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行 급행열차인가 조선行 퇴행열차인가
그리스行 급행열차인가 조선行 퇴행열차인가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17.04.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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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공약 문제 있어

추락하는 대한민국은 날개가 없다. 2017년 5월 9일 5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은 후보의 일자리 공약(2017.1.18)을 정독한 소감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이 21.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6%밖에 안 된다”면서, 이를 “(총 취업자 2700만 명 기준) 3% 올려 OECD 평균의 반만 돼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6일 오전 대구광역시의회에서 열린 '문재인의 대구·경북 비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떠받치는 OECD 통계는 ‘Government at a glance OECD 2015’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부문(Public sector) 고용 비중은 총 고용(total employment) 대비 7.6%다. 이웃 일본은 7.9%고, G7(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일본) 평균은 17.8%다.

민간부문 비해 노동비용 높은 점 고려 안 돼

그런데 상식적으로 정책 수립의 기본 수순은 유럽 소국들이 주도하는 OECD (산술)평균과의 격차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 내지 소비자.이용자의 요구와 불만에 대한 평가가 먼저다.

그 다음에 비용(예산) 대비 국민 편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공급 방식, 즉 유휴인력 배치전환, 정년보장직(정규직) 신규 채용, 비정규직(시간제, 기간제, 임기제) 채용, 보조금, 바우처, 민간위탁, 경쟁입찰 등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정년보장직 직접 고용에 의한 공공서비스 공급도 채택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지만, 상식적으로 소비자.이용자의 요구, 불만에 반응성과 책임성이 높을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의 공공부문은 고용과 보직이 엄청나게 경직되어 있고, 노동 비용도 높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7.9%에 불과한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GDP 대비 정부지출은 39.8%로 한국의 25.9%(2014년 기준) 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너무 낮아서 문제라는 성토는 없다.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도 일본은 23.06%로 한국의 10.36%(2016년 기준)보다 2배가 넘지만 사회복지공무원 고용 비중이나 노동강도(과로사 등)나 공공서비스 질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는 왜 일본에서 배우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에 총 24조 원이 소요되며, 그 중 공무원 일자리 17만 개에 총 4.2조 원이 소요된다고 추정했다. 이 추정은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

2017년 기준 9급 1호봉의 월 기본급은 139만3500원으로 기본급은 1672만2000원이다. 여기에 총 30여 가지 수당이 붙는데, 이를 합친 9급 1호봉의 세전(稅前) 임금 평균은 2500만~2600만 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는 복지포인트, 식비(급량비), 연금부담금, 출장비 등이 빠져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에 따르는 사무공간, 책상, PC, 전기, 수도, 통신, 청소, 식비, 콘도(휴양시설) 운영비 등 수많은 부대 경비도 빠져 있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9급 1호봉 1명 고용에 소요되는 국가예산은 최소 연 4000만~5000만 원은 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연공임금(자동 승급, 승진)체계와 후한 공무원연금과 확고한 정년 보장이다.

2014년 공무원 100만여 명의 기준소득 월액 평균이 447만 원(연 5364만 원)이었을때,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의 ‘2015년 서울시 자치구예산안 분석(2014.12.8)’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공무원 2만9047명에 대한 1인당 현금성 지원 금액(각종 수당, 직급보조비, 복지포인트, 사용자측 연금부담분 포함)은 7700만 원이었다.

2016년의 기준소득 월액 평균은 491만 원(연 5892만 원)으로 연 500만 원이 늘었으니 지금은 8000만 원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여기에 향후 70년 동안 연평균 10조 원(1인당 1000만  원)씩 들어간다는 공무원연금 적자 부담금을 얹으면 9000만 원이고, 사무공간, 책상, PC 등 부대 경비를 합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인당 1억 원이다.

따라서 공무원 17만 명 고용에 소요되는 예산은 첫해에 4.2조 원(연 2500만 원)이 아니라 대략 8조 원(연 4000만~5000만 원) 내외이고, 시간이 흐르면 20조 원을 훨씬 넘게 되어 있다. 따라서 30년 평균하면 대략 연 17조 원(1인당 1억 원) 정도로 봐야 한다. 연봉 6000만 원, 복지포인트와 연금부담금 등 현금성 지원금 2000만 원, 부대경비 2000만 원으로 보면 그렇다.

