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19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12일 밝혔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는 허위사실이라면서 엄중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이와 달리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인터넷과 SNS 등에서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날 “전국 251개 개표소에서 4만3천여 명의 개표사무원과 2만여 명의 개표참관인이 참관한 결과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가 단 1장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여백 없는 투표용지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선관위는 “그런데도 여전히 투표용지에 여백이 없다는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향후 투표용지에 여백이 없다는 허위 사실을 계속 유포 하는 경우에 고발 등 엄중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선관위는 후보자 간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가 발급됐다고 주장한 11명의 시민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SNS상에 더불어민주당 측이 추천한 고OO 참관인이 “사전투표용지 2개가 맞다”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지만, 미래한국 측이 통화한 결과 ‘여백 없는 투표지를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나중의 기억으로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고 참관인은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SNS 글도 삭제한 상태이다.
▲ 제19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선관위 직원들이 서울 양천구 양정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설치,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 |
그러나 선관위의 공식 입장과 다르게 투표용지에 대한 의혹은 이어지고 있다. 본지 미래한국 측이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대한 제보를 요청하자 자신과 가족, 친구, 친지들이 그와 같은 용지에 투표했다면서 사무실과 메일 등으로 제보 및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투표용지 사진 등 결정적인 증거물을 제시한 제보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선관위가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해 불법인 줄 알고 찍어두지 않았다”, “선관위 엄포에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찍어둘 걸 그랬다” 등의 의견을 밝히며 아쉬워했다.
선관위 엄포에도 SNS 등에서는 자신이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로 투표를 했다는 증언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전 대표는 지난 13일 올린 글에서 “이번 대선에서 대충 필자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선관위의 조작 등등으로까지 이슈를 키워갈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필자도 여백이 없는 투표지를 받아 투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변 전 대표는 “선관위가 여백없는 투표용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유권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필자도 고발해야 한다”며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을 어떻게 아니라고 부정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다시 확인하여, 여백없는 투표용지 존재여부를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며 “선관위가 검찰 고발을 하든 뭘 하든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가 여백없는 투표용지에 투표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지연 북한동포와통일을위한모임(북통모) 대표(미국변호사)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인지연)는 2017년 5월 9일(화) 오전 8시 55분 경,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일, ‘여의도동 제4투표소’에서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를 받아서, 그 용지에 투표했습니다”라고 알렸다.
인 대표는 “이 저의 진술은 저의 직접 경험과 명료한 기억, 그 순간에 대한 또렷한 이미지에 근거한 명백한 사실임을 알립니다”라면서 “이 사실을 입증할 물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알리는 제 심정이 대단히 무겁고,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백 없는 투표용지가 단 1장도 없다"고 한 발표가 제 경험과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에, 저의 경험과 사실을 알리는 바입니다”라고 밝혔다.
기자 역시 5월 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3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 당시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를 완료한 바 있다.
투표용지에 대한 의혹이 이처럼 불거지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촬영 등의 증거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직선거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투표지 등의 촬영행위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또한 “투표관리관 또는 사전투표관리관은 선거인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경우 해당 선거인으로부터 그 촬영물을 회수하고 투표록에 그 사유를 기록한다”고 돼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 안에 들어가기 전에 투표용지를 사진촬영 하는 것은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이 같은 선거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이와 관련해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투표지에 기표해서 자신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것이 왜 죄가 되나요? 공직선거법에는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처벌한다는 것이지, 찍는 그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 아닐까요?”라며 “그리고, 설령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이후 당선자 확정 이후라면 왜 불법이 되나? 사전에 누구 지지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판에..선관위가 투표지 촬영을 금지하는 데는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네요”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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