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대선 사이의 대한민국
탄핵과 대선 사이의 대한민국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3.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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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자’는 말을 함부로 하다가는 큰일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대통령은 ‘법’에 난자당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무력하게, 반격 한번 제대로 못한 채 넘어졌다. 제왕적 대통령을 어육으로 만드는 지경이니 진정한 권력은 국회에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홍콩영화 ‘신 용문객잔’(1992)이란 영화 장면 중에 환관이 왕노릇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명나라 시절, 세상이 혼돈스런 가운데 환관이 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두른다. 보다 못한 충신이 나서 환관의 잘못을 지적하며 호통치지만 환관은 코웃음만 친다.

고개를 숙이고 충성을 바친다면 용서하겠노라고 회유하지만, 왕명이 없이는 환관의 횡포를 용서할 수 없노라고 버틴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왕명을 전해주지”라며 그 자리에서 칙서를 만들고 왕인을 찍는다.

무력한 왕은 환관의 권력에 매몰된 채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되고, 사악하게 권력을 차지한 반역세력은 나라를 마음대로 휘젓는다. 그 세력에 저항하는 것은 의기를 가진 백성들이다.

지난 며칠 사이는 충격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누군가는 ‘담담하게 지낸다’고 했는데, 오전에는 암담하고 오후에는 참담하다는 뜻이란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라면 대통령 탄핵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절차로 조작되었다고 믿으며 태극기를 들고 아스팔트의 한기를 견딘 사람들일 터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로 기우는지 무관하게 시간은 또박또박 제 갈 길을 간다. 태극기를 들고 나섰다가 어이없이 능욕 당한 충격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상황은 대통령 선거 정국으로 돌진하고 있다.

이번 호 미래한국은 그 사이에 있다. 탄핵 정국의 쓰라린 마음도 헤아려야 하고, 닥쳐오는 선거 풍향도 살펴야 한다. 선거에 대응하자고 하면, 부당한 탄핵을 승복하는 것이냐고 반문이 들어오고, 탄핵의 잘잘못을 복기하자고 하면, 다가오는 파도는 보고만 있을 것이냐는 현실에 부딪친다.

어느 한가지도 가벼운 일이 아니건만 결국 마음을 다잡고, 닥쳐오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 2017년 3월의 대한민국이다.

탄핵 정국을 정리하는 기사와 선거 상황을 살펴보는 기사가 어찌 한자리에 있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의 마무리와 그 뒤에 이어지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교차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얼마 동안 태극기 동포들은, 국민의 다수로 선출한 대통령이 밀려넘어진 채 대한민국을 농단한 세력들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선거에 이용하려 할 것이며, 승복을 강요하는 위협의 수단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겨야 대통령도, 대한민국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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