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집을 바꾼 이케아, 한국 가구시장 경쟁력도 높였다
서민들의 집을 바꾼 이케아, 한국 가구시장 경쟁력도 높였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2.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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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계 1위 다국적 가구 업체 이케아(IKEA)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언론과 진보단체들은 다국적 공룡기업에 의해 국내 가구산업이 파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다르지 않아서 이케아에 대한 규제 법안들과 자치조례들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기도 했다.

▲ 이케아 효과는 국내 가구업계에서 구색 맞추기 정도로 취급했던 쿠션, 전등 등의 인테리어 소품들을 혁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케아가 광명 1호점을 개설한 1년 후, 그 결과는 예상과는 달리 이케아 뿐만 아니라, 국내 가구 기업들의 매출호조와 투자증대로 이어졌다. 이른바 ‘메기 효과’가 일어났던 것. 시장은 경쟁을 촉진하고, 경쟁은 혁신을 가져온다는 자유경제의 원리는 이케아와 한국 가구 기업에서도 일어났다.

국내 가구 기업 고사시킨다던 이케아,
오히려 시장 활성화 시켜

한국 진출 후 만 1년이 경과한 2015년 12월 현재 이케아코리아의 국내 1호이자 유일 매장인 경기도 광명점 한 곳에 지난 1년간 670만 명이 다녀갔고 매출액(추정치)도 3080억 원에 달했다. 매출 규모로 보면 한샘, 현대리바트에 이어 국내 가구업계 3위 수준이다. 단 하나의 점포로 1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대단한 성과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시나리오다. 그런데 국내 가구업계가 붕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한샘,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상위권 업체들은 이케아의 국내 상륙 이후 오히려 매출을 크게 늘렸다. 이른바 ‘메기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샘의 매출은 2014년 1조3248억 원에서 2015년 1조6000억 원(추정치)으로 20.8% 늘었다. 또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는 6429억 원에서 6910억 원으로 7.5%, 퍼시스는 2199억 원에서 2392억 원으로 8.8% 증가했다.

이케아 진출에 자극받은 국내 업체들은 지난 1년간 대형 직매장을 늘리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원가 절감 등 체질 개선에 힘썼다. 한샘은 2015년 7월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연면적 9025㎡의 매장을 개설했고, 현대리바트는 2015년 12월 경기도 분당에 연면적 3636㎡의 매장을 새로 냈다. 한샘은 2020년까지 대형 직매장 수를 7곳에서 20곳으로, 현대리바트는 4곳에서 12곳으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케아 효과는 국내 가구업계에서 구색 맞추기 정도로 취급했던 쿠션, 방석, 전등 등의 인테리어 소품들을 혁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대리바트는 현재 1600종 내외인 생활소품을 2017년에 4000종, 2020년에는 5500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경쟁이 혁신을 촉진했던 것이다.

인류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 이케아 카탈로그

“성경 다음으로 많이 본 책은 가구 기업 이케아의 카탈로그”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이케아는 1943년 당시 17세 창업주 캄프라드가 조국 스웨덴의 상업등기소에 등록번호 8271번으로 설립했다. 당시 직원은 캄프라드 자신 1명이었고 최초의 직원은 5년이 지난 뒤에 뽑았다.

캄프라드는 대부호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장사 수완을 발휘해서 5세 때는 성냥을 모아 2배로 팔아 이익을 남겼고 11세 때는 한 씨앗가게에서 물건을 공급받아 주위 소농들에게 판매해 번 돈으로 자전거·타자기를 구입·재판매해 더 큰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업이 성공한 후에도 아주 지독한 구두쇠였던 것으로 정평이 났는데, 호텔에 묵으면 반드시 메모지와 볼펜을 챙겨갔다. 호텔비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였다.

