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0.1밀리미터의 혁신...5년 안에 50배 성장한 발뮤다 디자인의 비밀
[신간] 0.1밀리미터의 혁신...5년 안에 50배 성장한 발뮤다 디자인의 비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2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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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풀어가는 핵심 키워드는 디자인 경영이다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경영자가 있다. 열네 살에 어머니를 여읜 그는 고등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으로 세계 여행을 떠났다. 1년 뒤,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던 그는 록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무작정 귀국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이어진 음악 활동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30대를 문턱에 둔 그는 다시 '특별한 제품’으로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2년 뒤, 공장을 전전하며 배운 기술과 스스로 익힌 디자인을 무기 삼아 그는 ‘발뮤다 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그의 이름은 ‘테라오 겐’이다. 

컴퓨터 주변기기를 제작해 판매하던 발뮤다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09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주문이 뚝 끊겼고. 자신을 포함해 직원이 3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테라오 겐 대표는 어차피 망할 거라면 절박한 심정으로 정말 좋은 물건이나 한 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좋은 물건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도구이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량의 수요가 잠재되어 있는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분야가 주목받을 것인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생 에너지 분야의 기술이 떠오를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냉난방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면 커다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답을 내렸다. 그래서 거래처 사장에게 돈을 빌려 소비전력이 매우 낮은 초절전형 선풍기 [그린팬]을 만들었다.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2009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전 사태를 우려한 많은 소비자가 [그린팬]을 구매했고, 발뮤다는 도산 위기에서 벗어나 5년 동안 50배 이상 초고속 성장하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린팬]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전력소모를 낮췄기 때문만은 아니다. 발뮤다의 제품은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기로 유명하다. 2015년도에는 샤오미 공기청정기 [미에어]가 발뮤다 공기청정기 [에어엔진]을 카피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샤오미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앞서는 선두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카피캣’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발뮤다의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성공한 기업은 모두 시대의 흐름을 타면서 그 규모를 확대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잘 탄다는 건 잠재적 수요를 빨리 파악한다는 얘기다. 발뮤다의 테라오 겐 대표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획기적인 기술력’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주목한다. 스마트폰 기업 애플이 인종과 국경에 상관없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기술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인문학적인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발뮤다의 기업 이념은 ‘혁신적인 도구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테라오 겐 대표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생활 속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최대한 본질에 가깝게,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인테리어적으로 돋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집안에서 가장 돋보여야 하는 건 사람이지, 결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기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테라오 겐 대표의 경영 방식은 일반적인 경영자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먼저 그는 50명이 넘는 중소기업을 이끌면서도 따로 개인 사무실을 두지 않고 디자이너들과 함께 생활한다. 언제든 격의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기 위함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디어 제안부터 모형 제작, 디자인 점검까지 대표가 모두 참여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대표가 굳이 나서서 점검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테라오 겐 대표는 품질 향상을 위한 최종 점검이야말로 본래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일이라고 단언한다. 

테라오 겐 대표는 시장 조사나 마케팅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돈을 연구 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을 끌어올린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원재료비를 줄이거나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지도 않는다. 제품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테라오 겐 대표가 청개구리 같은 경영 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린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실제로 선풍기 [그린팬]은 시중 가격보다 7배 비싸고, 공기청정기 [에어엔진]도 샤오미의 카피 제품보다 3~4배 비싸지만 늘 판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아무리 비싸도 가치가 있는 제품에는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소비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테라오 겐 대표의 디자인 감각은 매우 섬세하기로 유명하다. [에어엔진]을 만들 때에는 가장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LED 라이트 불빛을 찾기 위해 0.1밀리미터 단위로 플라스틱 두께를 조절하며 실험했다. [그린팬 미니]를 만들 때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밑면을 코팅하기 위해 대당 수천 원의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단가가 올라 시장에서는 발뮤다의 제품을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가전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테라오 겐 대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이 기회라고 말한다. 

이렇게 0.1밀리미터의 차이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테라오 겐 대표의 디자인 경영은 도산 위기의 기업을 5년 동안 50배 이상 성장하는 혁신 기업으로 변화시켰다. 도구가 지닌 본질적인 기능을 중시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발뮤다 디자인 경영 전략은 저성장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청사진을 보여줄 것이다. 테라오 겐 대표의 고뇌와 경영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밤잠을 설치는 기업가들이 부디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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