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여론조사를 통해 본 19대 대선
통계와 여론조사를 통해 본 19대 대선
  • 고성혁 군사전문저널리스트
  • 승인 2017.05.12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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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9대 대선기간 중에 우파들이 보인 특징 중 하나는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었다. 홍준표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 한국갤럽이 4월 14일 발표한 대선호부 지지율은 문재인 40, 안철수 37, 홍준표 7, 유승민·심상정 각 3%였다. 20여일 남은 대선을 앞두고 우파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겨우 10%였다. 이러한 추세는 4월 하순까지 이어졌다. 홍준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0% 문턱 조차 넘기 힘들었다.

우파성향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현상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파성향 유권자들은 충격적인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부정했다. 마치 처음 암진단을 받고 부정하는 현상과 같았다."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

19대 대선은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집계한 최종 득표율은 문재인 41% 홍준표 24% 안철수 21% 유승민 6.76%, 심상정 6.17%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은 통계학적으로 보면 매우 재밌는 결과 4가지를 도출했다.

첫 번째는 대선 관련 여론조사는 거의 정확하다는 점이다. 공식 선거유세기간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40%대 전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간의 역전되는 현상도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두 번째는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중앙선관위 최종집계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5월 9일 오후 8시 투표가 끝나자마자 공개된 KBS·MBC·SBS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0.8%)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41.4%,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8%,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7.1%, 심상정 정의당 후보 5.9%로 각각 집계됐다. 최종집계 문 41%, 홍 24%, 안 21%, 유 6.76%, 심 6.17%와 큰 차이가 없다.

세 번째는 안철수와 홍준표 지지율의 합(45%)은 문재인 지지율(41%)보다 높다는 점이다. 애당초 이뤄질 수 없는 사랑(단일화)라고 하더라도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향후 정국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여부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균형추 역할로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매우 흥미롭다. 지난 3월 9일 여론 전문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탄핵심판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조사해 발표했다.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6.9%로 집계됐다.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20.3%, ‘잘 모름’은 2.8%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번 대선 결과 역시 탄핵 찬성에 속한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약 75%로 탄핵찬성 여론 76.9%와 묘하게 근사치 값을 보였다. 결국 통계값으로 본다면 이번 대선은 탄핵정국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고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5월 2일 여의도연구원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2.4%

이번 19대 대선기간 중에 우파들이 보인 특징 중 하나는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었다. 홍준표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 한국갤럽이 4월 14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율은 문재인 40, 안철수 37, 홍준표 7, 유승민·심상정 각 3%였다. 20여일 남은 대선을 앞두고 우파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겨우 10%였다. 이러한 추세는 4월 하순까지 이어졌다. 홍준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0% 문턱 조차 넘기 힘들었다.

본격적인 TV 토론이 시작되자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예상 밖으로 안철수 후보가 TV 토론에서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 만큼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 마지막 TV 토론이 끝나자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역전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우파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 조차도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부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파성향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현상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우파성향 유권자들은 충격적인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부정했다.. 마치 처음 암진단을 받고 부정하는 현상과 같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너무 낮다는 주장하고 ▶두 번째는 지난 총선에서 여론조사는 번번이 틀렸다는 주장이다. 좌우지간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대체로 수학적 모델인 통계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먼저 표본조사의 응답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응답자 수>다. 즉 표본량이 많은가 적은가 하는 sample량(量)이 중요한 것이지 응답률은 해당 사항이 없다. 통계 기법상 표본수(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보다 현실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만 명에게 전화를 걸어서 1000명에게 답을 들었다면 응답률은 10%이지만 표본수는 1000이다. 1000명 정도라면 충분히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표본양이다. 수학적 통계 기법이 이를 증명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하루 전날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마지막 TV 토론이 반영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문재인 39.4%, 홍준표 24.9%, 안철수 20.1%, 유승민 4.5%, 심상정 6.4%였다. 대선기간 중 여론조사로는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반영되었다. 우파 유권자들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급등에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2.3%에 불과했다. (유&#8231;무선 RDD(유선 49.7%, 무선 50.3%) 전화 자동응답(ARS)조사 방식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p, 응답률은 전체 2.3%(유선 2.2%, 무선 2.4%) 여의도 연구원 공식 보도자료)

응답률은 결과값과는 무관, 조사비용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응답률은 무엇에 영향을 미칠까? 응답률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비용에 직결된다. 응답률이 낮을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응답률이 높을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 만약 응답률이 극단적으로 100%라면 여론조사기관은 어떻게 할까? 1000명의 샘플을 뽑기 위해 1만 명에게 묻지 않는다. 1000명에게만 물어볼 것이다. 응답률이 100%이니까.

대선 기간 중에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던 지인들에게 통계학을 전공한 필자가 아무리 설명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런 말을 했다. “샤이(Shy) 보수들은 응답을 잘 안하는데 어떻게 반영되는가?”, “경상도 말씨 쓰거나 60라고 하니 조사원이 전화를 끊는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역시 통계 조사기법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표본 추출, 즉 여론조사 기법에는 카테고리(category)화 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전체 유권자를 묘사(描寫)하기 위한 표본 추출에서 인구분포에 따라 연령별, 지역별, 지지후보별로 구분(category) 짓는다.

전체 인구에서 60대 이상 인구분포가 20%라면 1000명 조사에서 60대는 200명만 조사하는 것이다. 만약 60대의 조사량 200명이 다 채워졌다면 그 후 전화 조사에서 60대가 나오면 배제를 하는 것이지 왜곡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샤이보수의 응답률 또한 카테고리화 과정과 수차례의 여론조사 과정으로 통해 거의 정확한 통계숫자로 나타난다.