81만개 일자리 증가에 연 49조원 소요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64만 명의 초임을 2000만 원으로 보면, 30년 뒤에는 5000만 원을 될 것이기에 30년 평균 하면 연봉 3500만~4000만 원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사회보험료(국민연금 등 4대보험) 부담분과 부대경비 등을 합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인당 평균 5000만 원이기에, 64만 명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연 32조 원이다. 따라서 30년 평균해 공무원 17만 명에게 17조 원, 나머지 공공기관 직원 64만 명에게 32조 원을 합치면, 연평균 예산은 49조 원  가량이다.

이른바 4대강 공사가 4년에 걸쳐 22조 원으로, 연평균 5조5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었다는 감안하면, 30년 평균 거의 50조 원이 들고, 그 뒤 30년 동안(퇴직후 사망시까지) 또 연금 부담까지 안기는 이 공약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공약인지 알 수 있다.

공약(해설)에 따르면 공무원 17만 명은 신규 채용이지만, 나머지 64만 명은 고용형태의 전환일 뿐이다. 개인으로 혹은 민간복지사업체에 고용되어 해 온 일을 사회서비스 공단 같은 공공기관에 직고용되어 일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직장이 계급이고, 공공이 양반이며, 근로조건은 투쟁을 통해 쟁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국에서, 고용주가 민간기업에서 파산 위험이 거의 없는 국가(공공)기관으로 바뀌면 근로조건이 점점 좋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공공)기관은 맘만 먹으면, 세금이나 요금으로 얼마든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 수 있고, 힘센 이익집단은 예산을 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이 수십만 명에 이를 사회서비스 공단 노조 전국연합체는,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역대 최강의 이익집단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 줄 것이다.

문 후보는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낮은 이유가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는 민간고용 가뭄이면 흡수(채용)하고, 민간고용 풍년이면 방출(해고)하는 유럽의 공공서비스맨(public worker)이 아니다.

헌법 제7조에 신분보장이 되어 있는 존재다. 예와 덕으로 백성을 계도하는 관리의 후예다. 그래서 노량진 학원가에 현대판 과거 시험인 고시공시 준비하느라 수십만 명의 청춘들이, 떨어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를 죽자사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약이 무서운 것은 다른 큰 공약과 달리 여소야대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일방적으로 실행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초기 몇 년은 임금 수준이 낮아 예산이 적게 들기에 후유증이 작지만, 시간이 가면 소요 예산이 점점 커지게 되어 있다.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겨준다. 포퓰리즘으로 망한 그리스 등에서 익히 봐온 만행이다.

1000만 넘는 질 낮은 일자리 개선이 우선

이 공약은 고용 문제의 핵심을 잘못 정의함으로써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문제의 핵심을 고용불안, 좋은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과다로 규정하다 보니 천만 개가 넘는 나쁜 일자리를 그대로 놔두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정책으로 건너 뛴 것이다.

고용형태(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만 문제 삼으니 콜센터 등에서는 비정규직보다 못한 정규직이 양산된다. 사실 비정규직(고용형태) 시비는 고용형태 전환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와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인단에 대거 들어와 있을 것이고, 문 후보는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요예산, 정책논리, 정치도의, 사회정의 등 모든 측면에서 도대체 말이 안 되는 81만 개 공약을 고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한국 고용 문제의 핵심은 10~20년 전에도 130만~150만 원 받았는데, 지금도 그 금액 그대로 받는 저임금 근로자들이다. 사람 값이 실력이 아니라 직장에 의해 천양지차가 나는 직장계급 사회, 연공계급사회, 공공양반사회다.

한마디로 50조 원으로 좋은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 아니라, 나쁜 일자리 810만 개를 그런대로 괜찮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50조 원의 예산은 810만 명의 저임금 근로자에게 연 600만 원(월 50만 원)씩 근로장려세제 등의 형태로 지급할 수도 있는 돈이다.

내수경제 활성화나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무엇이 더 정의롭고 효율적인지는 긴 말이 필요 없다. 문 후보는 먼저 눈물을 닦아줘야 할 대상을 완전히 잘못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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