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염소가 된 인간...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신간] 염소가 된 인간...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7.02.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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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프로젝트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의 신작, ≪염소가 된 인간≫이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인간이지만 염소의 영혼과 마음, 신체를 (얼추) 갖추고서 알프스 산맥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는 염소 떼의 삶으로 뛰어든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다. 이 실화의 주인공 토머스 트웨이츠는 런던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성공이 보장된 듯한 미래 앞에서 그는 왜 갑자기 염소가 되기로 결심한 것일까? 

영국 왕립예술대학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 프로젝트’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그는 각종 전시회 참가와 TV 출연, 해외 북 투어까지 소화하면서 후속작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쏠리던 이때,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근심, 걱정, 스트레스에 짓눌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던 어느 날,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떠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삶으로부터 잠시 휴가를 떠나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염소가 되어! (애초에는 코끼리가 되려 했으나 실현 불가능함을 깨닫고 염소로 변경.) 

다행히 이 황당무계한 계획에 런던의 생명과학연구소 웰컴 트러스트가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그는 바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염소의 영혼을 알기 위해 덴마크 주술사를 만나는가 하면 염소의 마음과 몸을 탐구하고자 동물행동학자, 신경과학자 등을 만나 다양한 실험에 임한다. 그리고 수의사와 의수족 제작자 등을 만나 염소의 외골격(인공 다리, 헬멧, 흉부 보호대, 엄마가 만들어준 방수 코트, 뜯은 풀을 소화시킬 인공 반추위까지 갖춘)을 만들어 장착한 다음, 알프스 산맥을 누비는 염소 떼의 삶으로 뛰어들기에 이른다. 그리고 애초의 계획, 네발로 기어 알프스 산을 넘는 대장정에 나선다. 과연 이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염소가 된 인간≫은 그의 무모하지만 진지한 질문, “인간은 존재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를 온몸으로 부딪혀 탐구한 리얼 실존 보고서다. 이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되짚어보면서, 수많은 난관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토머스 트웨이츠의 유쾌하고도 탁월한 도전에 감동하게 된다. 그는 이 책으로 2016년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거머쥐었고, 현재 세계 주요 염소 목장에서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푸르디푸른 벌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또는 코끼리), 주인이 챙겨주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태평하게 조는 애완견이나 애완캣 등을 보노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근심, 걱정, 후회 등 인간만의 고질적 병폐라 여겨지는 것들에 짓눌려 스트레스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동물이 되어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토머스 트웨이츠가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만한 엉뚱한 생각을 실제로 구현, 물상화하여 통념과 관습으로 가득한 세상의 새로운 의미, 특별한 가치를 재발견해주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시도는 무모한 실험이라 정의되기도 하고 엉뚱한 모험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 시도 자체로 지극히 실존적인 탐구 보고서가 된다. 그의 이름을 처음 알린 ‘토스터 프로젝트’가 그랬고, 후속작 ‘염소가 된 인간’이 그렇다. 그는 사물 또는 동물에 눈높이를 맞추고, 맨몸으로 토스터라는 사물, 염소라는 동물의 핵심에 진입하려 노력한다. 그들 삶의 조건을 편견 없이 탐사함으로써 자연스레 지구상에 존재하는 두 발 동물, 인간의 조건을 되묻는다. 염소가 되어 알프스를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 모험적인 시도들을 통해 그가 가장 실존적인 인간의 상태를 보여준다는 데 진한 감동이 있다. 

주술사의 힘을 빌려 염소의 영혼을 탐구하고, 동물행동학자와 신경학자의 도움을 받아 염소의 마음과 몸을 연구한 그는, 결국 인체를 이용하되 염소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외골격을 갖추고 겨울이 되기 전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염소 목장을 방문하다. 여기서 사흘간 풀을 뜯고 이동하고 또 풀을 뜯는 염소 떼의 삶을 경험하면서, 특별히 그를 애정하는 18번 염소도 만나게 되고, 염소 무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계’에 대한 고민도 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염소에게 동류로 받아들여진다.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한 목장주는 이 ‘미친’ 프로젝트를 감행하는 그의 진의를 물은 뒤, 사소하지만 놀라운 진리를 전해준다. 근심, 걱정, 후회 등 인간의 특질로 이해되는 것들이 실은 자연에서 멀어진, 복잡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병폐라는 걸 말이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만 챙겨 인간 세계와 생활 세계의 복잡다단함에서 벗어나 염소처럼 단순한 삶을 따를 때, 어디서나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토머스 트웨이츠는 한결 가뿐한 마음이 되어 네발로 알프스 등정길에 오른다. 마침내 빙하 꼭대기,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경계에 선 그는 환상처럼 한 남자를 만나 고백한다. “어떤 사람은 새가 되는 꿈을 꾸죠. 저는 염소가 되는 꿈을 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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