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국發 가짜뉴스’ 만드는 韓언론
[이슈] ‘미국發 가짜뉴스’ 만드는 韓언론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7.05.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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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치렀던 대선에서 화제가 된 이슈 가운데 하나는 ‘가짜뉴스’였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가짜뉴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그 주체가 주로 ‘文비어천가’를 부르는, ‘자칭 중도좌파 매체들’이라는 점이다.

지난 5월 17일 한국 언론들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가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마치 미국 정부의 대북 기조가 확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헤일리 유엔 대사의 실제 발언은 달랐다.

▲ 니키 헤일리(Nikki Haley) 유엔 주재 미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나라들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북한을 지원하든가 아니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돕든가 양자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언론은 헤일리 미 대사가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 발언 보도, 왜곡인가 오역인가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7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대사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핵개발이나 관련 실험을 모두, 완전히 중단하기 전까지는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얼핏 비슷하게 보이지만, 한국 언론들의 보도는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면 미국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투여서, 니키 헤일리 대사의 실제 발언과는 어조가 상당히 달랐다. 게다가 니키 헤일리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핵심은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가 아니라 “앞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나라들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니키 헤일리 대사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북한에 물품을 제공하거나 지원하는 나라가 있다면, 우리는 그 나라가 어디인지 공개 지목하겠다”며 “세상 모두가 어느 나라인지 알게 만들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여러분을 향하도록 할 것”이라며, 북한에 ‘외화벌이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를 향해 강력히 경고했다고 한다.

니키 헤일리 대사는 이어 “여러분은 북한을 지원하든가 아니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돕든가 양자택일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니키 헤일리 대사는 또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13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비판한 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현재 대북제재 상황을 살펴보고,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북한을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 언론 대부분이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면 미국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하고, 이를 주요 외신이 서울발로 보도하자 미 정부는 발끈하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7일 보도한 유엔 주재 미 대표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북한이 6자 회담 복귀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다면 미국도 대화를 거부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6자 회담을 먼저 파기한 뒤 도발만을 일삼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유엔 주재 미 대표부 대변인은 한국 언론들의 ‘핵실험 중단 시 북한과 대화’라는 식의 보도를 가리켜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기준이 낮아진 것은 아니며, 헤일리 대사를 비롯해 미국 정부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고, 진심으로 협상 의지를 보일 것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유엔 주재 미 대표부 대변인은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미·북 간에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목표로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뿐만 아니라 관련 개발 프로그램, 미국을 향한 도발적 언동을 완전히 중단하는 등의 긍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재차 지적한 것”이라며 “이 또한 미·북 간 대화의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18일 보도한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대변인의 말도 “미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미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때까지는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제로 한 대화에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지만 북한과 어떤 범위의 대화라도 재개하려면 사전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韓언론의 미국 뉴스 왜곡, 처음 아니다?

한국 언론들이 미국발 뉴스의 ‘팩트’를 교묘하게 짜깁기해 전혀 다르게 보도한 사례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의 발언 보도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18일 한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또한 사실과 달랐다.

4월 1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시진핑은 내게 중국과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이야기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의 수천 년 역사에 대한 것이었다. 그 사이에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많은 전쟁이 있었다. 한반도는 실질적으로 중국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나는 10분 정도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 한반도 문제가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본문이나 이를 인용한 미국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직접 봤다면 한국 외교부와 같은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지난 수천 년 동안 한중 역사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 측에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언론들은 18일부터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시진핑 주석의 주장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둔갑시킨 뒤 트럼프 대통령만을 비판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뉴스 검색 제휴를 한 언론사들의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제목이나 논조가 “트럼프 발언 파문”, “경솔한 트럼프”, “역사 지식이 부족한 트럼프” 등의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망언’을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거나 문제 삼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트럼프를 향한 韓언론들의 악의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워싱턴 익재마이너’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나오면서 또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상황이 적절해진다면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며 “그와의 만남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싱턴 익재마이너’의 보도 내용을 직접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를 할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 중이며 그 가운데는 군사적 수단도 포함돼 있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할 경우에는 대화의 길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에 내놓은 ‘최대의 압박과 개입’기조에서 벗어나는 표현이 아니었다.
실제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5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만남’ 발언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미국 내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한 존 박 하버드대 벨퍼센터 코리아워킹그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안을 강조하면서, 모든 옵션을 검토 대상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한쪽으로는 대화와 협상이라는 여지도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강력한 대북 압박에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만남’ 발언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향한 것일 수 있다”면서 “향후 더 강력한 대북 압박을 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왜곡 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월 9일에는 미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을 물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 맥마스터 NSC 보좌관에게 호통을 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는 기사가 아니라 외부 기고 칼럼이었다. 칼럼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맥마스터 미 NSC 보좌관이 지난 2월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아, 경질될 위기에 있다”는 것으로 “워싱턴 정계에서는 군사 전문가로 이름이 높은 맥마스터를 트럼프가 왜 싫어하는가”에 대한 관련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었다.

