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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선관위가 투표용지 의혹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

홍준표 지지자 뿐 아니라 문재인 지지자도 제기한 ‘여백 없는 투표용지 의혹’ 이대로 묻어선 안 된다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05.17l수정2017.05.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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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phjmy9757@gmail.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는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투표용지에 투표했다는 유권자들의 증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미래한국 측이 5월 중순경 투표용지와 관련한 제보를 요청한 후,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가운데 본 기자가 받은 전화만 해도 십여 통이 훌쩍 넘는다. 지역도 다양하다. 서울 구로·양천, 경기 수원·부천, 부산 경남 거창 등, 충북 청주, 경북 대구, 심지어 일본 도쿄·오사카 등 외국에서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자신이 투표한 경험을 되살리며 투표용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도 관련 동영상이 넘친다. 그 가운데 5월 4일자로 유튜브에 올라온 YTN 보도 뉴스영상 ‘YTN 2017 대선 D-4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두 가지 중 하나는 무효표? 투표용지 논란’에서도 최근까지 댓글로 투표용지 의혹을 제기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 영상 아래 댓글 란에는 “분명히 여백 없는 용지로 투표했는데 선관위가 거짓말 하는군요(제XXX)”, “선관위에 부탁한다. 내 투표용지 좀 찾아주세요. 여백 없는 줄 칸에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했다(무XXXXX)”, “선관위 나쁜XXX 나는 경남 산청에서 사전 투표했는데 분명히 하늘에 맹세코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기표했다.

칸이 비좁아 조심조심해서 찍고 나중에 함께 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여백이 없는 용지였다고 했다(신XX)” “우리 식구들 7명 모두 여백 없는 선이 다 붙어 있는 걸로 투표했는데 식구 7명이 죄다 눈에 착시 현상인가? 진실을 얘기하는데 허위사실? 가짜뉴스? 내 목숨 걸고 말한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투표용지 아닙니다. 미쳐버린 대한민국(신XXX)” 등 자신이 여백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에도 투표용지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이 많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 보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여백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5·9대선 전날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한 인테리어·여성·육아 카페에는 2가지 투표용지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여기 글쓴 엄마들 다 거짓말인가요? 문 후보 지지자지만 언제든지 반대 쪽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문 후보가 되든 누가 되든 이런 식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건 잘못된 거 아닌가요? (열XXXXX)”, “(선관위가) 나올 수가 없다고 큰 소리 치는데 저 역시 여백 없는 용지에 투표했다.

칸 밖으로 찍히면 다른 후보가 바로 찍히는 용지더만요. 그래서 도장찍기 전에 숨고르기를 몇 번하고 찍었다고요. 게다가 칸도 도장크기랑 거의 똑같아서. 뭐 이런 식으로 용지를 만들었대? 뭔가 이상한데 했지만 인쇄될 때 두 명이 체크하던데, 설마 이상이 있겠나 싶어. 최대한 조심히 심혈을 기울여 찍었다.

근데 이렇게 기억의 오류로 몰고 가는 상황에 혀를 내두르게 되네요. 증거가 없으니 남들이 믿든 믿지 않든 선관위와 언론의 대처에 실망했다(이XXXXXX)” “전 정말 억울해서 표창원 의원님께도 문자 보냈네요. 루머다 선동이다 가짜다로 치부해버리니 미치고 환장하겠던걸요(여XX)” 다만, 민주당 지지층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의 투표용지 의혹 제기는 대선 이후 쑥 들어갔다는 특징을 보인다.

수많은 의혹, 묻어버릴 순 없다

투표용지 의혹을 제기한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공통적으로 이런 증언들을 했다. 여백이 없는 촘촘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는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찍는데 오류가 발생할까봐 상당히 조바심을 가졌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면서도 ‘이런 투표용지로는 노인층에서 무효표가 많이 나올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고 증언했다.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로 5월 4일 사전투표를 마쳤던 나만 해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후보와 후보 사이에 여백 없이 바로 선으로만 구분 지어져 있어 자칫 도장을 잘못 찍을 경우 무효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투표용지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생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러한 시민들의 의혹 제기와 궁금증을 대하는 선관위의 태도다. 석연찮은 투표용지에 의문을 품은 유권자들의 질문에 ‘당신의 착각’이라고 답한 선관위 답변은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5월 15일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내가 기자 신분을 밝힌 뒤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대해 묻자 “투표용지가 28.5cm로 길다. 후보 사이에 여백 간격이 0.5cm로 붙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실제로 개표한 결과, 말씀하시는 그런 종이는 단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선관위 직원 뿐 아니라 정당 추천 개표 참관인들도 많은데, 만일 그런 투표용지가 있었다면 개표할 때 실물이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답했다. 즉, 당신이 투표용지를 착각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혹자는 자신이 UFO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의 예를 들어 대선 투표 용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착각이라고 일축한다. ‘뇌의 착각’, ‘기억의 오류’라는 설명이다. 일부는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정신병까지 운운한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 전날까지 사전투표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가리지 않고 제기된 투표용지 의혹이 단지 집단적 착각에 불과할까?

“여백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한 사람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느냐”는 일부 사람들의 논리적인 지적이나 ‘당신의 착각’이라는 선관위 답변에, 물증이 없는 현재로선 딱히 반박할 논리는 없다. 무모한 억측으로 의혹을 위한 의혹에 매달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선관위가 투표용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무차별 검찰 고발한다거나, 일방적으로 “당신의 착각”이라고 억누르는 듯한 태도는 못내 불편하다.

극히 일부의 국민이라도 선거 과정에서 어떤 의문점을 제기한다면,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가 왜 있을 수 없는지 논리적인 답변을 한 것처럼, 그런 의문이 왜 잘못됐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과거 18대 대선 개표 시스템의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한 나꼼수 등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대해 선관위가 대한 태도와 현재의 태도를 보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는 생각이 든다.

선관위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다. 일부 국민이라도 선거 관리 과정에서 어떤 의문을 제기한다면 충분히 해소시켜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과정이 없이 위압적인 태도만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불신을 더 키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투표용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557만표 역대 최대 표차이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당선 결과를 뒤집을 수도 없다.
다만, “여백 없는 투표용지는 단 한 장도 없다”는 선관위의 공식 발표와 다르게, “나는 왜 여백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는가”라는 의문을 풀고 싶을 뿐이다.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다는 국민을 단지 ‘정신병’을 앓고 있다거나 ‘집단 착각’으로 치부하고 누르는 데 치중한다면 반발심만 더 커질 뿐이다.

일부라도 이런 의문점을 갖고 있는 국민을 위해 선관위가 이런 의문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 지난 대선에서 보듯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은 정권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위협과 법적 처벌이란 엄포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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