캄프라드의 이케아는 처음에 우편 주문-제작 방식으로 가구를 팔았다. 하지만 당시 가구 제조업은 시장 규모가 작아 가격이 높았고 제살 깎아 먹기식의 경쟁 상태가 만연해 저가의 저질제품과 고가의 제품으로 제품이 양분화되었다. 이케아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판매 루트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방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수개월간 고민한 끝에 이케아는 전단지가 아니라, 전시장을 차려 소비자들이 직접 눈과 촉각으로 제품을 보게 하자는 아이디어에 이르게 된다. 전단지만으로는 제품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1953년 3월 18일 이케아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게 엘름홀트라는 지역에 첫 번째 가구 전시장을 오픈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첫 날에만 1000여 명이 몰려들었던 것. 당시 캄프라드의 나이는 28세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케아는 ‘주문판매+전시장’이란 혁신을 만들게 되었는데 현재의 이케아 판매 방식, 즉 ‘카탈로그+매장 방문’이라는 모델을 구현해낸 것이다.

하지만 한계가 곧 찾아왔다. 당시 판매 모델은 매장에서 손님이 마음에 드는 가구를 직접 확인한 후 주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비해 제작이 따라가지 못했다. 동시에 이러한 판매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가구, 싼 가격’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 본 이케아

이케아는 이 시점에서 그야말로 놀랄 만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전시장에서 손님이 직접 가구를 사가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고용 인력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낮춰 좋은 가구를 싸게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황당했다. 4개의 다리가 달린 테이블과 같은 가구를 차에 어떻게 싣는다는 말인가!

▲ 이케아는 저질제품과 고급품으로 양분된 가구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사고 싶다'는 소비자의 기대를 다른 기업들이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다리를 떼었다가 붙일 수 있게 하면 되잖아요.”  오늘날 가구의 각 부품을 운반하기 쉽도록 분리해 납작한 상자에 넣는 방식, 즉 ‘조립형 플랫팩 가구’(flat-pack furniture)의 시작은 직원의 ‘즉흥적’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던 것이다. 1955년 이케아는 처음으로 다리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조립형 가구를 출시했는데, 제품은 커피 테이블이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이 아이디어가 초래한 세상은 DIY라는 엄청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가구, 그것도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고급 스타일과 디자인, 그리고 좋은 재료의 가구를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더구나 제품을 집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미묘한 성취감을 가졌다.

이케아의 조립형 플랫팩 가구 시스템은 배달과 설치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디자인과 편리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부터 유럽의 가구시장은 싼 게 비지떡이거나 언감생심의 고급으로 갈라졌던 시장에 ‘싸고 질 좋은 가구’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가구시장의 변혁과 소비자 선택의 확대, 그리고 이익은 사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자신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케아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고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해야 산다’는 자신의 한계적 상황을 ‘조립형 가구’라는 혁신으로 멋지게 돌파해 냈다. 이 점에서 이케아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스라엘 크리즈너 교수에 의하면 기업가 정신이란 다른 기업가들의 에러를 수정해서 그 이익을 소비자로부터 이윤의 형태로 보상받는 것이다. 이케아는 저질품과 고급품으로 양분된 가구 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사고 싶다’는 소비자의 기대를 다른 기업들이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케아는 처음에 자신의 판매 마진 확대를 위해 전단지-주문 방식에서 전시장-주문 방식으로 판매 방법을 바꿨지만 그것은 단지 공급자 마인드였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좋은 가구를 싸게 사고 싶다’였던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케아는 곧바로 다른 기업들의 추격을 받게 되었다. 근본적인 소비자에 대한 봉사와 충성은 역시 ‘좋은 가구를 싸게 파는 것’이었고, 이케아는 이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들의 운명이 달렸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결코 임원들의 회의나 외부 컨설팅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 판매 아이디어는 창업주 캄브라트 회장이나 중역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직원번호 004번, 광고그래픽 전문가로 채용된 ‘길리스 룬드그렌’이 낸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오스트리아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이를 ‘지식의 분산’ 문제로 해설한다. 즉 우리는 복잡하게 진화된 체계에서는 누구도 모든 것을 모두 알 수 없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해결 방법도 알 수 있는 자는 그 문제를 다루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지식은 합리적 계산이나 이성의 논증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암묵지(Tacit Knowledge)로 존재한다. 따라서 그 해결 방안을 가진 이는 해결의 방법을 주어진 체계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게 된다. ‘테이블의 다리를 떼었다 붙인다’는 사고는 ‘테이블이란 4개의 고정된 다리를 가진 가구’라는 개념을 가진 경영자로부터는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테이블을 디자인하는 현장의 직원에게 암묵지로 존재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케아의 회장 캄브라트가 이 아이디어를 수용했다는 점에 있다.