또 이런 말도 있었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니 전화를 끊더라”. 이것 역시지지 후보별 조사라는 카테고리화와 연결되는 것이지 왜곡과는 거리가 먼 말이다. 좌우지간 이번 대선에서 우파의 여론조사 불신은 홍준표 후보의 낮은 지지율과 통계학의 기본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다. 다만 우파 오피니언 리더그룹조차 여론조사를 불신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우파가 반성해야 할 문제들

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틀리다고 대선도 믿을 수 없다? 이것 역시 여론조사 통계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총선은 모집단 자체가 대선에 비하면 적다. 총선의 지역별 유권자수는 고작 많아야 수십만이다. 그러나 대선 관련 유권자수는 정확하게 4239만 명이다. 모집단(유권자수) 자체가 급이 다르다. 지역 총선은 제한된 모집단(유권자)에서 샘플링을 하기에 편차가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선은 매우 큰 모집단(4239만 명)에서 충분한 샘플링을 하기에 거의 정확한 결과를 도출한다.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값’이 아니다. 여론조사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홍준표후보의 경우 초반 7%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최종적으로는 24%까지 올라갔다. 여론조사는 ‘믿고 안믿는 문제’가 아니고 ‘참조’하는 것이다. 여러 조사기관에서 나온 수차례의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고 ‘추세’와 ‘현황’을 판단(짐작)하는 것이다. 즉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은 여론조사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값을 가지고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가려진 밑바닥 민심(民心)

작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참패를 했다. 과반석은 고사하고 제1당의 지위도 잃었다. 그래도 그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집권 여당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분당(分黨)으로 갈라섰다. 급기야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탄핵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2012년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많은 유권자들은 실망을 넘어 환멸로 이어졌다. 누가 되든 박근혜 정부보다 못할 리 없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민심의 밑바닥 정서는 태극기 집회에 가려지고 말았다.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의 여론조사가 압도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극기 집회의 열기는 탄핵을 뒤엎을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게 했다. 이것도 역시 많은 유권자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탄핵에 찬성한 여론 지지율이 76%에 이른다는 것이 그 반증(反證)이다.

‘공무원들의 도시’인 세종시의 대선투표 집계결과는 문재인 51%, 안철수 21%, 홍준표 15.5%다. 이 결과에 대해 ‘공무원까지 좌편향되었다’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조선닷컴은 10일 보도에서 4급 공무원의 말을 인용했다. “고심 끝에 만들어 올린 보고서를 일부 비선들이 마음대로 고쳐 의사결정했다는 사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무능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태극기 집회에 가려진 밑바닥 정서는 이런 것이다.

탄핵심판을 부정하는 우파, 법치주의도 부정하는 것인가?

촛불 집회에 맞서서 태극기 집회는 대성공을 이뤘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많은 우파 오피니언 리더들이 태극기 무대에 올라서 탄핵무효를 외치거나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의 부당성을 법정 안팎으로 열변을 토했다. 김 변호사의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책도 대 성공을 거둘 만큼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모임에서 김평우 변호사는 미국의 탄핵제도를 예를 들면서 탄핵의 절차를 문제시 했다. 우파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에서 김 변호사는 탄핵의 부당성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탄핵절차법을 예로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탄핵절차과정을 논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대통령 변호인단이 어떻게 비춰졌을지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탄핵심판과정에서 김평우 변호사는 태극기집회에서도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결과는 8:0 전원일치 탄핵인용이다. 탄핵판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우파 오피니언 리더들과 일부 변호사는 8:0 기각 또는 각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에 전혀 뜻밖이라고 놀라기도 했다. 법정에서는 이기지 못하고 밖에서 울분을 토하는 일부 변호사의 모습도 볼썽사납다. 결론적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의 판단과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에 대한 반성이나 분석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사실 태극기 집회는 탄핵이 결정되는 순간 그 역할을 다했다. 단순한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서 이제는 정당까지 만들었다. 이에 대해 태극기 집회의 순수성을 변질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어떻든 간에 헌재판결을 부정한다면 이것은 그동안 ‘법치주의’를 무엇보다 중시하던 애국우파의 근간을 부정하는 꼴이다. 탄핵판결을 한 헌재 재판부는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재판부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상당수 우파단체는 헌법재판소를 좌경화 되었다거나 하면서 비난한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통계를 통해 본 우파의 방향은?

지난 20대 총선부터 친박-비박의 분열, 그리고 분당과 탄핵의 과정에서 국민적 분노는 고스란히 여론조사에 반영되었다. 단순하게 법 조항으로 해석될 부분이 아니다. 19대 대선 패배는 단순하게 홍준표 후보의 책임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최순실 일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상상외로 크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어도 그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면하려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 태극기 집회 맹신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최순실 재판에서 드러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언론에 오를 때마다 국민들은 경악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한 내년 지방선거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계를 통해 우파가 되새겨 봐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탄핵 찬성 여론 76%가 이번 대선에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 두 번째는 홍준표 안철수의 지지율 합이 문재인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결국 ‘반문연대’는 대선 이후에도 유효하다는 통계의 결과다.

▲ 글로벌디펜스타임즈 기자 / 역사안보포럼 대표 / 군사전문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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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말 2017-05-14 11:42:16
박근혜는 끝난 사람이고 태극기집회도 그 역사적 가치가 끝났습니다. 이제 미래를 준비해야죠. 언제까지 과거인 박근혜에게만 매달려 있을겁니까? 어떻게 해야지 다음 대선에서라도 승리할 수 있을지 정권 재창출에 매달려야죠. 합리적 견제를 하는 대안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해야지 쓸데없는 과거에 매달릴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