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규명’ 외치던 한겨레, 내부 폭행 사건 ‘은폐시도’ 논란
‘진실규명’ 외치던 한겨레, 내부 폭행 사건 ‘은폐시도’ 논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2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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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간 폭행 사건 발생하자 언론에 ‘보도자제’ 요청…논란 일자 뒤늦게 공개 사과

지난 주말 한겨레신문 기자들 간 폭행으로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한겨레신문 측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보도자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평소 세월호 침몰 사건과 같은 정치·사회 등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해 진실규명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다. 때문에 내부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관한 진실은 은폐하려는 이중적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겨레 측은 “기사를 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초 부고기사에는 사망원인을 제외해, 은폐의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은 22일 새벽에 발생했다. 한겨레신문 편집국 소속 안모 기자(46·남)와 손준현 기자(52·남)는 지인들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 서로 시비가 붙어 싸움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안 기자가 손 기자를 강하게 밀쳤고, 중심을 잃은 손 기자가 넘어지면서 옆 테이블 모서리에 가슴 부위를 세게 부딪쳤던 것. 손 기자는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22일 오후, 간(肝) 파열로 결국 사망했다.

사건 이후 한겨레신문 측 몇 몇 기자들이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SNS를 통해 타 언론사 기자들에 보냈고, 일부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겨레신문이 23일 부고기사 <손준현 ‘한겨레’ 문화부 기자 하늘로’>에서 사인을 제외한 대목이다. 신문은 손 기자의 경력과 취재 일화까지 자세히 소개하면서도 어떻게 사망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자사 기자 두 명이 술자리 폭행 시비 끝에 한 명이 사망한 사건임에도 회사 차원의 사과나 재발방지책은 없었던 것.

이와 관련해, 한 블로거는 “어제 우리 민족, 사람이 먼저인 모 급진 좌성향 신문사 두 명의 간부가 술 먹고 주먹싸움을 하다 한 명이 맞아 죽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허구헌날 사람이니 정의니 폭력 반대, 인권 등을 부르짖던 사람들 사이의 폭행 살인 사건이라는 것도 엄청난 충격인데 이 후 죽은 이의 인권을 위해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진실을 규명할 줄 알았던 해당 신문이 더 충격”이라며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 기사의 기본인 6하 원칙도, 정확한 사인도 한 줄 없이 그저 고인께서 아름답게 하늘로 가셨다는 듯한 뜬금없이 짧은 부고기사 하나 달랑 뿐. 진실이 알려질까, 다른 언론으로 새어 나갈까 전전긍긍 급급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 네이버 블로거 글 캡처 이미지

이 블로거는 이어 “진실을 부르짖는 사람일수록 감추고 싶은 진실 앞에서는 더 비겁해 진다. 사람을 부르짖는 사람일수록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할 수 없이 잔혹해 진다”며 “이용 가치가 있는 고인은 무슨 의사열사 성역으로 추켜세워지지만, 이용 가치가 없는 고인은 아무리 살아생전 고마웠던 우리 편이라도 가차 없이 은폐하고 덮어버려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론 탓인지 한겨레는 23일 부랴부랴 공식 사과문을 내어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한겨레신문은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고 손준현 기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헤아릴 수 없는 죄송한 마음과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아울러 한겨레신문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신문 사과문 캡처 이미지

▲ 한겨레신문 사과문 캡처 이미지

한겨레신문 측의 ‘보도자제’ 요청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언론 카르텔’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탓인지, 언론들도 ‘침묵의 담합’을 깨고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글로벌이코노믹의 김 모 기자는 이와 관련 언론계 선후배 사이의 공공연한 폭행 사건을 지적하면서, 한겨레를 향해서도 “한겨레는 자사 폭행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 치부를 들키고 싶진 않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한겨레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깊이 고민하고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손 기자 시신에 대한 부검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신문은 오는 화요일(26일) 사우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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