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상철’이라는 한 한국인을 기억합니다. 그분은 저의 친한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 간 네트워크를 구성한 분이십니다. 그는 이를 ‘태평양아시안네트워크’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은 UN의 이상(理想)에 헌신한 국가들 간 네트워크지만 지역 차원에서 사회문화적 및 경제적 교류, 스포츠, 학생교환, 여러 나라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회의와 같이 크지 않은 사업들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대다수 UN 회원국들이 신봉하는 자유, 정의, 민주주의와 같은 국제적 원칙들을 고수한 국제주의자(Internationalist)였습니다. 그는 인간주의자(Humanist)로 인권을 중시해 고문, 인신매매, 사형제를 반대했습니다.
그는 또 자신의 나라를 무척이나 사랑했고 한반도의 분단을 애석해한 애국주의자(Nationalist)였습니다.
우리 필리핀 사람들은 미국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한때 우리를 식민 지배했던 이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과 달리 북한이라는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보호 우산이 한국에서 더 환영받고 있는 것입니다.
김상철은 인간주의자 및 국제주의자일 뿐 아니라 애국주의자 및 정치인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동의했지만 어떤 것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고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면서 태평양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하여 민간주도로 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에 대해 의논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그러다보니 추억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다. 김상철 회장이 오면 내리던 비도 그친다고 해서 ‘Kim Sang Chul's weather’라는 별명을 붙여준 일, 그와 같이 말라카냥궁(대통령궁)에서 에스트라다 대통령과 아로요 대통령을 예방하던 일 등이다.
또 한국에서 청평 호숫가 작은 호텔을 빌려 세미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일, 남산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민속공연과 야경을 즐기며 식사한 일. 특히 김상철 회장 댁에 초대되어 받은 환대는 잊을 수 없다. 김상철 회장은 나에게 형님이라고 부른 때도 있었다. 참으로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김상철 회장에게 정말 고마운 일이 있는데 내 딸 결혼식 때 부인과 함께 참석해 준 일이다. 딸의 결혼식을 빛내준 것도 고맙지만 그가 얼마나 바쁜지 아는 나이기에 결혼식 참석만을 위해 시간을 내준 김상철 회장에게 더 고맙다. 나는 언제까지나 그런 만남이 계속 될 줄 알았다. 김상철 회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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