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따라가야 할 거인의 발자취
누군가는 따라가야 할 거인의 발자취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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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미래한국 기자 · 작가

김상철 회장님과 저의 만남은 역설적이게도 2012년 12월의 천국 환송예배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 넉 달 밖에 되지 않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던 제게 회장님은 언젠가는 돌아오실 분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입니다. 김범수 사장님이 언제나 ‘김상철 회장님의 관점’에서 판단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그 분의 판단력과 통찰력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바람도 가졌었습니다. 그 분께서 내 글을 봤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늘 궁금했습니다.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한다는 것은 회장님을 만나 뵌 적이 없는 제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추웠던 겨울날 서울교회에서 치러진 천국 환송예배가 어제 일처럼 기억납니다. 평온한 슬픔이 온 예배당을 감싼 채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저는 서운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많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회사에서 드리는 예배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를 때마다 그 날이 생각나곤 합니다. 따님 되시는 김민정 사모님과 교회에서 마주친 일이 있는데 많은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기억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회장님과 회장님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회장님에 대한 관심은 그 분을 떠나보내고 난 뒤부터 더 커졌습니다. 서울 법대 3대 천재. 인권 변호사. 우리정의당. 언론의 공격. 7일간의 서울시장. 천만 명의 서명. 그리고 미래한국.

누군가에게 들어서만 알고 있던 사실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와 그 분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요점은 그 분이 수많은 사람의 몫을 혼자서 해낸 거인(巨人)이었다는 결론으로 정리됐습니다. 이미 20년 전에 회장님께서 갖고 계셨던 비전은 놀랍게도 지금 이 순간까지 미래한국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 호 한 호를 마감할 때마다, 살아서 거인은 돌아가셔도 거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김상철 회장님의 목소리를 들은 것 역시 환송예배 때 녹음된 기도 음성을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차분하지만 강직했던 그 목소리는 그의 주변을 지켰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문용린 서울시교육감님과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식사를 한 일이 있습니다. 문 교육감님은 미래한국 기자인 저를 보시더니 김상철 회장님에 대한 추억담을 긴 시간 동안 이어가셨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화제가 되는 사람. 그것이 김상철 회장님의 저력이고 매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의 모습을 닮아가며 그 분의 뒤를 잇는 일일 것입니다. 2013년 초, 저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쫓아가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김상철 회장님의 첫 일과였던 새벽기도에 나서보기도 했습니다. 습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이런 생활을 하시면서도 그 수많은 활동의 궤적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 못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강시영 편집국장님이 늘 말씀하듯 그 분은 모세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모세가 모세일 수 있는 것은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던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상철 회장님은 거인이었으므로 그가 했던 모든 일을 한 사람이 감당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누군가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합니다. 한 사람이 힘들다면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라도 그의 뜻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미래한국이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 되기를, 김상철 회장님도 바라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신발 끈을 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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