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람’ 마이크 펜스 부통령
‘예수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람’ 마이크 펜스 부통령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5.23 1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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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8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선거 승리가 확정되자 뉴욕에 있는 공화당 선거캠프 본부에 모든 미국인의 눈이 모아졌다.

먼저 등장한 사람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차기 부통령에 취임하는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펜스 주지사는 “지금 저는 이곳에 매우 겸손하게 서 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미국 부통령이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이었다.

펜스는 선거기간 중 자기를 이렇게 소개해 왔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보수주의자이며 공화당원이다. 이 순서대로다.”(I am a Christian, a conservative and a Republican. In that order)”

‘기독교인’이 자신의 제1 정체성이라는 의미로 펜스는 미국 내 대표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Evangelical Christian) 정치가로 알려져 왔다.

▲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인 정치가

펜스는 아일랜드 이민 가정 출신이다. 할아버지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와 버스 운전사를 하며 정착을 했고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육군에서 복무한 후 주유소를 운영했다. 펜스 가족의 종교는 아일랜드 이민자 대부분처럼 가톨릭으로, 펜스 역시 어린 시절 성당에서 재단 소년으로 활동하는 등 가톨릭 신앙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인디애나 하노버 칼리지)에 들어가 예수 그리스도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개신교 기독교인들을 만나면서 복음주의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톨릭의 많은 의식에 참가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그가 원했던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얻지 못해 영적인 삶에서 뭔가 빠진 느낌이었던 그에게 이들의 신앙은 신선한 것이었다.

펜스는 이들 중 한 선배가 목에 건 금십자가 목걸이를 부러워했다. 이 말을 하자 그 선배는 펜스에게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마이크, 기억해라. 너는 십자가를 목에 걸기 전에 네 마음에 걸어야 한다.”

이 말을 들은 뒤 얼마 후 펜스는 켄터키에서 열린 기독교 음악축제에 참석했다. 그는 그곳에서 예수가 인류의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에서 사망하며 모든 것을 다 하셨다는 복음을 들으며 자신의 인생을 예수 그리스도께 드린다는 신앙고백을 했다. 펜스는 “당시 내 가슴은 감사와 기쁨으로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삶을 예수 그리스도께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대학 동창회에서 “내가 이곳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친구와 가족을 합친 것 그 이상으로 내 인생을 바꾼 분을 만났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30년 전 이곳에서 나는 그 진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 결정은 그의 정체성을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재정의하며 그렇게 살도록 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 펜스는 진화론을 믿느냐는 한 질문에 “나는 하나님이 하늘과 땅,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전심으로 믿는다. 그가 이것을 어떻게 했는지는 나중에 그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답했다. / 지난 4월 17일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면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 상대 비난 않는 태도 지켜

펜스는 변호사,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한 후 2001년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6선 의원으로 활동했고 2012년 인디애나 주지사가 되었다.
 

펜스는 선거 유세 때 상대방 후보를 공격하는 부정적 캠페인을 펼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예수 그리스도는 죄인들을 구하기 위해 오셨다. 나는 그 죄인들 중에 최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가 부정적 선거운동을 펼치지 않은 것은 1990년 출마했다가 낙선한 연방하원 선거가 계기였다. 펜스는 당시 연방하원 에너지 소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샤프 의원을 대상으로 선거전을 펼쳤다. 그는 한 선거방송에서 중동 사람처럼 망토와 두건을 두르고 중동식 억양으로 샤프 의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미국이 중동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못하도록 하는 데 샤프 의원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형적인 부정적인 선거운동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후 1991년 펜스는 ‘부정적 선거운동에 대한 고백’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부정적 선거운동을 펼친 것을 샤프 의원에게 사과했다.

의원 시절 그는 술이 나오는 자리에는 아내 없이 참석하지 않았고 동료 의원들은 그가 나타나면 자신의 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경건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펜스는 대학 때 교회에서 만나 결혼한 그의 아내 카렌을 ‘기도의 용사’라고 부르는데 그녀는 ‘Yes’라고 쓰인 금십자가를 지갑에 늘 넣고 다닌다고 한다.

펜스의 복음주의 기독교 신앙은 그가 하원의원 및 주지사로 재임하며 추진한 정책들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그는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단체인 Planned Parenthood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 중단을 추진했고 다운증후군과 같은 장애 때문에 낙태를 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법안을 서명하는 등 친 생명 정책을 펼쳤다.

‘동성결혼’은 반대

사업하는 사람들이 신앙적인 이유로 동성애를 거부해 동성애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이른바 ‘종교의 자유 법안’을 서명하는 등 반 동성애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3년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에 서명한 이 법안은 당시 미국 주요 대기업과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이른바 LGBT의 전국적인 반발을 초래했다.

그는 한 사회의 붕괴는 결혼과 가정제도의 부패에서 시작한다며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밝혀 왔다. 펜스는 진화론을 믿느냐는 한 질문에 “나는 하나님이 하늘과 땅,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전심으로 믿는다. 그가 이것을 어떻게 했는지는 나중에 그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답하며 창조론을 믿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런 펜스 주지사를 두고 그는 옷 소매에 신앙을 매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예수라는 조끼를 아예 입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처럼 철저한 복음주의 기독교인인 펜스 주지사를 트럼프가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세우자 미국 내 많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혜성처럼 등장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누구인지, 한때 민주당원이었다가 공화당원으로 바꾸고 세 번의 결혼을 하는 등 트럼프의 과거를 보면서 과연 그가 보수의 가치를 대표하는 사람인지 당시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의심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인물인 펜스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임명하자 많은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찬사를 보냈고 복음주의 기독교인 80%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몰표를 줬다.

펜스는 대선 기간 중 선거 광고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펜스는 “기도는 이 땅에서 마지막 최선의 희망이라고 말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은 여전히 사실”이라며 “미국이 다시 건강하고 강한 나라가 되도록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약성경 역대하 7장 14절을 인용해 “그의 이름으로 일컫는 그의 백성들이 겸비해서 기도하면 그가 하늘에서 듣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을 고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는 지난 1월 20일 미국 48대 부통령으로 취임서약을 할 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읽었던 성경에서 이 역대하 7장 14절을 펴고 그 위에 왼손을 놓고 서약을 했다. 펜스는 취임 후 워싱턴 DC에서 열린 낙태를 반대하는 친 생명 집회에 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화제가 되었다.

12년 동안 연방하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펜스는 전국민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연방의원들을 상대하고 있고 지난 4월 한국, 일본 등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방향과 안보 의지를 전달하는 등 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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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2017-05-23 15:54:45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드러난, 그리고 숨겨진 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