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대장의 '침묵의 함성'
찬양대장의 '침묵의 함성'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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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숙 서울교회 권사

김상철 장로님에게는 참으로 여러 가지 타이틀이 있지만 제가 기억하는 김상철 장로님은 서울교회 임마누엘 찬양대 대장으로 찬양대를 섬기실 때, 그러니까 신앙인으로 교회의 부르심에 순종하시는 장로님의 모습입니다.

장로님은 부인 최원자 권사님과 함께 1997년과 1998년, 그리고 2000년과 2001년에 서울교회 주일 3부 예배 찬양대를 섬기셨습니다. 어느 날인가 장로님은 임원들을 모아놓고 조금 침체돼 가는 찬양대를 위해 기도하면서 어찌하든지 지휘자를 돕고, 받들어 찬양대를 부흥시키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자고 말씀을 하시며 찬양대를 격려하셨습니다. 그 당시 장로님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할 때인데 장로님은 늘 교회의 일을 우선시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면동 김 장로님 댁에서 온 찬양대원들이 잔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함께 찬양을 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그날 찬양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반기며 식사를 챙겨주시던 장로님의 모습은 아스라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장로님과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던 일은 늘 우리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김상철 장로님이 서울교회를 섬기신 일은 하나님의 필연입니다. 한 시대의 두 거목이신 이종윤 목사님과 김상철 장로님의 만남은 아마도 하나님께서 오래 전에 예비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이종윤 목사님은 축도하실 때마다 하나님께 애소하는 북녘의 동족을 위해,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위해 기도하시므로 우리로 하여금 조국을 향한 염원을 가지게 하셨는데 장로님은 진정한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도록 우리의 가슴에 작은 불씨를 심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시간표, 그 계획에 따라서…

장로님이 쓰러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그 후 오랜 시간 투병하시는 모습을 뵈며 왜 하나님은 할 일 많은 장로님을 저토록 오랫동안 병상에 두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같은 미물이 어찌 하나님의 깊으신 뜻을 알겠으며 어찌 하나님의 시간표를 짐작이나 하겠습니까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장로님의 그 큰 자리를 느끼라고 하신 걸까요? 탈북자들을 위해 애쓰시던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는 걸까요? 당신의 지극한 조국 사랑, 그리고 당신의 신앙이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라고 하신 걸까요?

그렇습니다. 병상에 계신 4년 동안도 장로님은 침묵의 함성을 세상에 외치고 계셨습니다. 서울시장에 올랐던 장로님을 다시금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그 크신 뜻도 우리는 아주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가녀린 몸으로 서울교회 교회학교 초등부 찬양대를 지휘하던 민정이가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 교회 앞마당에서 아들 세호 씨와 자부 신아 씨, 그리고 최 권사님과 세호 씨의 쌍둥이 아기들을 만났습니다. 늘 새색시처럼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장로님의 뒤에 수줍게 서계시던 최 권사님이 손주들 손을 잡고 함박웃음을 웃으시니 영락없는 할머니이십니다.

사랑하는 장로님.

부디 그 곳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우리의 조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주님의 몸 되신 서울교회가 어찌하든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가 되도록, 그리고 당신이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자유의 몸이 되어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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