이 중에서 한국에 배치한 사드 문제는 한두 줄에 불과했고, ‘격노했다’는 식의 표현도 없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이 NSC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을 두고 감정이 상했으며, 이후 맥마스터 NSC 보좌관과의 의견 충돌이 계속되자 백악관 내부 소식을 언론에 유출한 것이 맥마스터 NSC 보좌관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5월 18일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여론 고조’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이후 미국 사회의 여론이 나빠지고, 이때 민주당 하원의원 1명이 17일(현지시간) 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이는 현재 미 언론이 보도하는 ‘사실’과 거리가 있음에도 한국 언론들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미 현지 특파원이 있는 거대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확인 결과 트럼프에게 반대해 온 워싱턴포스트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일부 힐러리 전 국무장관 지지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고, 일부 좌파 언론은 “만에 하나 트럼프가 탄핵을 당해 물러나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라는 ‘강경 우파’가 집권하게 되기 때문에 트럼프 탄핵은 오히려 좌파에게 불리하다”는 분석기사까지 내놨다.

‘가짜 뉴스’ 대량 생산하는 韓언론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특히 2015년 말부터 시작된 한국 언론들의 특정기업 죽이기나 특정 기관 공격은 끔찍했다. 한국 언론들이 ‘사실’을 편집·왜곡해 여론을 오도(誤導)하려 시도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한국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낮고 해외여행이 어렵고 외국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일 때에는 언론이 여론을 만들고 조종할 수 있었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도 독자들이 이것을 구별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2017년, 여행 자유화가 이뤄진 지 28년째 되는 해다.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한국 국민이 해외여행을 떠나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700만 명에 이르는 재외국민들과 교포들이 각국의 현지 상황을 한국에 전해준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한국인들 사이의 정보 소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들은 여전히 ‘취사선택한 일부 사실을 교묘히 편집한 가짜 뉴스’를 통해 국민 여론을 왜곡, 오도하려 시도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미국이나 일본, 중국, EU,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각국 정치권 움직임은 한국 국민들 또한 잘 알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속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한국 언론들이 만들어 내는 가짜 뉴스의 주된 공격 목표다.

한국 언론들이 미국과 일본에 대해 만들어 내는 가짜 뉴스를 보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무산시키는 것과 2014년 12월 28일의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등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 조성, 무조건적인 반일 감정 조장 등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약화를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과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 정부의 압박, 아베 일본 정부의 최근 동향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 언론의 가짜 뉴스가 한국의 안보를 최악의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미국 정부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가 넘쳐나게 되면,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2002년 12월처럼 반미감정이 팽배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미국 정부의 수장이 ‘다시 한 번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 자신과 미국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필요하다면 기존의 국가 간 협정에도 손을 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미 FT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언론들이 지금처럼 美언론 보도 가운데 지엽적인 사실만 끄집어내 침소봉대해 보도하고, 한국 국민들이 이를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미 간 갈등은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양 국민 간의 감정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미 FTA가 깨지는 데 그치지 않고 한미동맹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즉 ‘언론의 자유’를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상한 말로 포장해 내세우는 한국 언론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알량한 감정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나라를 망하게 한 ‘역적’으로 역사에 남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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