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닿을 수 있을까?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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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주목받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갑작스레 선거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가려던 길을 계속 갔다면 정말로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할 수 있었을까? 출마했다면 승산은 있었을까?

갑작스러운 포기 선언은 거기까지 이르는 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하고 거칠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더 이상 험한 꼴을 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이다. 자신이 나서기만 하면 만사가 형통이고, 가는 곳마다 환호와 열광이 넘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음해와 조롱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상황과 마주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주저앉는 지지율 변화를 보면서 마음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그보다 더 당황하는 것은 큰 기대를 걸고 주변에 모여들었던 뜨내기 철새들, 이해관계를 따지며 속셈을 거듭했던 정치인들이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계산으로 정치 행보를 계속하는 것처럼 보이던 어느 국회의원은 그 소식을 듣고는 밤새 통음을 했다던가.

헌법재판소장을 맡고 있던 헌법재판관 한 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정해져 있었고, 진작부터 때가 되면 물러나리라 예고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일이 아닌데도, 여론은 소란스럽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을 해야 성립된다는 것을 계산하는 입장에 따라 한 명의 공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셈이 바빠지는 탓이다.

더구나 한 달여 정도 후에는 또 다른 재판관이 물러날 예정이어서, 심판의 결정이 그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신속한 판단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어 제대로 심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재판관의 숫자 변동에 상관없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장에 모이는 태극기 숫자가 촛불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지만, 주류 언론을 통해서는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이것이나 저것이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지, 종북적 전체주의에 함몰될지를 가르는 위기의 표출이다.

최근 발족한 한국자유회의는 8개항으로 구성된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진단하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체제와 이념을 지켜야 한다는 선언을 내놓았다. 평화적 시위를 한다고 포장하는 촛불의 주장과 요구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는지, 광장에 모이는 군중이 국민이며, 국민은 정치에 대해 직접 요구할 수 있다고 우기는 주장이 어떻게 대의제를 부정하며 전체주의적 폭력으로 연결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모두가 당장의 이해관계에 눈멀어 있는 사이, 시대를 관통하는 근본 화두를 제시하는 횃불 같다.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1987년 6.29 선언 이후에 등장한 이른바 87체제가 민주화의 외피로 포장은 되었지만, 얼마나 기형적이었는지, 대한민국을 이념 전쟁으로 몰아넣은 단초가 되었는지를 진단하는 통찰도 보인다.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 같은 여러 가지 일들이 87체제를 극복하며 새로운 이념 지평을 여는 2017체제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입춘 절기를 넘긴 계절이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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