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이 사라진 일본의 실종자들, 북한을 의심”
“흔적 없이 사라진 일본의 실종자들, 북한을 의심”
  • 인터뷰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6.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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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대 교수·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대표 인터뷰

정리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한국과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애증이 교차하는 특수한 관계국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도 변화무쌍한 형태를 보인다. 역사적 악연에다 북한이란 골칫덩이를 사이에 놓고 대미관계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안부 협상 등 현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일관계가 새롭게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사드 논란 등 심상치 않은 대미관계에다, 위안부 재협상 문제를 다시 꺼낼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대일관계까지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래한국은 한국을 방문한 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拓殖)대 해외사정연구소 교수이자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대표를 지난 6월 12일 본사에서 만났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아라키 교수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시각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1년에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시는 걸로 압니다. 이번에는 어떤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신 겁니까.

이번에는 한국의 안보와 같은 현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친구들과 함께 왔습니다. 오늘은(인터뷰 당일인 6월 12일) 천안함을 견학했고요, 어제는 강릉에 가서 북한 잠수함 등을 견학했습니다.

- 천안함 견학을 다녀오셨다니, 잔해를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천안함 견학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같이 간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이런 현실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주변에도 말하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안보와 관련해서 일본 내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어떻습니까?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도 있고요. 또 핵문제라든가 미사일 문제도 있고 일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북한의 공작 활동도 있으니까요. 북한과 관련된 안보 문제에 관심이 높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최근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 위협이 높습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그런 문제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고요. 그에 반해 일본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한일 양국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이 북한과 너무 가까우니까 ‘설마 우리에게 쏠까’ 하는 사고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1993년 북한이 노동1호 미사일 시험발사 때부터 일본의 방위가 이대로 좋은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보통 일본 가정집에서도 한국 대통령 걱정”

- 한국은 지난 5월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이전 보수 정권과는 일정 부분 성격을 달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일본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일본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문가들 뿐 아니라 보통 일본의 가정집에서도 한국의 대통령이 걱정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보는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권의 성격은 어떤 것인지 예민하게 보고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일본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는데 좌우가 공통적으로 그렇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합의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위안부 합의 무산되면 한일간 어떤 합의도 불가능할 것을 우려”

일본 내에서도 좌파와 우파의 차이가 있으니 단적으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베 내각이 한국 정부와 합의할 때 우려가 있었습니다. 합의를 해도 지금 상황처럼 합의가 안 될 것이다, 합의해도 소용없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걱정은 이겁니다. 위안부 합의가 무산되면 이 합의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간에 이뤄진 어떤 합의도 깨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그럼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 그런 점에서 정부 간의 합의라면 존중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에서 반대 시위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일반 시민이나 관련 단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요?

일본 정부도 늦게나마 피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국에서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경계경보가 있을 때 지하철 운행을 정지한다든가 하는 식의 훈련을 받고 있어요. 예전에는 이런 훈련이 없었습니다.

- 그런 훈련이 시작된 건 언제쯤부터인가요.

작년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같은 민방위 훈련은 평소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일본인들은 안보 문제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공격을 받을 리 없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관심이 커졌지요.

- 그렇다면, 훈련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반응이 어떻습니까.

조금씩 변화가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이 ‘우리는 미사일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 일본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으니 일본에서도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 미국 핵우산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일본은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터진 피폭국으로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동시에 있습니다.

▲ 미래한국 TV 스튜디오에서 본지 조희문 편집장과 인터뷰 중인 아라키 가츠히로 교수

- 한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상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대입니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존재, 김정은 정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정권이라는 겁니다. 무엇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특히 장성택 처형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 정권을 무엇에 대해 합의를 할 수 있는 상대로 보지 않습니다.

- 북한에 의한 납치 등 실종자 문제에 깊이 관여해 활동하고 계십니다. 활동하시는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란 어떤 단체입니까.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이 처음으로 납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때 5명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그 중 간호사 신분의 한 명은 일본 정부가 납치 사실을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실종으로만 알았다가 납치당했다는 걸 알게 됐던 겁니다. 저는 그 즈음에 시민단체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는데, 같은 지역이라든가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든가 같은 방식으로 실종된 어떤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많은 실종자 가족들이 사라진 자기 가족도 북한에 납치당한 게 아닌가 하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저는 그때 이 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납치 이상으로 더 큰 규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일본 실종자들은 주로 어디에서 실종된 겁니까.

해외에서 실종된 분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실종된 분들도 많습니다. 일본 안에서도 갑자기 하숙집을 나갔다 실종됐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일본의 치안이 그렇게 허술할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이 사라진 게 확인이 안 될 정도입니까.

네, 그런데 보통 실종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1년에 약 9만 명 정도가 경찰에 실종 신고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한 달 안에 신고가 들어오는데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일부 있습니다. 또 그 중 일부가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이지요. 실종된 사람들은 많은데 경찰이 일일이 다 조사할 수는 없겠지요. 어린아이가 사라지면 여러 수사를 하겠지만요.

- 한일 간 여러 현안에 대해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때가 1977년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지요. 제 아버지가 박 대통령과 일본 육사 동기생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또 제가 존경하는 사람도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한국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데 공감합니다.

요즘 들어 저는 친구들한테 옛날의 한국은 지금 우리나라와 한국과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나라였다고 말합니다. 두 나라의 관계가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잘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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