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웜비어 죽음으로 몰고간 중국과 북한, 뭐가 다른가”
“류샤오보·웜비어 죽음으로 몰고간 중국과 북한, 뭐가 다른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7.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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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7월 13일 향년 6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류샤오보 신병을 관장해온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사법국은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아온 류샤오보가 이날 숨졌다고 발표했다.

류샤오보는 2008년 중국 공산당 독재 종식을 요구한 ‘08헌장’ 서명 운동을 주도했다가 이듬해 정부 전복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받았다.

진저우교도소에서 네 번째 수감 생활을 하던 가운데 지난 5월 말 간암 선고를 받고 수일 후 가석방됐다. 독일과 미국, 영국 등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그의 치료를 위해 출국 허용을 주장했지만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샤오보 사망을 계기로 중국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가 숨진 이후 한때 중국의 대표적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통한 류샤오보 관련 사진과 동영상의 전송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류샤오보의 주검이 땅에 묻히는 것도 허가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사망한 지 이틀 만인 15일 가족장으로 치러진 후 화장된 그의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류샤오보의 주검을 화장한 데 대해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서둘러서 그의 주검을 화장했다”며 “이는 류샤오보의 무덤이 민주화의 성지가 될 것을 두려워한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가 해외에서 암치료를 받지 못하게 막았다고 비난했다. 존슨 장관은 한 성명을 통해 “류사오보가 해외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했지만 중국 당국이 반복적으로 이를 막았다”며 “이것은 잘못된 것이며 류샤오보의 아내에 대한 모든 제재를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는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류샤가 중국의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중국 정부가 류샤를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의 친구와 인권 운동가들은 여전히 류샤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중국은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외신 기자들의 접촉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류샤오보에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6일 ‘류샤오보의 사망과 중국의 쇠퇴’라는 칼럼을 싣고 중국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했다.

해당 칼럼을 집필한 칼럼니스트 브레트 스티븐스는 “류샤오보의 비극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며 “류샤오보의 사망으로 미뤄본 중국의 후진적 정치 상황은 중국이 곧 이보다 더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바”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류샤오보는 1955년 지린성 창춘시에서 태어났다. 지린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 사범대 중문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미국 하와이대로 넘어가 덩샤오핑의 시장경제 결정론 등을 비판하는 강의를 했다.

촉망 받던 젊은 학자를 민주화 투사로 만든 것은 1989년 6월 4일에 일어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사태. 류샤오보는 미국서 즉시 귀국해 단식투쟁을 벌였으며 청년 지식인을 대표해 정부 측과 협상을 벌였다.

많은 항쟁 주동자들이 해외 망명을 선택했지만 그는 남아서 민주화 운동을 계속했다. 그는 2010년 옥중에서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정부 통제로 가족조차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큰 북한=중국’이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을 산 류샤오보 사망 사태로 북한 억류 17개월 만에 코마상태(혼수상태)로 귀국해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도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웜비어는 평양의 한 호텔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돼 징역 15년을 받고 수용소에 수감됐다. 미국 정부의 끈질긴 요구 끝에 6월 13일 가까스로 석방됐지만 웜비어는 코마 상태로 귀환해 미국 국민을 비롯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 의료진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진단했고, 그의 가족들은 북한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말해 많은 미국인을 분노케 했다. 북한 당국은 “식중독 증상을 보이던 웜비어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의식을 잃었다”고 둘러댔지만 고문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유에스에이투데이와 서폭 대학은 6월 28일 웜비어의 죽음과 관련해 미국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 국민 절반에 가까운 49%가 트럼프 행정부가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 북한에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선 6월 북한의 웜비어 사망에 이어 중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 사망 사건이 이어지자 조선일보는 관련 칼럼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며 G2 국가 중 하나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와는 수교 이래 서로 가장 큰 교역 상대의 하나가 됐다. 인적 교류도 최대에 달한다. 북핵 문제 등 우리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 나라의 진정한 모습이 이런 것”이라며 “류샤오보 사망과 북한이 미국 대학생 웜비어를 사망 직전에 풀어준 것과 얼마나 다르냐는 생각이 든다”고 중국과 북한의 실체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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