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승리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 지키는 데 힘 모으기를”
“촛불이 승리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 지키는 데 힘 모으기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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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집회 화제의 인물, ‘태극시민’ 독일교포 이효정 씨 인터뷰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태극기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규모는 작아졌어도 부당한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시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이른바 애국시민 뿐 아니라 해외에서 원정 온 해외교포들의 열정도 섞여 있다. 언론과 검찰, 법원 등의 의도적 외면 속에서도 태극기 물결이 촛불을 압도하는 데는 이와 같은 교포들의 나라사랑도 한 몫한 셈.

해외 각지에서 자기 삶을 영위하던 이들이 만사 제치고 고국으로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한인애국연합 독일회원인 이효정 씨(64)는 “도대체 왜 탄핵을 해야 하는데? 물어보면 정확하게 답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알고 있는 사람도 없는 듯 했어요. 정말 갑갑했지요”라고 말한다.

이효정 씨는 1981년 독일로 결혼 이민을 간 교포 출신이다. 2003년까지 거주해오다 2004년부터 독일인 남편이 서울 근무를 하게 되면서 체류 중인데, 약 6개월 뒤 남편 사업이 정리되는 대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날 방송 등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최순실 게이트’라는 뉴스를 보게 되었고, 이후로 촛불집회 뉴스도 보게 되었어요. 촛불집회가 법원으로부터 청와대 200미터까지 접근 허락을 받더군요.

그 다음날 보니까 또 100미터인가요? 거기까지 접근 허락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많이 놀랐어요. 더 놀라운 것은, 다 아는 얘기겠지만 통상 알려진 좌경화 단체 선전물과 같은 것들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모욕적인 대통령에 관한 조형물은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었어요.

지금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다보니 한국 뉴스에서 좋지 않은 기사를 보면 습관적으로 해외 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부터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TV 방송에서 계속 해외동포들도 탄핵 찬성 데모를 한다는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 탄핵은 제 눈에는 ‘선 탄핵 후 검증’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제가 알고 지켜온 법치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가슴 깊은 곳에서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치밀어 올라왔어요.

재판을 받기도 전에 촛불 광장 민심이 반영되어 한 인간을 짓밟는다면 이것이 무슨 선진국일까? 내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내 조국의 얼굴을 남편에게 보인다는 생각에 창피했죠.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보인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이것이 제가 태극기 집회 참석하게 된 이유일 거예요.”

이효정 씨는 작년 대한문 집회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 태극기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식을 듣고 서울로 달려온 교포 지인들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도 하면서 태극기집회 참석에 열심이다.

내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 “한 맺힌 사람들의 정치보복 끝나길” “촛불이 승리?… 한 맺힌 사람들의 정치보복 끝나길”

고국에서 들리는 부정적 뉴스가 해외 한인들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다는 이 씨는 교포사회의 반응을 묻자 이런 소감으로 대신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선진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요? 이렇게 쉽게 공권력이 무너지고 한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모습을 전 세계에 보이게 되었는데, 다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아요. 이 시대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로 세대 교체가 되어야 다시 한 번 세계 속에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극기집회는 성공과 실패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어지간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보수가 국가위기를 걱정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태극기집회는 대통령 탄핵 인용을 막지 못했다. 언론과 검찰, 법원 등이 일제히 여론 따라 움직였다는 측면에서 결과를 뒤집지 못한 실패이다. 달리 말하면 촛불 진영의 대성공이라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태극시민’ 이효정 씨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까?

“촛불이 승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승리로 과거의 모든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다시는 대한민국에 촛불, 횃불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없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요.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 모두 대한민국의 손실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고통이자, 전 세계 한민족의 아픔이죠.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슬픔입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틈틈이 봉사단체에서 활동을 할 만큼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인 이효정 씨. 6개월 뒤 고국을 떠나지만 곧 다가올 대선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저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만 바람이 있다면, 원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봤던 한국의 정치·사회 풍경을 불안한 가슴으로 지켜봐야 하는 소시민의 눈에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무서워요. 개인적인 원한과 감정을 모두 국가와 연결시키는 것처럼 느껴졌죠. 그 개인적 감정들의 한풀이 대상이 조직과 국회, 국가인 것 같습니다. 한 맺힌 사람들의 정치보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사회가 안정감 균형감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까워요. 얼른 안정을 찾아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국의 본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이 씨는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해외에서 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합니다. 100여 년 전 한민족은 남미 사탕수수밭으로, 러시아·중국 등지의 변방으로 나갔고 남은 국민은 열심히 일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어요. 원조를 받던 빈국에서 원조를 보내는 경제 강국이 되었습니다. 머리카락 잘라 가발을 수출하여 외화를 벌었고 장어가죽을 벗겨 가죽제품을 수출하고 외화를 벌었어요. 독일로 인력 수출하여 외화를 벌었고, 월남에는 파병을 하여 외화를 벌었습니다.

6·25전쟁 때 수많은 외국 청년들의 목숨 값이 이 땅에 묻혀 있고요. 또 전쟁의 폐허에서 우리를 도와준 우방국들이 있었지요.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의 역사는 계속되는 거예요. 속히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뤄 국민 모두가 원했던 민주주의의 꽃을  한반도에 활짝 피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부강한 대한민국을 후세에 물려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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