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발사대 반입’ 둘러싼 국론 분열…文 대통령 뒤에는?
‘사드 발사대 반입’ 둘러싼 국론 분열…文 대통령 뒤에는?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7.06.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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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청와대 춘추관에 나타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몇 마디의 말을 전했다. 이 말은 이후 한동안 국내 여론을 첨예하게 분열시켰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가 한국에 비공개로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지난 2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하며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실 확인을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추가 반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민정수석실과 국가안보실 실장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또한 “국방부는 지난 5월 25일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업무보고 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국방부로 화살을 돌렸다. 이후 ‘진상조사’는 일사천리로 진행,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前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 장경수 정책기획관을 불러 1차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많은 국내 언론들은 청와대의 주장을 인용해 국방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보고하지 않았고, 위승호 정책실장이 초안에 넣은 ‘사드 발사대 6기 보관’ 표현이 삭제된 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됐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장관과 오찬 중 확인을 요청했는데 ‘모르쇠’로 일관했다가 나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자 ‘추가 반입’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 지난 6월 7일 오후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에 대한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함에 따라 이를 이행하는 데 착수했다. / 연합

대통령의 호통과 사드의 운명

청와대는 국내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반입이 국민도 모른 채 진행됐고, 새 정부 들어서 한미정상회담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국방부가 이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국방부를 몰아쳤다.

하지만 반론도 나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 이후 YTN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이미 한 달 전에 국내 언론을 통해 사드 발사대 4기가 반입돼 운반 중인 사실이 보도됐다”며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대통령과 청와대만 모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야당 또한 “사드 포대가 발사대 6개로 구성된다는 점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이 더욱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사드 발사대 반입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쿠데타”라며 “미국 말만 듣는 검은머리 미국인이 군 수뇌부에 있다”며 국방부를 맹비난했다.

일각에서는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등의 비리 의혹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자기네가 임명한 인사들이 궁지에 몰리자 국민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분한 추측과 주장 속에서 언론들은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 4월 26일 YTN이 “한국에 들어온 ‘사드’ 발사대 4기가 경남 김해에서 중부 고속도로를 통해 경북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며 영상까지 보도한 내용을 찾아냈다.

YTN의 단독 보도는 주요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보도됐고,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언론들은 이와 함께 사드 한국 배치를 두고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된 2016년 7월 이후 사드에 대한 분석·기획기사를 통해 사드 체계가 발사대 6기와 지휘통제차량, X밴드 레이더 차량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수백 번도 넘게 보도됐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사드 발사대의 반입이 4월 하순에 이미 보도되었다는 사실을 찾아낸 언론 가운데 일부는 며칠 뒤부터 청와대의 ‘추가 반입’이라는 용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7월 한미 정부가 사드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합의한 시점에서 발사대 6기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두고 ‘추가 반입’이라고 말하면, 마치 ‘사드 1개 포대’에 더해 새로운 ‘사드 포대’가 들어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의 경우 달랑 미사일 하나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구성 장비도 한꺼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현지에 반입된다는 지적은 곧 국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과 함께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 ‘사드 반입 논란’ 질문에 “엄중한 우려”

하지만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의 지적과 분석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물러설 줄 모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댓글부대’의 주장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의 비난과 지적이 계속되자 오히려 더 거세졌다.

‘추가 도입’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글을 포털 뉴스 댓글이나 블로그, SNS 등에 올렸다가는 거의 ‘테러 수준’의 비난이 줄줄이 달렸다.

우파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논란의 배후에는 ‘종북 세력들’이 숨어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北선전매체들의 이어지는 대남선전선동에서 사드의 비중이 매우 적다는 점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 사드 배치를 두고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세력은 중국이다. 지난 5월 31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 “한국에서 사드 반입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사드 관련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유관 상황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나타낸다”면서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는 중국의 안보 전략 이익을 심각히 손상시키고, 지역 전략 균형을 파괴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지역 평화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한국 내 사드 배치는 한반도 문제 당사국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도 배치되기에 중국은 이를 절대로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취소할 것을 재차 강력하고 정중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그러나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반입과 관련해 한국 청와대가 국방부를 비난하는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해당 보도만을 보면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관영매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어떤 주장을 폈는지 기억해야 한다. 환구시보는 2016년 12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는 사드를 탄핵할 차례”라며 한국을 향해 선전선동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환구시보는 ‘사드의 빚을 탄핵으로 갚게 됐다’는 사설을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릴 적 부모를 잃은 후 내재한 강력한 불안감 등 개인적인 정서와 감정적인 일처리가 작용한 결과”라며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정책이므로, 국회의 탄핵 결정이 사드 배치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와 달랐던 사드 배치 반대 시위

