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태극기집회 피와 눈물 넘어 미래로
3·10 태극기집회 피와 눈물 넘어 미래로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3.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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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심판 후 내부 분열 등 잠시 침체기…갈등 넘어 뭉쳐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 소장대행 이정미 재판관의 파면선고가 내려진 직후 헌재 앞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탄핵기각을 확신하던 사람들의 기대는 분노로 바뀌어 폭발했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태극기 민심이 압도하던 당시 정국 분위기는 탄핵인용 후의 질서 있는 마무리란 계획을 잊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날 태극기 집회는 비폭력저항을 외쳤던 민심이 대통령 파면 선고 후 패닉에 빠지면서 헌재로 향한 일부 분노한 민심과 뒤섞여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민들은 경찰 차벽을 넘어 헌재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졌다. 60대 이상 노인과 어머니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태극기 집회 특성상 사망자들도 이들일 수밖에 없었다.

석연치 않은 죽음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남성이 경찰 버스로 차벽을 들이받으면서 경찰 소음관리 차량 위에 설치된 스피커가 떨어져 김모 씨가 머리를 다쳐 사망한 경우. 탄기국 측 관계자는 “달리고 움직이는 경찰 버스인데 스피커를 고정시키는 볼트가 다 빠져 있었다고 한다. 운전석 차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나 차 열쇠가 꽂혀 있던 것 모두 의문투성이”라고 했다.

▲ 고 김해수(1950년생)애국열사

또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당일 경찰버스에 올라탄 집회 참가자를 경찰이 밀어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전파되면서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헌재 탄핵인용 후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국민저항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본부는 시청 광장에 이른바 애국분향소를 마련하고 3·10 태극기 집회에서 사망한 세 명의 애국열사 분향소를 마련했다.

분노한 애국단체, “3·10 경찰 강경진압, 대통령 사과는 기본
경찰청장은 이미 옷 벗었을 것”

이날 경찰의 진압 과정은 거칠었다. 마치 사전에 인용을 예감한 듯 집회 현장에 2중 3중의 차벽을 설치하고 무술 경찰까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흥분한 시위대를 향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직접 분사하기도 했다. 태극기 진영은 좌파진영과 달리 복잡한 차벽을 설치하고 현장에 구급차량이 없었던 점, 시민 추락의 한 원인으로 보이는 U자 대나무 등을 이유로 이날 사고를 예견된 참사로 규정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 고 이정남(1950년생)애국열사

500여개 시민단체연합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3월 15일 발표한 ‘경찰청장해임과 3.10사망사건 진상을 요구한다’란 성명에서 “월남전에 참전하시고 항시 애국활동을 하시던 이정남 구국채널 고문(74)의 주검을 비롯한 3명의 주검 그리고 1명 뇌사상태, 총 4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며 “과거 민주화 운동 시에도 없었던 일이 자유와 민주, 인권을 최우선시 하는 나라에서 발생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애국연합은 “좌파, 야당이 주도하는 시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대통령 사과는 기본이고 경찰청장은 이미 옷을 벗었다. 언론은 밤낮없이 경찰의 폭력, 과잉 진압의 부당성에 대해 비난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 대행, 경찰청장의 사과도 진상을 고발하는 언론사의 보도도...태극기를 든 국민의 참극을 ‘개죽음’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오히려 “집회를 주도한 지도부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애국시민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수감한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정치경찰과 정치법원이 가공할 위세로 애국시민 압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애국연합은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측을 향해 ▲ 3·10 태극기집회 진압작전으로 사망한 분들에 대해 대국민 사과담화를 발표할 것 ▲ 황 대행은 폭력, 공격 진압작전의 책임을 물어 이철성 경찰청장을 해임할 것 ▲ 국회는 3·10 경찰의 기각 시, 인용 시의 작전계획을 조사할 것 ▲ 서울, 경기 병력 외 전남북 경찰을 최전방에 배치한 이유와 주검의 원인을 제공한 소음측정 차량 정비 일지를 공개할 것 ▲ 경찰은 시민이 운전한 버스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과 관련 운전자의 신원을 밝힐 것과 작전 시 차량관리 수칙을 공개할 것 ▲ 경찰의 공격성은 3·10사망사건의 예견된 참사로 명백한 인재(人災)이므로 변호인단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 ▲ 3·10작전을 수행한 일선 소대장, 중대장의 무전기록을 공개할 것 ▲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 및 숫자를 정확히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 3월 14일 애국텐트 분향소 내부 모습 / 사진출처 국민저항본부(탄기국/박사모)홈페이지

반면 경찰은 탄기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 발언과 관련 채증자료, 현장 경찰관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조만간 탄기국 집행부에 대해 사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또 “관련자들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반드시 입건하고, 엄정하게 사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충격적인 대통령 파면, 험로 가는 태극우파…좌파 정권 막을 최후의 보루 될 수 있을까?

태극기 진영은 탄핵인용 후 리더십이 잠시 흔들리면서 내부적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준비 부족, 지도부 리더십의 문제와 함께, 무엇보다 인용 결과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당일에도 비폭력저항을 주장하는 측과 폭력저항을 불사하자는 측이 부딪히면서 경찰의 강경진압 빌미가 됐다. 탄기국 측은 헌재 파면선고가 전해진 직후 일부 정체불명의 일부 참가자들이 폭력시위를 선동했다고 증언했다. 정함철 탄기국 강원본부장은 “우리가 국민저항권을 발동한 것은 비폭력저항을 의미하는 것이지 쇠몽둥이를 들고 폭력저항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며 “싸우더라도 맨몸으로 싸우자고 했는데 현장에서 낯선 청년이 쇠막대기를 들고 앞에서 휘저으며 폭력을 선동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건장한 체격의 그 청년은 인도의 보도블록을 깨서 경찰을 향해 던졌고 한 전경이 모자를 벗는 순간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뒤로 넘어졌다. 과격 폭력 시위를 유도하는 세력이 중간 중간에 끼어 있었다. 그건 사실”이라며 “그나마 제가 선두에서 그런 것(폭력 시위도구) 빼앗아서 비폭력 저항으로 가야 한다고 다 회수해서 경찰에 넘겨줬는데 그런 과정들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저항본부 체제로 전환한 탄기국 앞에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았다. 경찰이 3·10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이유로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파면으로 태극기 진영 앞에 쉽지 않은 정국이 펼쳐질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또한 이는 향후 태극기 집회에 차질을 줄 수도 있어 태극기 동력을 이어가는 데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탄기국은 현재 사라진 새누리당 재창당을 위해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상태이다. 이른바 정통우파 정당으로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선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이다. 헌재의 충격적인 탄핵인용으로 5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탄핵정국 막판 돌풍으로 커졌던 태극기 민심이 3·10 집회의 아픔을 딛고 좌파정권을 막을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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