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큰 나무’
내가 만난 ‘큰 나무’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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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문 前 대한민국 우표디자인실장

1994년 이른 봄 즈음 처음 만난 김상철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태평양아시아협회(PAS) 라는 NGO를 발기하기 위해 내게 상징 로고 제작을 부탁하며 우리의 선한 인연이 시작됐다. 쾌히 승낙한 후 다시 여러 번 그와 만나면서, 나는 그의 나라사랑에 대한 확고하고 뜨거운 신념과 굳은 의지에 점차 매료되기 시작했다.

김상철 변호사는 서기 전부터 서구유럽(팍스로마나)에서 시작한 문명의 중심이 북미대륙(팍스아메리카)으로, 이제는 태평양아시아대륙에 이르러 옮겨가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터 잡아 가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음을 느꼈다. 그가 특유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각계의 지성들을 모아 대한민국의 태동 때부터 애써온 역사의 증인들에게 애국심을 일깨워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어 시작한 PAS는 순수한 민간단체이다.

그해 7월 나도 김상철 변호사의 나라사랑 프로젝트 중 하나인 태평양아시아협회의 발기인으로서 함께 봉사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랑에 바탕한 자유와 정의, 인내와 절제를 통한 조화와 협력’을 기본정신으로 우리는 직접 손과 발품으로 뛰며 스스로 일을 찾아 성실히 동참했다. 그리고 목마른 애국의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라면 흑백과 시시비비를 논하지 않고 누구든지 기꺼이 받아들여 힘을 합쳐 일했다.

그는 우리가 모일 때마다 상기된 어조로 청년처럼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서로 만나고 이해와 신뢰를 쌓는 일부터 하겠지만 점차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서로 돕고 협력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테이블에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겠지만 나중에는 큰 마당에서 한 목소리를 모아 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힘이 들고 작아 보이겠지만 결국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요즘에서야 세계가 “한류, 한류”를 외친다하지만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한 김상철의 프로젝트 안에는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세계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선진 ‘한류’였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가슴 속엔 이미 ‘세계’가 있었다

그의 DNA가 고스란히 담긴 태평양아시아협회를 다른 일꾼들에게 맡기고 그가 하나님 앞으로 소천한 지도 1년이 됐다. 그와 함께 한 20여년은 나의 인생 후반부 여정 동안 내 가슴속에 숨어 있는 애국의 불씨를 깨워서 흩어진 디아스포라 연변동포들과 제자사랑으로 아름답게 헌신하게 안내해준 멋진 가이드였음을 회고한다. 인류의 미래를 믿고 새 문명을 여는 데 앞장서기 위해 태평양아시아를 하나의 선린적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역할을 먼저 떠안으려 한 그는 21세기를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선견자였다.

태평양아시아협회뿐 아니라 그가 앞장서서 발기한 단체들은 많다. 공산주의의 도전과 사회악과 맞서 싸우는 밝고힘찬나라운동, 분단의 아픔으로 고통 받는 조국을 위한 구국기도 모임, 소비에트사회주의 국가들의 도미노 같은 몰락으로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탈북민들을 위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그리고 미래한국신문사 설립 등이다. 건전한 개혁으로 행복지수 1위의 나라로 재건한 덴마크의 그룬트비나 전쟁의 상처로 스러져가는 독일 국민의 자존감을 일깨웠던 피히테처럼 미래지향적인 긍정의 프로젝트들을 쏟아낸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헌신적인 추진력은 주변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앞장서서 올바른 길을 찾아내야 할 책임을 스스로 지면서 기뻐했던 그는 지위나 명예, 소유 등 외모를 따지지 않고 담장을 낮춰 다른 이웃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그리고 이해의 폭을 넓혀 사람들이 제멋대로 만든 편견의 골짜기를 부단히 메워주려 했던 예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던 ‘제자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내 가슴에 ‘큰 나무’로 상징하고 있다. 큰 나무는 참새도, 부엉이도, 다람쥐들도 온 짐승들과 애벌레들이 깃들 수 있는 든든한 쉼터와 보금자리를 말없이 허락하기 때문이다. 큰 나무는 밑동이 상할 때까지 자기의 모든 본분을 다해 내주다가 그 곳의 지표석으로 그 소임을 다할 것이며, 나중에는 땔감으로 후세들의 혹한 같은 닥쳐올 위기를 따뜻이 견디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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