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칼럼]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5.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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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불륜을 나의 로맨스로 바꾸는 일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지난 26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브리핑 형식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비롯 장관, 등 각료급 인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위장전입, 이중국적 등의 문제들에 대해 총괄적으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5월 10일에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어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지 보름 남짓한 시점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철저한 검정을 거쳐 임명하였다고 하였지만 청문 과정에서 위법을 하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명사나 지도자급 인사들의 공인 의식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장삼이사의 저자거리 행태나 다를 바 없다고 한숨지었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적 지지를 잃어버린 데는, 인사의 실패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여론을 꿰뚫어 본 탓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본인은 절대로 그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그리고 논문표절 행위를 5대 비리로 규정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해당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권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현이었고, 인사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자평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요직 임명과정에서 드러난 약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모으는 카드로 삼겠다는 전략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과거의 양태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가 않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임명하겠다며 지명한 인물에게서 잇따라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던 일들이 여전히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비서실장의 사과는 그 증명이다.

임 비서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한다”며 자세를 낮추었다. 후보 시절에는 이것저것 이야기 했지만 실제 대통령이 되어 인사를 하려고 보니 그때와는 많이 달라서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다.

▲ 임종석 비서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인선 발표 이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아니어서, 그의 사과를 대통령의 사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측근 보좌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통령의 권한인 인사문제에 대해 비서실장이 ‘문제가 있으니 사과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승인이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랬다면 대통령을 제치고 비서실장이 실권자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일 터이니까.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각료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비록 비서실장이 대신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사과가 나왔다는 것은 새 정권의 앞날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고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는 쉽지만 내가 그 일을 대신하여 잘하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불륜이라고 비난했던 일을 아름다운 로맨스로 바꾸는 일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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