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숙의 호스피스이야기 2.
최화숙의 호스피스이야기 2.
  • 미래한국
  • 승인 2002.07.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혹시 오진한 거 아닐까요?”
52세 남자인 김영식(가명)씨는 말기 직장암 환자였다. 직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장기 생존할 확률이 높은 질환이다. 모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던 영식 씨는 2기에 발견하여 지난 3년 동안 치료해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외과에 입원하여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였고 그 후에는 종양내과 전문의에게 의뢰되어 항암치료로 어느 정도 유지하다가 재발하여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호스피스에 의뢰될 당시에는 암세포가 뼈와 폐뿐만 아니라 림프관을 따라 거의 전신에 퍼져있는 상태였다. 통증과 호흡곤란이 심해서 밤에도 잠자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산소를 꽂고 있고 숨을 잘 쉴 수 있게 해주는 약을 투여하고 있었지만 영식 씨는 하루 종일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침대 위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상태였다. 누우면 숨이 차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밤이면 오버베드테이블(환자가 침대에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침대 위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만들어진 일종의 식탁)에 베개를 얹어놓고 그 위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이고는 곧 깨어서 종일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고 하였다.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을 때는 좀 덜했으나 이제는 혼자 걷기도 어려워서 꼼짝없이 그렇게 앉아만 있는데 같은 자세로 오래 있다보니 침대에 닿는 부분에는 욕창이 생겼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양쪽 다리에는 부종이 생겨 있었고 발등은 소복한 모습으로 물이 찬 것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부어 있었다. 숨을 헐떡이면서 영식 씨는 “이건 사는 게 아니에요” 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다. 그 날 부인과 함께 동의서에 서명하고 호스피스에 등록한 영식 씨는 그날부터 치료의 초점을 완치에서 증상조절로 바꾸어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어찌나 드라마틱하게 증상조절이 잘 되었던지 모두가 놀랐던 케이스였다. 약으로 통증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호전되어 이틀 뒤에는 집으로 퇴원하게 되었는데 집으로 찾아간 필자에게 김영식 씨가 한 첫 마디 말은 “혹시 오진한 거 아닐까요?”였다. 만약 말기암이 맞다면 호스피스에 가입한 뒤에는 어째서 이렇게 아프지 않고 편안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환자가 안 아프고 잘 자니까 부인도 편안한 얼굴이었다. 질문하는 환자도 웃고 있었고, 부인도 웃고 있었다. “김영식 씨, 암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구요?!”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