기업가 정신과 암묵적 지식

이케아의 성공 비결에는 항상 직원들의 활발한 소통문화가 따라 다닌다. 혁신은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다루는 이로부터 나온다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설명은 단지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에 대해 기업이 정부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종종 정부의 계획경제나 규제가 자유방임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와 공급자간에 가장 좋은 방법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일 ‘테이블의 다리는 테이블에 고착되어 있어야 한다’는 법이나 규제가 있었다면 이케아식의 조립식 가구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인데 이러한 설명이 우습다면 우리나라에서 퀄리티가 세계적인 천일염을 식품이 아니라 광물로 규정해서 식품으로 개발하지 못했던 때가 2007년 12월까지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의 역사가 100년이 넘은 시점에서 말이다.    

1인 기업으로 출발했던 이케아는 현재 미국 등 43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이 41조 원에 달했다. 소품을 포함해 8600여 종의 제품군을 판다. 이케아의 성공은 다른 기업에도 자극이 되어서 오늘날 DIY가구 시장이라는 보편적 상황을 만들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편리하고 더 아름다운 가구를 과거에 비해 싸게 살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시장에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자유가 없다면 기업들은 자유롭게 성공한 자를 벤치마킹하거나 더 나은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할 수 없게 된다.

이케아 역시 자신의 성공에 만족해 머물지 않고 전시장 방문자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 개발에 노력했다. 특히 가구 기업이 갖는 환경 문제를 놓치지 않고 친환경 제품의 개발과 자연보호와 같은 사회적 공헌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이케아의 사회공헌은 사실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self interest라고 부르는 자기를 이롭게 하려는 동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사회공헌을 할 수 있으며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일수록, 그 만큼 사회공헌에 기여하는 절대액도 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 ‘메기 효과’

이케아는 한국에 2014년 12월 18일 이케아 광명점을 오픈하면서 진출했다. 패트릭 슈루푸 이케아코리아 프로젝트 매니저는 2020년까지 한국에 5개의 이케아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이케아를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케아의 시장 점유력 때문에 국내 가구 기업들이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케아의 영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가져온 효과는 우려와는 정 반대였다. 유통업계에도 변화가 일었다.

이케아에 도전장을 낸 이마트는 2015년 6월 일산 킨텍스점에 3300㎡ 규모의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 라이프(The LIFE)’를 개장했다. 이 매장에는 저가 제품 중심인 이케아와 달리 고가 제품도 상당수 들어와 있는데 전체 취급 제품은 5000종을 상회한다. 이마트는 폭넓은 제품군과 다양한 가격대로 이케아와 차별화를 추구해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케아 코리아에 대해서 항상 따라다니는 비판 가운데는 이케아가 한국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케아 코리아의 제품 가격이 다른 국가에서보다 높다는 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시장경제를 오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에서 같은 종류의 가구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싸다면 무엇보다 그런 가격에 사겠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케아 가구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다른 나라 소비자들의 선호보다 높기 때문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만일 한국 소비자들이 이케아가 아닌 국내 가구들로 소비 선호가 이동하게 되면 이케아는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가구 수요에 있어서 가격 대비 효용에 만족해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케아로 인한 이러한 국내 가구시장의 변화는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파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울러 기업들의 투자가 늘면서 고용과 제조, 유통에도 더 많은 소득기회를 창출하게 된다. 자본이 몰려 투자하게 되면 마케팅 차원에서 광고시장도 커지고 이로 인해 언론사도 광고 수입이 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언론과 자본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자본 투자가 늘면 시장이 커지고 한 분야에 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연관 산업도 그 이익을 누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흔히 시장경제에서 낙수효과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낙수효과는 자본의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과 간접 매출의 파급효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그러한 시장경제 원리가 맞다는 것을 우리에게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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