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文정부, 언론계 손보기 시작되나
[심층분석] 文정부, 언론계 손보기 시작되나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5.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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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이사장 검찰 조사, 조준희 YTN 사장 사퇴는 언론계 보수우파 인사 숙청작업 신호탄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 및 ‘보수 궤멸’ 공언이 언론계에서부터 시작되는 모양새다. 조준희 YTN 사장이 임기를 10개월가량 남겨 놓은 상황에서 5월 19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언론계 인사 전체를 대상으로 사퇴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보수우파 정부에서 임명된 언론인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시작부터 잘못된 인사 조준희 YTN 사장, 마지막도 언론노조 부역적 행태로 마무리

조준희 사장은 5월 19일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퇴임식에서 “비록 임기가 남았지만 조금 일찍 비켜서는 것이 YTN을 변화의 중심으로 추동해 화합 속에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은행장 출신인 조 사장은 2015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사장으로 취임했다. 언론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은행장 출신이 보도전문채널인 YTN 사장에 임명되자 야권과 좌파진영은 물론 우파진영 내에서 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을 모르는 인물이 핵심 언론사 가운데 하나인 YTN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불공정 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언론노조의 좌편향이 낳은 뿌리 깊은 적폐를 개혁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특히, 취임하자마자 보인 조 사장의 친언론노조 행보는 큰 실망을 낳았다.

▲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적폐청산은 오직 언론 노동자들의 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투쟁을 독려했다. 사진은 민주노총 부산지역 본부와 2017 차별철폐대행진단이 부간 연제구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보인 '적폐청산' 퍼모먼스

그는 2015년 4월 첫인사에서 언론노조와 가까운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며 YTN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 재를 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언론노조 YTN지부 초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노조의 ‘대부격’ 인사로 불리던 김호성 전 YTN 웨더본부장을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YTN의 한 관계자는 “단적으로 말해 회사를 노조에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사”라며 “노조에게 곳간 열쇠를 내준 형국”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조 전 사장의 신임 속에서 김호성 전 기조실장은 총괄상무로 승진했고, 조 사장 사퇴 후 사장직을 대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TN은 공영방송은 아니지만 한전KDN, 한국마사회, 한국인삼공사 등 공기업이 주요 주주로, 정권의 의중이 사장 선임에 반영되기 쉬운 구조로 돼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개혁을 주도할 주요 자리를 엉뚱한 언론 문외한을 임명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과 함께, 언론개혁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나 조 사장은 1년여에 가까운 임기를 남기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남으로써, 야권과 언론노조 진영에 우파언론인 청산 작업을 위한 첫 물꼬까지 터주는 역할을 하고 퇴장한 셈이다.

실제로, 조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언론노조 YTN지부는 “해직자 복직에 대한 YTN 구성원들의 염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YTN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조 사장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보수우파 정부가 임명한 사장 사퇴에 이례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KBS 내 우파성향의 노조인 공영노동조합(위원장 성창경, 이하 공영노조)은 5월 19일 성명을 통해 “정권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의심”된다면서 “다음 차례는 KBS, MBC인가? YTN 사장이 나갔으니 알아서 퇴진하라는 것인가? 그래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골라 앉혀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인가?”라고, 조 사장 사퇴를 정권의 적폐 청산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 압박

문재인 정권 들어 보수우파 인사 숙청 신호는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언론사 가운데 가장 균형적으로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MBC를 관리,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된 것. 언론노조의 기관지격인 미디어오늘은 이 소식을 첫 보도하기도 했다.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고소당한 이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이사장은 그해 1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자신이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한 사실을 소개하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에 문재인 후보도 변호사였다”면서 “그러므로 나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2015년 9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어 11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도 고 이사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기도 전인 1년 8개월 전 고소 사건을 수사하지 않던 검찰이 대선 직후 수사에 착수하자 곧장 구설에 올랐다.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집권하자마자 MBC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을 낳으며 정치수사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고 이사장 측에 따르면, 검찰이 진술조서 양식을 보내온 것은 지난 4월 하순이었다. 당시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문재인 대선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유력시 되던 때였다. 그 무렵 좌파언론에서는 검찰이 고 이사장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보도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다 대선이 끝난 후 검찰의 행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누가 보더라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미래미디어포럼(회장 이상로)은 “검찰이 1년 반 동안 수사를 하지 않다가 대선 직전에 수사에 착수한 배경은 두 가지로 풀이 된다”며 “첫째는, 수사가 선거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검찰이 그동안은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선거 유세 당시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MBC를 집권하자마 장악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 그 의도는 정치적”이라며 “검찰 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인 의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적폐청산’ 무기로 언론노조 연대 파업 가능성, 보수우파의 대안은?

문재인 정권의 언론계 보수우파 인사 숙청작업은 일단, 언론노조와 좌파언론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2일 사설을 통해 “이제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에 쏠리고 있다. 문화방송의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한국방송의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에 부역하고 공영방송을 ‘정권 호위 방송’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꼽힌다”며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일은 책임 있는 인사들의 퇴진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방송 공영성 파괴에 앞장선 두 공영방송 경영진은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도 언론계 보수우파 인사들 퇴진 투쟁 앞장에 선 형국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5월 19일 “YTN에서 가장 먼저 정상으로의 회복이 시작됐다. 이제는 KBS 차례”라고 밝혔고, 언론노조 MBC본부 또한 같은 날 “MBC 역시 해고자들이 남아 있다.
MBC 정상화의 출발점은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전면 퇴진”이라고 못 박았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역시 18일 박노황 사장 이하 경영진을 향해 “2년간의 적폐를 스스로 청산하고 연합뉴스를 정상화하라”며 노골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KBS·MBC·YTN·연합뉴스 등 정부가 대표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공영언론사 내부에선 ‘언론적폐청산’을 둘러싼 내부 투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들 언론사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에 저항한다는 명분으로 공영언론4사 연쇄파업이라는 연대투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공영언론4사의 연대투쟁이 5년이 흐른 지금 문재인 정부의 ‘언론적폐청산’ 의지에 힘입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계기로 언론계에 대한 정권의 외압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언론노조가 언론계 인사 숙청을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서는 셈이 된다. 그러나 언론노조의 그 같은 전략대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공영방송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이 언론인들 퇴진 압력에 직접 나서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언론노조가 직접 자신들이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라며 “노조가 나가라고 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려면 여태까지 투쟁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과 우호적인 언론노조 진영의 ‘적폐 청산’ 및 ‘보수 궤멸’ 작전에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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