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흉기론, 한반도에 걸린 일본의 국운
조선반도흉기론, 한반도에 걸린 일본의 국운
  • 박순종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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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해협은 일본 방위 최전선”

한국 內 親中·反美 좌익정권의 등장을 우려하는 일본

한국인들은 흔히 한반도의 지형을 동물에 비기곤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한반도의 지형을 만주를 향해 포효하는 용맹한 호랑이에 빗댄 것이다.

16년 전, 일본의 한 역사 교과서에서 한반도의 모습이 ‘흉기’로 묘사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조선반도흉기론’(朝鮮半島凶器論)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우익 계통의 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가 펴낸 중학생용 검정 역사 교과서 <새로운 역사 교과서>에 실린 ‘조선반도흉기론’(이하 ‘흉기론’)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해석돼, 2001년 당시 역사 교과서 문제를 야기했다.

흉기론은 한반도가 ‘일본에 적대적인 세력’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면 대륙으로부터 일본을 향해 쭉 뻗어 나온 형상의 한반도가 마치 흉기처럼 기능해 일본의 국가 방위를 위태롭게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은 한반도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의 사활을 걸고 청일전쟁(1894)과 러일전쟁(1905)을 치렀다.

‘중국이 몰려온다’, 친중·반미·반일 정권 등장 우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래 꾸준히 대양해군을 지향해 왔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일본 규슈(九州)에서 오키나와를 지나 타이완,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 일본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에서 미국 괌(Guam)으로 이어지는 ‘제2도련선’을 각각 설정했다.

이 선들을 기준 삼아 최종적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5년까지 일본열도 이서(以西), 곧 태평양 서쪽 지역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중화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친중 정권을 수립하는 것은 중국의 원대한 야망을 이루기 위한 ‘1차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최근 일본에서 흉기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까닭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박근혜 정권이 실각함으로써 5월 ‘장미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차기 정권에서는 친중·반미 성향의 좌익 세력이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화질서’에 편입되면서 대한해협을 끼고 적과 마주하게 된다면 일본으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다.  일본이 한반도 정세와 정치 지형의 변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이다.

제주 해군기지에 중국 군함 기항(寄港)?

일본 산케이신문 월간지 <정론>(正論) 2017년 3월호에는 작금의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일본의 우려가 잘 표현된 글이 실렸다. 정치평론가 에자키 미치오(江崎道郞) 씨의 칼럼 ‘한국과 중국이 접근! 제주도에 중국 기지가 생기는 날’이 소개된 것이다.
에자키 씨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에 중국 측 공작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에자키 씨의 주장에 따르면,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반대 시위는 일본 내 친중 성향의 신좌익 계열 단체인 ‘공산주의자동맹’(共産主義者同盟; Japan Communist League)이 이끌어 왔으며, 이들과 오키나와에서 함께한 한국인들 가운데 다수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에도 참여해 왔다는 것이다.

신좌익이란 일본공산당·일본사회당 등의 기성좌익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폭력 혁명’과 ‘직접 행동’을 주창하는 급진적 좌익 이데올로기 세력을 지칭한다.

그는 또한 “친중·반미 세력이 한국의 차기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제주도가 중국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중국 측이 이미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며, 중국 함선의 기항을 타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대한민국, ‘제2의 월남’ 되나? 美·日 주시

좌익 이데올로기의 대부 삼인방 마르크스·마오쩌둥·마르쿠제의 사상을 한데 묶어 ‘3M’이라고 한다. 3M은 ‘68문화혁명’의 중심 이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3M의 세례를 받은 한국의 좌익 세력이 중국에 등을 돌리기란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큰 타당성을 갖는다.

오히려 중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이 집권하게 된다면 동아시아로부터 미군을 몰아내자고 하는 중국의 제안과 요구를 물리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에자키 씨의 주장대로 한국에서 좌익 세력이 차기 정권을 넘겨받아 장래 제주 해군기지에 중국 군함이 기항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일본을 찌르는 흉기로 돌변한다.

일본으로서는 자국의 방위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제부터는 한국을 ‘우방’이 아닌 ‘적’으로 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즉, 한국 내 좌익 정권의 등장을 의식한 흉기론인 것이다.

또 지난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순방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일본에 대해 ‘동맹국’으로 부른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파트너’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있어서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임과 동시에 미국 역시 한국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대 미국 정권들은 한국 내 극렬한 반미 시위에도 불구, 꿋꿋이 한미동맹을 지켜왔다. 그러나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 정권 아래에서는 미군 철수가 아예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한반도에서의 미군의 철수는 곧 중국 세력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간 중국이 보여 온 ‘패악질’에 질린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정치의 향배를 매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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