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미디어포럼 “조선일보, 투표포기 권유하며 정치개입”
미래미디어포럼 “조선일보, 투표포기 권유하며 정치개입”
  • 김신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2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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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의 글 <'次惡'을 선택할 기준조차 사라진 19대 대선> 게재 비판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 미래미디어포럼(회장 이상로)은 27일자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가 교묘하게 대선 투표 불참을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했다.

미래미디어포럼은 <투표포기를 권유하는 조선일보>란 제목의 논평에서, 조선일보가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의 글 <'次惡'을 선택할 기준조차 사라진 19대 대선>을 게재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의 태도는 언론사의 본분을 망각한 교묘한 정치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 조선일보는 외부인의 입을 빌려 “이런 상황에서는 투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TV토론을 통해서 들어난 후보들의 개인적 자질과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들을 자세하게 분석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이처럼 선거 때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주류언론의 자질은 입후보자들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조선닷컴 관련 칼럼 캡처 이미지

- 이하 전문 -

투표포기를 권유하는 조선일보

미래미디어포럼 논평(2017.4.27.)

4월 27일, 조선일보는 <'次惡'을 선택할 기준조차 사라진 19대 대선> 이라는 제목의 장달중(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씨 칼럼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장 교수의 칼럼을 이용하여 국민들이 대선 투표에 참가하지 않도록 교묘하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선 장 교수의 글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아래에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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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과 흠집 내기에 골몰하니 "뽑을 사람 없다" 한탄 속에
次惡 고르기조차 어려워져… 차라리 투표 포기하고 싶어도
기권이 나라 향방 결정할까 봐 유권자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중략)

TV 토론을 볼수록 "뽑을 사람이 없다"는 한탄 섞인 말이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유권자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대선 주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중략)

그래서 국민은 대선전에 나선 후보들의 연설과 TV 토론에서 국민 통합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선택의 시간(time for choosing)'을 호소한 레이건이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외친 오바마처럼 국민을 하나로 묶은 명(名)연설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진정성 있고 호소력 있는 연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욕처럼 보인다. 말싸움으로 일관하는 후보들의 모습이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누구를 찍어야 합니까?" 하고 인사말처럼 건네는 유권자들의 모습이 곤혹스러워 보인다. 누가 나라에 해악을 덜 끼칠 '차악'인가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대선전이 비전이나 정책 같은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주관적인 기분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서는 투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투표를 포기하고 여행이나 떠나겠다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 우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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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을 사람 없다"는 장 교수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입니다. 실제로 최근 계속되는 TV토론을 통해 후보들 개인의 자질과 후보들 간의 정책적 차이가 그 어느 때 선거보다도 극명하게 들어나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서서히 자신의 선택을 굳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장 교수는 “말싸움으로 일관하는 후보들의 모습이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민망스러운” 광경을 통해 더욱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우리의 대선후보들이 미국의 ‘레이건’ 이나 ‘오바마’와 같은 명연설을 하지 못함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19대 대선후보들 중에는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말하지 못했던 금기어(禁忌語)들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후보도 있습니다. 또 ‘레이건’과 ‘오바마’의 명연설이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는 장 교수의 말이 사실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는 후보들이 미국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후보들 간에 자본주의를 보는 관점 자체가 크게 다르고, 분단된 국토를 지키기 위한 방법론에도 엄청난 편차 존재합니다.

조선일보가 장 교수의 칼럼을 실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풀이됩니다.

첫째, 최근 전개돼가는 대선의 판도가 자신의 의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이번 대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치구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차라리 투표참가율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같은 조선일보의 태도는 언론사의 본분을 망각한 교묘한 정치개입입니다. 지금 이 순간 조선일보는 외부인의 입을 빌려 “이런 상황에서는 투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TV토론을 통해서 들어난 후보들의 개인적 자질과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들을 자세하게 분석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주류언론의 자질은 입후보자들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17년 4월 27일

미래미디어포럼

*미래미디어포럼: 바람직한 미디어세상을 연구하는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입니다. 회장은 이상로(citylovelee@hanmail.net)이며 MBC출신의 대학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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