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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당신의 착각”이라는 선관위 답변이 불편한 이유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는 허위사실’ 엄포보단, 공식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으로 의혹 해소해줘야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05.17l수정2017.05.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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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phjmy9757@gmail.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는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어도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다는 시민들의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가 제보를 요청한 후, 며칠 간 나 역시 받은 전화만 해도 여러 통이다. 지역도 다양하다. 서울 구로·양천, 경기 수원·부천, 부산 경남 거창 등, 충북 청주, 심지어 일본 도쿄·오사카 등 외국에서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자신이 투표한 경험을 설명하며 투표용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공통적으로 이런 증언들을 했다. 여백이 없는 촘촘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는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찍는데 오류가 발생할까봐 상당히 조바심을 가졌었다는 것이다. 또한, 투표를 하면서도 ‘이런 투표용지로는 노인층에서 무효표가 많이 나올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고도 했다.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로 5월 4일 사전투표를 마쳤던 나만 해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후보와 후보 사이에 여백 없이 바로 선으로만 구분 지어져 있어 자칫 도장을 잘못 찍을 경우 무효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투표용지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생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러한 시민들의 의문을 대하는 선관위의 태도다. 석연찮은 투표용지에 의문을 품은 시민들 질문에 ‘당신의 착각’이라고 답한 선관위 답변은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기자 신분을 밝힌 뒤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대해 질문하자 “투표용지가 28.5cm로 길다. 후보 사이에 여백 간격이 0.5cm로 붙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실제로 개표한 결과, 말씀하시는 그런 종이는 단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선관위 직원 뿐 아니라 정당 추천 개표 참관인들도 많은데, 만일 그런 투표용지가 있었다면 개표할 때 실물이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답했다. 즉, 당신이 투표용지를 착각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혹자는 자신이 UFO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의 예를 들어 대선투표 용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착각이라고 일축한다. ‘뇌의 착각’이라는 설명이다.

“여백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한 사람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느냐”는 일부 사람들의 논리적인 지적이나 ‘당신의 착각’이라는 선관위 답변에, 물증이 없는 현재로선 딱히 반박할 논리는 없다. 무모한 억측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선관위가 투표용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무차별 검찰 고발한다거나, 일방적으로 “당신의 착각”이라고 억누르는 듯한 태도는 불편하다.

극히 일부의 국민이라도 선거 과정에서 어떤 의문점을 제기한다면,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가 왜 있을 수 없는지 논리적인 답변을 한 것처럼, 그런 의문이 왜 잘못됐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선관위의 위압적인 태도는 오히려 불신을 더 키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투표용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557만표 역대 최대 표차이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당선 결과를 뒤집을 수도 없다.

다만, “여백 없는 투표용지는 단 한 장도 없다”는 선관위의 공식 발표와 다르게, “나는 왜 여백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는가”라는 의문을 풀고 싶을 뿐이다. 이런 의문점을 갖고 있는 일부 국민을 위해서 선관위가 이런 의문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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