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 ‘밥학’이 돼서는 안 된다”
“‘법학’이 ‘밥학’이 돼서는 안 된다”
  • 김신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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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법학교수회 ‘로스쿨 시대 법학교육과 법조시장’ 토론회 열려…"'전관' 빤한 고위직 판검사, 변호사 유입 반대" 등 법조계 이기주의 등 비판

‘제54회 법의 날’을 기념해 법학 교육의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 25일 개최됐다.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용상) 주최로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중부등기소 5층 강당에서 열린 '제54회 법의 날 기념 석학 초청 강연회 및 토론회'에서는 ‘법학’이 ‘밥학’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법조인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조계의 직업적 이기주의에 대한 성토가 봇물을 이룬 것.

인터넷 매체 월드스타 보도에 따르면,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교수는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8년 전 도입한 로스쿨을 평가했다.

손 교수는 '로스쿨 시대의 법학교육과 법조시장-법학교육의 방향성과 법조시장의 정비를 중심으로'란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로스쿨 시대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법조인의 실력 저하'와 '법조시장의 포화' 문제는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제도(사법시험)와 교육을 통한 양성제도(로스쿨)라는 두 제도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이 둘은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문제로 로스쿨의 출범에 있어 법학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법조시장과 연계시킨 논의가 전제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나아가 "법조인 능력은 '법적 문제해결능력'을 말한다"며 "법적 문제해결능력만 있다면 형식적 법문서 작성이나 판례 숙지 같은 기능적인 지식은 로펌 입사 후 얼마든지 습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의 ‘유사법조직역 단계적 감축·폐지론’은 이날 토론회의 핵심 논란이 됐다. 손 교수는 변호사대리원칙을 강화하고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하는 방안, 피해자 대리인 및 국선변호인 제도 도입, 국회의원실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입법연구관을 배정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직역 개척, 유사법조직역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무사, 행정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을 신규 진입 단계적으로 감축 등의 방법을 통해 일정 시점 이후 완전히 폐지하고 로스쿨 출신 법조인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이경숙 대한변호사협회 제2교육이사(변호사)도 "법조유사직역을 반드시 정비해야 하고 전국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현행 2,000명에서 1,50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여한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손 교수와 이 이사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장 교수는 "사법제도 개혁은 로스쿨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법치의 확립"이라며 "현재 로스쿨의 진입 장벽과 국가 주도 운영은 문제가 있어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변호사의 배출을 규제하는 것은 대국민 법률 서비스 증진 차원에서 부당하며 로스쿨은 법학부와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유사직역 통폐합 문제에 관해서도 "시장은 냉철하다.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며 "법학계의 기득권 옹호는 법학을 밥학으로 만든다"고 힐난했다.

▲ 25일 열린 '제54회 법의 날 기념 석학 초청 강연회 및 토론회'. 왼쪽부터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이경숙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손종학 충남대 로스쿨 교수,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관련 기사 캡처 이미지

발제·토론자 중 유일한 비법조인으로 참가한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사법고시는 관리 등용을 위한 대표적인 국가시험제도로 고려·조선조 때의 과거제도 전통을 잇고 있다"면서 "일부 병폐는 있었지만, 조선조 500년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대한민국도 정부 수립 6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저변은 사법시험·행정고시·외무고시 등 국가고시를 통해 인재를 공정하게 선발·등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것은 가히 1,050년 만에 관리 등용 방법을 변화시킨 대변혁이라고 진단했다.

조 논설위원은 그러나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질을 단정하기엔 평가할 시간이 아직 너무 짧다"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법조인 수급과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 오랫동안 검증돼 자리를 잡은 언론인 수급과 기자 교육의 사례를 참조할 것을 조언했다.

조 위원은 특히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한 번 자격이 주어지면 판검사·변호사라는 '희망의 사다리'로 불리는 직업을 돌아가며 평생 구가하는 것은 문제"라며 법조인 선발이 '만능 요술항아리'로 기능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퇴직 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검사에 자동으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법조인들의 정계 과다 진출로 사립탐정(민간조사) 법안 등의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관예우 관련 실제 사례를 여러 개 거론한 조 위원은 "빤히 '전관'이 될 만한 직위에 있던 고위직 판검사의 변호사 유입 자체를 아예 제도적으로 막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에 관해서도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유사법조직역 정비론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가공인 관료인 법조인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월권'"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저렴한 가격의 법률공보험 도입 및 법률상담 전담 변호사 제도 도입, 로스쿨 학생들이 참여하는 리걸클리닉과 연계한 법률구조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로스쿨에 1~2년 과정의 전문 법조코스를 두어 '일정 범위의 소송대리권'을 행사하는 '전문 변호사 자격제도'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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