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지르자마자 KBS사장이 즉각 처리?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담당 국장 보직해임 논란
언론노조가 지르자마자 KBS사장이 즉각 처리?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담당 국장 보직해임 논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7.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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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공영노조 “KBS 정체성 지켜온 사람인데…고대영 사장 드러내고 충성, KBS를 문재인 정권에 헌납 하나” 반발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교육부 장관을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가 출연 예정이었던 KBS1라디오 프로그램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5일 녹음 스케줄이 최소된 것과 관련,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KBS본부가 또다시 블랙리스트 논란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본부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카새키 짬봉’ 이정렬 전 판사와 함께 한 전 부총리가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담당 국장이 '이념적 편향'을 이유로 들며 출연을 취소시켰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여전히 KBS에는 '블랙리스트'(부적격 출연자)가 존재한다”며 “지난 1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1TV '아침마당'에 출연시키려 했다가 보류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KBS 사측은 이 같은 언론노조 측 주장에 따라, 1라디오 담당 국장을 즉각 직위 해제했다.

그러나 KBS 사내에서는 이 같은 사측의 태도에 “담당 국장이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위해, 정당한 업무지시를 했는데 인사 조치라니”라며 “지금 KBS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고대영 사장과 이사회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직위해제 된 담당 국장 역시 고대영 사장 등 사측을 향해 “경위에 대해 충분히 보고드렸다”며 반발했다.

해당 국장은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섣부른 통합보다 청산''을 주장하는 ''개혁주문''이 공정성 균형성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섭외취소 여부를 물어온 담당피디에게 정당한 데스킹으로 담당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섭외를 해놓고 섭외취소 여부를 물은 것은 담당 피디가 징계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게 제 자의적판단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담당 피디와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책임을 전적으로 자신에게 돌렸다는 것이다.

KBS공영노동조합(공영노조, 위원장 성창경)은 10일 성명을 내어 “이것은 고대영 사장이 문재인 정권의 눈치 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 놓고 충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정권이 바뀌고 사퇴압박을 받더니 노골적으로 자리보존용 조치를 한다는 의혹이 강하게 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노조 측에 따르면, 한 전 총리의 라디오 녹음 취소를 문제삼은 언론노조 KBS본부의 기자회견 직후, 2시간여 만에 담당국장이 평직원 발령 난 것은 고대영 사장의 정권 충성이라는 것이다.

공영노조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국민대 홍성걸 교수 등의 출연을 문제 삼았던 언론노조를 향해서도 “이런 것들은 ‘블랙리스트’가 아닌가? 자신들이 옹호하는 인사가 배제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신들이 싫어하는 인사가 배제되면 정당하다는 것인가?”라며 “이런 논리가 어디 있나?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아주 심각하게 본다”며 “그동안 KBS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극소수의 인사가운데 한명인 1라디오국장이 보직해임 된 것은, KBS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신호로 이해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KBS 이사들에게도 묻는다. 이런 모양을 보려고, 또 이렇게 하려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당신들도 같은 입장인가?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우리는 앞으로 사내외의 양심적인 세력들과 연대해서 KBS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완상 전 부총리가 KBS1라디오 프로그램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 출연해 소개할 예정이었던 회고록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검색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책소개가 되어 있다. 회고록 마지막 부분에는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찬양한 서술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든을 넘긴 사회학자 한완상이 80년간의 한국 정치사회사와 그 속에서 본인이 겪었던 개인사를 회고하며 젊은 세대에 전하고픈 이야기들을 담았다.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해직 교수로 미국 망명 생활을 거치는 등 권위주의 정권 시기 민주화 운동을 하며 겪었던 일들에서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요직을 거치며 한국 사회 통일, 외교,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겪었던 일들에 이르기까지 ‘고생 많은 한 시대’를 살아온 노학자가 또 다른 ‘고생 많은 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에게 전해 주고 싶은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들이 담겨 있다. 여전히 색깔론으로 모든 갈등을 봉합하려는 냉전 수구 세력에 대한 매서운 비판과 고난의 세월을 이겨 온 민중의 지혜에 대한 사회학자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이하 KBS공영노조 성명 전문 -

[성명] KBS를 문재인 정권에 헌납 하나

한완상 전 부총리의 KBS라디오 출연이 취소되자 노동조합이 블랙리스트 논란을 만들었고 사측은 즉각 해당 국장을 평직원으로 전보조처 했다. 예전에 없던 비상한 조치이다.

한완상씨는 지난 7월 5일(수) KBS1라디오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저서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한 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찬양하기도 하는 등 현 정국을 객관적으로 보는데 문제가 있다고 담당 국장이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출연을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노조 측이 한 씨를 인터뷰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이른바 KBS에 블랙리스트가 여전하다며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담당국장이 평직원으로 발령이 났다. 전에 없던 일이다. 깜짝 놀랄 사태이다. 담당 국장이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위해, 정당한 업무지시를 했는데 인사 조치라니. 지금 KBS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것은 고대영 사장이 문재인 정권의 눈치 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 놓고 충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권이 바뀌고 사퇴압박을 받더니 노골적으로 자리보존용 조치를 한다는 의혹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KBS가 문재인 정권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비판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아주 노골적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KBS가 문재인 정권의 통제권 안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이런 것 때문이 아닌가?

본부노조는 이밖에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활동을 공개적으로 했던 황교익씨 등을 KBS프로그램에서 배제시켰다고 이를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었다.

그렇다면, 지난 1월 정규재씨가 <일요토론>에 출연해 이른바 진보진영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제압했을 때, 또 지난 3월 국민대 홍성걸 교수가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당시 대통령 탄핵직후, 문재인 후보가 팽목항으로 바로 달려간 것을 비난했을 때, 언론노조 KBS본부는 모두 모두 방송 부적격 인사라며 맹비난했다. 출연시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블랙리스트’가 아닌가? 자신들이 옹호하는 인사가 배제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신들이 싫어하는 인사가 배제되면 정당하다는 것인가? 이런 논리가 어디 있나?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우리는 이번 사태를 아주 심각하게 본다. 그동안 KBS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극소수의 인사가운데 한명인 1라디오국장이 보직해임 된 것은, KBS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신호로 이해한다.

KBS 이사들에게도 묻는다. 이런 모양을 보려고, 또 이렇게 하려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당신들도 같은 입장인가? 태도를 분명히 하라.

우리는 앞으로 사내외의 양심적인 세력들과 연대해서 KBS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공영방송 KBS를 정권에 헌납해서는 절대 안 된다. KBS는 정권의 것이 아닌 국민의 방송임을 잊지 말라.

2017년 7월 10일 KBS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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