄핵이유서를 바꾸겠다고 한다면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오리들을 매몰처분하듯 국회의원들을 몽땅 구덩이에 파묻어 버리라며 길길이 뛰지 않았을까 라는 궁금함이 드는 것이다.

 촛불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인 것처럼 세상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한 달여 만에 태극기 물결이 들불처럼 일어나며 전세를 뒤집었다. 태극기를 가리켜 난세의 의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거짓과 선동이 사그라지는 대신 진실과 법치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세상 민심에는 봄바람이 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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