환구시보는 또한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승전 열병식에 참석한 것을 ‘자주외교’라고 칭송한 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외정책을 180도 전환, 중국에게 히스테리컬 하게 분풀이를 했다”는 주장도 폈다.

중국 관영매체만 이런 게 아니었다. 같은 날 중국 뉴스포털 시나닷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전하면서 “여기에 사드 때문에 중국에 불어 닥친 찬바람으로 한국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상품 매출도 크게 감소했다”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혜롭다면 사드 또한 탄핵해야 마땅하며, 이를 통해 한중 무역을 정상 궤도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3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곳 외에도 경북 성주와 광화문, 청와대 앞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다. 이날 국방부 앞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라는 조직이었다.

2016년 8월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발족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민생민주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민노총, 노동당 등 100여 개 좌익 단체들이 모여 만든 연대체다.

이들은 발족식에서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은 비행 시간이 매우 짧아 사드로 막기 어렵다는 것은 한미 당국이 스스로 밝힌 사실”이라며 “북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드의 요격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사드 배치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면서 “그럼에도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이유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발사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 미국과 일본을 위한 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안기고, 부시와 시설 제공, 운영 유지비 부담 등 국민혈세 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발족식에서 주장한 내용은 물론 이후 곳곳에서 벌인 시위에서 내놓은 주장들은 중국 정부의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NYT 베이징 지국장이 바라본 사드 논란

한국 언론은 사드 배치를 두고 일어나는 논란이 문재인 정부와 한국 정치권의 대립인양 보도하고 있지만 외부 세계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 정부가 한미일 동맹을 깨뜨리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의 제인 페레즈 베이징 지국장은 특파원 칼럼을 통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꾸준히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면서 “이는 궁극적으로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도 같다”고 지적했다.

제인 페레즈 지국장은 “시진핑 주석은 2013년 9월 방중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대했고,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는 ‘대북해법’을 바탕으로 더욱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인 페레즈 지국장은 또한 “중국 시각에서 사드는 한미일 동맹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적 무기 체계”라며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사드의 추가 배치를 막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가 계속 주장해 온 대로 한국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를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런 시각은 제인 페레즈 지국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미 CNBC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주장을 곁들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하는 등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 중국 정부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면서 “지금 사드를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호의를 사려고 한다는 게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보다 중국 정부에 더 가까이 접근하려 한다는 의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만 이렇게 보는 게 아니다. 지난 5월 31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딕 더빈 미국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이후 기자들에게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유사시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를 배치해 달라고 원할 것 같다”며 “한국 정부가 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미국)는 9억 2300만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의 비용을 다른 곳에 쓰겠다.”

미국의 선택 “사드 필요 없어? 그럼 뺄게!”

하지만 청와대는 딕 더빈 원내총무의 발언을 춘추관 기자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딕 더빈 원내총무의 설명을 들은 한국 기자들이 놀라 질문하자 청와대 측은 “그의 말이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브리핑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청와대 측의 해명에 언론들은 물론 국민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청와대의 태도를 보며 “이러다 사드 배치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 방위에서 손을 떼게 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정치·경제적인 부분을 떠나 안보 측면으로 국한시킨다 해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한국에 심각한 위협이다. 1000여 기가 넘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이나 노동 미사일에다 잠수함 발사탄도탄과 이를 개조한 중거리 탄도미사일까지 갖게 된 북한의 기습 공격을 막으려면, 요격 미사일 체계는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사드는 미국도 몇 대 가지고 있지 않은 최고의 체계다.

이 가운데 1개 포대를 ‘공짜’로 배치해주겠다는데도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걷어차 버린다면, ‘비즈니스맨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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